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30)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⑨LCC 승무원들은 자격요건이 낮거나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는 것 같다?
2023-02-04
12. LCC는 사고가 많아 상대적으로 위험하다?
K-LCC는 사고가 많아 위험하다는 여론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K-LCC가 생겨난 2005년이후 시작된 이 같은 여론은 초기에는 ‘절대 저가항공사를 타지 않겠다’는 부정심리로 이어졌고, K-LCC업계의 폭풍성장기 이후 다소 수그러들었다가 크고작은 사건사고 뉴스가 터져 나올 때마다 예외없이 재생산되곤 했다. 그 근거는 제각각이었다. 그런데 객관적인 통계를 기초로 사실관계를 꼼꼼히 살펴보면 절대 그렇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존항공사의 발생빈도가 더 높게 나타난다.
먼저, 항공업계의 ‘사고’라는 용어를 정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고’라는 단어와 달리 항공관련 ‘사고’는 비행목적으로 사람이 탑승한 때부터 비행기에서 내릴 때까지 항공기 운항과 관련해서 ▲사람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경우 ▲항공기가 손상을 입거나 구조상의 결함이 발생한 경우 등을 일컫는 용어이다. 즉 인명피해가 있거나 항공기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를 ‘사고’로 분류하고, 항공기 운용과 관련해 운항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었던 사고 이외의 발생상황, 이를테면 화재나 조종계통 등의 문제 등은 ‘준사고’로 분류한다.
다양한 항공이슈가 회자되고 있을 즈음 의미 있는 자료가 공개된 적이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 한 해 동안의 항공사별 (준)사고 및 안전장애와 관련한 자료였다. 2015년 국적항공사들은 앞서 정의한 ‘사고’는 1건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준사고’와 ‘안전장애’는 항공사별로 보고가 됐다. 여기서 ‘안전장애’는 항공사고나 준사고 외에 항공기 운항 등과 관련해 항공안전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었던 것으로서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통계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준사고’의 경우 대한항공 4건, 아시아나항공 2건,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각각 1건이 발생했다. 또 이륙중단, 회항, 목적지 공항 교체 등의 항공안전장애는 아시아나항공 36건, 대한항공 32건, 에어부산 10건,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 각 8건, 진에어 5건을 포함해서 총 107건이 발생했다.
이는 단순한 발생건수로 각 항공사별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절대숫자이다. 즉 운항횟수가 적은 항공사는 당연히 발생건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 연방항공청(FAA)이나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객관적 지수를 산출하기 위해 운항편수나 비행시간, 비행거리 등을 감안해서 사고율을 파악한다. 이 같은 방식으로 2016년 2월현재 확인 가능한 각 항공사별 운항편수를 파악해 1만회 운항당 준사고 건수와 안전장애 건수를 재산정해 봤다. 결과는 의외였다. ‘K-LCC가 기존항공사에 비해 사고건수가 훨씬 많다’는 지적은 보기 좋게 뒤집혔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이 발표한 각 항공사별 여객기 운항편수를 고려한 ‘1만회 운항당 준사고’는 기존항공사는 0.240건, 그리고 K-LCC는 0.132건으로 나타났다. 기존항공사가 2배 가까이 발생빈도가 높게 나타난 것이다. ‘안전장애’도 마찬가지였다. 기존항공사는 2.722건인데 반해 K-LCC는 2.499건으로 오히려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2015년 국정감사 당시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 받은 2010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안전장애를 제외한 ‘항공사별 사고∙준사고 현황’을 보더라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당시 통계 역시 운항편수를 고려한 ‘1만회당 발생건수’로 환산했을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기존항공사는 0.153건, K-LCC는 0.133건으로 나타났다. 7개 항공사 전체적으로는 0.148건을 기록했다.
기존항공사가 K-LCC보다 많은 (준)사고 건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ICAO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4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항공사고 건수는 10만회 운항당 3건이었다. 우리나라 국적항공사의 운항 1만회당 0.148건(10만회 환산시 1.476건)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항공안전과 관련해서는 FSC나 LCC 모두 엄격한 통제를 통해 사고건수를 줄여야 함은 당연하다. 물론 K-LCC와 관련한 이슈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연히 객관적인 통계가 있음에도 막연하게 K-LCC가 사고가 많은 것으로 호도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감독과 각 항공사마다 성장을 거듭하며 자체적인 관리능력 향상을 통해 K-LCC의 운항 안정성이 높아진 점도 분명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K-LCC가 기존항공사에 비해 사고가 많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며, 더 중요한 것은 7개 국적항공사의 사고율은 전 세계 평균보다 월등히 낮다. 우리나라는 항공안전과 관련해 세계 최고수준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미국에 운항하는 외국항공사를 ICAO(국제민간항공기구)의 국제표준에 따라 평가하는 프로그램에서 1등급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또 ICAO가 실시하는 국가별 항공안전평가에서도 최고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 항공안전평가는 1991년부터 회원국을 대상으로 운항과 종사자 자격관리, 사고조사 등 안전관련 전 분야에 대한 종합평가로 각 국가에서 다른 국가의 항공안전 수준을 측정하는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항공관련 감독체계가 매우 높은 수준이며 우리나라 국적항공사 모두 그에 걸맞은 안전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K-FSC와 K-LCC는 모두 높은 수준의 항공안전 및 보안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FSC든 LCC든 사업모델과 항공기 안전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가 있다. 글로벌 항공사 평가 사이트인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www.airlineratings.com)이 실시한 전 세계 항공사 ‘안전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국적사 중에서는 대한항공, 제주항공, 진에어에게 최고 높은 별 7개를 부여했다. 에어라인레이팅스닷컴은 호주에 본사를 둔 사이트로 전 세계 모든 나라의 항공당국 평가에 기반해 435개 항공사의 안전도를 평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ICAO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인증 및 EU블랙리스트 포함 여부, 인명사고 여부, 항공규제 위반으로 인한 운항정지 여부 등을 기준으로 안전도 순위를 선정한다. 아시아나항공 별 6개, 에어부산 별 5개, 이스타항공 별 5개, 티웨이항공 별 5개를 받았다.
K-LCC는 비용 효율성을 고려해 대고객 서비스를 간소화하거나, 필요한 소비자에게만 제공하기 위해 세분화하고 유료로 제공하는 것이지 안전을 위한 비용을 줄이는 비즈니스는 아니다. 소비 트렌드인 이른바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K-LCC 입장에서는 사고발생 시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더 크기 때문에 항공안전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K-FSC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즉 사업모델의 차이일 뿐 안전의 차이는 없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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