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32)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⑪LCC는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하다?

김효정 기자 2023-02-11 06:16: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13. LCC는 안전관련 투자에 소홀하다?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의 정도(B/C)를 높이려면 편익(Benefit)을 높이든가 비용(Cost)을 낮추는 것이 비즈니스의 상식이다. 기존항공사는 비용을 낮추기보다는 마일리지 적립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충분한 수준의 비교적 높은 운임을 받는 사업방식이라면 K-LCC는 이 같은 혜택을 줄이는 대신 비용을 줄이고 상대적으로 낮은 운임을 받음으로써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사업모델이다. 이 같은 사업방식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비용을 낮춘다’는 말이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안전과 관련한 투자비용 역시 줄일 것’이라는 확대해석을 낳았다. 이는 항공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나오는 예단이다. 그리고 안전은 항공사의 존재 이유이자 기본이다. 비용을 낮추기 위해 안전을 등한시하는 어리석은 항공사는 없다.

K-LCC는 기존항공사와 수익모델이 다를 뿐, 항공안전에 관해서는 기존항공사와 구분 없이 우리나라의 각종 법에 따라야 한다. 이 같은 법률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International Civil Aviation Organization)에서 제정한 항공안전 평가제도인 USOAP(Universal Safety Oversight Audit Program)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또 ICAO에서는 각국의 항공안전당국을 상대로 정기감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공통된 항공안전 규제를 따르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아니더라도 항공사의 안전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지표가 하나 더 있다. IOSA(IATA Operational Safety Audit) 인증이 대표적으로 통용되는 지표이다. 이 지표는 국내 항공사가 외국의 보험에 재가입하는 재보험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정도로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대부분의 항공사가 IOSA 인증을 취득했다. 이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가 운영하는 인증으로 IOSA 인증을 받았다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IOSA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정비, 객실, 운항, 운송지원, 운항통제, 안전조직, 보안, 화물 등 총 8개 부문에서 1000여개의 항목을 체크하며, 이를 모두 통과했을 때만 인증서를 받을 수 있을 만큼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인증 자체보다는 IOSA 인증을 받기 위해 항공사 스스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에 맞게 많은 항목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게다가 이처럼 어렵게 IOSA 인증을 받았다 하더라도 2년마다 새롭게 요구하는 개정항목을 업데이트해야만 인증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여간 까다롭지 않다.

IOSA 인증은 외국 타 항공사와의 코드셰어(Code Share)등 전략적인 제휴에 필수적인 사항이다.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K-LCC가 IOSA 인증을 받은 것은 안전과 관련한 항공사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입증시켜 소비자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다시 말해 항공안전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K-LCC들이 IOSA 인증을 2009년부터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항공기 안전사고로 K-LCC가 입는 손실이 K-FSC보다 훨씬 치명적이기 때문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단순히 K-LCC는 운임이 싸기 때문에 안전에도 투자를 적게 할 것이라는 우려는 악의적 논리이거나 편견에 불과하다.

14. LCC는 작고 영세하다? 

우리나라는 국적항공사를 ‘대형항공사’와 ‘LCC’ 혹은 ‘대형항공사’와 ‘저비용항공사’로 구분하는 분류방법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심지어 ‘국적항공사(혹은 국적기)’와 ‘LCC’로 구분하는 경우도 일부 있다. LCC는 소형항공사 또는 영세항공사라는 인식과 함께 국적항공사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구분하다 보니 K-LCC는 대형항공사가 아니고 국적항공사가 아닌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LCC가 보편화되면서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는 물론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등 항공관련 국제단체가 발표하는 보고서에서도 이제는 FSC와 LCC로 구분해서 표현하고 있다. 항공사 운영방식에 의한 구분을 일반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 항공산업의 동향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항공전문 웹사이트인 CAPA는 FSC와 LCC를 구분할 때 ▲비즈니스나 퍼스트클래스 등 좌석 구분이 없는 단일좌석 등급 운용 ▲기내식 등 다양한 부대서비스 유료 제공 ▲항공가동률을 극대화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하는 항공사를 일반적으로 LCC로 구분하고 있다. 이들이 제공하는 낮은 운임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기존항공사들과는 다른 운영방식, 즉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항공사의 형태를 구분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하는 보도자료 등에도 ‘저비용항공사’라는 표현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과거 ‘저가항공사’로 불렸을 때 어감이 주는 부정적 느낌 때문인지 여전히 LCC는 작고 영세한 항공사라는 인식이 남아 있다. LCC의 수난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엄연히 우리나라에 등록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국적항공사’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떠올리는 소비자가 의외로 많다. 국적항공사는 그 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항공사를 가리키기 때문에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등의 K-LCC들도 당연히 국적항공사이자 국적기의 범주에 들어간다.

FSC와 LCC의 차이는 과연 규모의 차이인 것일까. 그리고 FSC는 대형항공사이고 LCC는 대형이 아닌 항공사인 걸까. 흔히 대형항공사는 FSC와 동일한 개념이고 그 반대는 LCC로 인식하고 있다.

일찍이 LCC가 성장한 미주와 유럽에서는 LCC가 이미 그 나라를 대표할 만큼 대형항공사로 성장했다. 1967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LCC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은 2022년 6월 기준 73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5년 매출 198억2000만달러(한화 약 24조912억원), 영업이익 40억달러(한화 약 4조8600억원)를 기록한 초대형 항공사이다. 아일랜드에 기반을 둔 유럽의 LCC 라이언에어도 항공기 보유대수 330여대에 2015년 매출 56억5400억유로(한화 약 7조5400억원), 영업이익 10억4200만유로(한화 약 1조3900억원)를 기록했다.

미국 LCC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가 732대인데 비해 우리나라 ‘대형항공사’ 대한항공의 항공기 보유대수는 2022년 6월 기준 155대, 아시아나항공은 81대이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라이언에어가 우리나라 대형항공사들과는 지리적 외부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규모와 성장속도 등을 단순비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글로벌로 운항하고 경쟁하는 항공업계에서 ‘FSC는 대형항공사, LCC는 작고 영세하다’는 단순구분은 많이 잘못됐다. 바꿔 말하면 LCC도 대형항공사가 될 수 있고, FSC도 작은 항공사일 수 있다. FSC와 LCC는 사업모델의 차이일 뿐 규모의 차이가 아니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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