[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32)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⑪LCC는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하다?
2023-02-11
한성항공, 제주에어, 에어코리아, 인천타이거항공, 영남에어, 퍼플젯, 서울에어, 대양항공, 부산항공, 부산국제항공, 충청항공, 전북항공, 중부항공, 퍼스트항공, 젯코리아, 인천항공, 코스타항공, 신라항공, 포천항공, 한서우주항공, 코리아익스프레스에어, 이스트아시아에어라인, 유스카이항공, 프라임항공, 에이스항공, 제주스카이버스협동조합, 호남에어, 강원항공, 플라이양양, K에어항공, 블루에어, 에어필립, 남부에어, AP에어, 포항에어, 에어포항, 베스트에어라인, 에어대구.
현존하는 K-LCC 9개사의 현재 상호와 다른 이름이거나, 잊혀지고 있는 이름들은 참 많다. 들어본 항공사도 있을 터이고, 처음 들어본 항공사도 있을 터이다. 이들 가운데는 일부 소형항공사도 포함되어 있다. 소형항공사를 K-LCC로 포함시킬지 여부는 전문가에 따라 견해가 다르겠지만 통상 K-LCC의 범주에 넣기도 한다.
또한 통상적인 LCC 비즈니스 모델과 다소 다른 에어프레미아(Air Premia)의 사례를 보자. 에어프레미아는 우리나라 중장거리 항공사이다. 인천공항을 허브로 하는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항공(Hybrid Service Carrier, HSC)을 지향한다. 운용하는 항공기는 드림라이너(Dreamliner)라고 불리우는 B787-9 기종 3대를 보유하고 있다. 좌석수는 프리미엄이코노미 56석, 이코노미 253석 등 모두 309석 규모이다. 2021년 8월 김포~제주 노선 취항이후 같은 해 10월말 국내선 운항을 종료하고, 지금은 인천공항에서 싱가포르, 베트남 호찌민, 미국 LA, 일본 도쿄(나리타) 등의 국제선 4개노선에 취항중이다.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대형항공기를 운용하는 에어프레미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LCC와 기존항공사(FSC)를 구분할 때 흔히 사용하는 ‘대형항공사’라는 용어가 오히려 걸맞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K-LCC들과 구별하기 위해 대형항공사라는 용어를 선뜻 사용하고 있다. FSC와 LCC의 구분은 애써 하지 않으려 한다.
하이브리드항공사라 스스로를 칭하는 에어프레미아는 LCC인가 아니면 FSC인가. 이 같은 질문에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항공이라고 답한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항공의 진정한 의미는 뭘까. 하이브리드항공의 한자어는 융합항공(融合航空)이다. 영어로는 Hybrid Service Carrier이다. FSC와 LCC의 장점들만 더해서 만들어진 ‘FSC+LCC=HSC’라는 등식의 새로운 카테고리이다. 즉 FSC 기존항공사의 프리미엄 서비스와 좌석을 제공하면서 LCC처럼 저운임을 받고 운항하는 항공사이다.
이 개념은 신생항공사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하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항공사로 포지셔닝했다. 보편적으로 LCC들이 비행시간 3~4시간 이내의 단거리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데 반해, FSC 기존항공사들의 중장거리 노선 운항을 혼합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적의 에어프레미아 외에도 일본의 집에어도쿄(ZIPAIR Tokyo), 베트남의 뱀부에어웨이스(Bamboo Airways)를 비롯해서 미국의 제트블루항공(jetblue Airways)이나 독일의 유로윙스(Eurowings GmbH)가 있다.
이들 모두 하이브리드항공사를 표방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이자 LCC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하이브리드항공을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의 논지는 우리나라에서는 LCC라는 개념이 워낙 부정적으로 비쳐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설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에어프레미아는 FSC이기도 하고 LCC이기도 하며, FSC가 아니기도 하며 LCC가 아니기도 하다고 설명되어진다. 따라서 하이브리드항공사인 에어프레미아의 정확한 실체는 반은 FSC이고 반은 LCC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 광의의 분류로는 에어프레미아도 K-LCC에 포함된다.
에어프레미아의 정의대로만 본다면 하이브리드항공은 항공소비자 입장에서 참 유익한 설정이다. FSC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운임만 LCC를 적용한다니 이토록 기특한 게 더 있을까 싶다. 하지만 항공소비자 입장이 아닌 항공사업자 입장으로 뒤집어보면, 이토록 불합리한 경우가 없다. 항공사 운영을 수익이 아닌 비수익이거나 혹은 적은 수익을 목적으로 운영할 수는 결단코 없다. 하이브리드항공 역시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에어프레미아는 언제까지 LCC일 수는 없다. 결국 애매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FSC와 LCC의 중간지점에서 어느 쪽이든 한 쪽으로 옮겨가는 선택의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하늘에는 ‘무려’ 9개의 K-LCC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하늘에 불과 18년만에 이처럼 많은 K-LCC들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각 항공사마다 처음 설립할 때 사명(社名)을 정하지만 그 이후에는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사정이 꼭 생겨서 이름을 변경한다. 설립 당시의 이름을 계속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그래서 어느 항공사든 이름이 계속 바뀐다. 특히 설립부터 취항까지의 준비기간에 이름을 변경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는 우리나라 항공시장의 특징을 잘 설명해주는 주요 단서가 된다.
각 대륙을 대표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 유럽의 라이언에어, 아시아의 에어아시아는 모두 항공 비전문가들이 만들어냈다. 항공의 ㅎ자도 모르는 사람이 항공사업에 겁도 없이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일궈냈다. 전 세계 LCC의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공동창업자로 출발해 1978년부터 2008년까지 30년간 회장을 맡았고, 2019년 1월 87세를 일기로 별세할 때까지 명예회장을 맡았던 허버트 D. 켈러허(허브 켈러허)는 변호사였다. 항공기 리스회사 CEO가 자신의 성(Ryan)을 따서 라이언에어를 창업했지만 제대로 운영이 안되자, 당시 29세의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겼고, 이후 폭풍성장을 통해 오늘날의 라이언에어를 만들어냈고 지금도 60대의 CEO로 활약 중인 마이클 케빈 오리어리는 세무사였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할 일이 없어 우연히 찾아간 영국의 술집 TV에서 본 이지젯 CEO 스텔리오스의 인터뷰를 보고 지금의 에어아시아 창업을 결심한 1964년생 인도계 말레이시아인 토니 페르난데스는 회계사 출신의 음악회사 월급쟁이였다.
이에 반해, K-LCC 설립에는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등 전 세계적인 항공사 창업자의 직업 트렌드가 아닌 대개 항공전문가가 주춧돌을 놓았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출신의 어느 인사가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K-LCC에 발을 들여 놓았던 인사가 퇴사 후 다른 K-LCC를 만드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들 K-LCC 설립자는 자본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지역에 공항은 있는데 항공사가 없는 지방자치단체와 접촉하거나 지역 정치권과 손을 잡았다. 그리고 자본가를 끌어들였다. 다 함께 의기투합하여 자본가는 자본을 대고, 지자체에서는 각종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거나 간혹 설립자본금까지 댔다. 지역공항은 허브공항으로서의 역할을 따내는 대신 항공사 사무실과 발권카운터 등의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
설립을 준비중인 항공사가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면 예외 없이 주도권 싸움이 벌어졌다. 의기투합은 없어지고, 힘과 자본의 싸움으로 변질됐다. 결국 항공사 설립전문가는 회사 설립 초기단계에서 떨어져 나가고, 지역인사와 자본가에 의해 신설 항공사는 준비되었다. 그래서 취항 후 아니면 취항 전에 도산하거나, 항공사 운영자금을 추가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본가에 의해 초기 자본가가 다시 내밀리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초기 경영진이 정해 놓은 항공사 이름이 수난을 겪으며, 자본논리에 따라 사명 변경마저 이루어졌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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