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33) 대한민국 LCC, ‘K-LCC’ 탄생의 역사 ➀
박재훈 기자2023-02-15 06:19:01
K-LCC 설립이 처음 시도되었던 2004~2006년 당시 우리나라 항공법은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정기항공운송사업자면허와 부정기항공운송사업자면허로 구분했다. 이를 편의상 정기항공사와 부정기항공사로 불렀다.
정기항공사 면허는 항공기 보유대수, 법인의 자본금 등에서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요구했다. 따라서 웬만한 준비와 규모로는 정기항공사 면허를 신청조차 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정기항공사 면허를 보유해야 국제선 취항을 할 수 있었다. K-LCC업계 1세대로 분류되는 2005년~2006년경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주항공까지 단 3개사 만이 정기항공사였다. 한성항공이 취득한 부정기항공사 면허는 국제선 운항은 안되고 국내선만 허용되는 조건이었다. 국내선도 전세기처럼 매월 정부에 신고해서 허가를 받고 운항이 가능했다. 일종의 정기성 부정기 취항이었다.
이처럼 엄격하게 정기와 부정기로 항공사를 분류해서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장벽을 어렵게 만듦으로써 기존 사업자를 보호해 주었던 항공운송사업 체계는 2009년에 가서야 규제 완화라는 시대적 요청에 따라 항공사 면허가 국내선, 국제선, 소형 등 3가지로 개편되었다.
즉, 항공사 구분에 FSC와 LCC 또는 대형항공사냐 아니냐, 아니면 LCC냐 아니냐로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K-LCC를 광의(廣義)의 개념으로 분류하면 장거리 국제선을 가는 항공사도, 근거리 국제선만 가는 항공사도, 국내선만 운항하는 소형 지역항공사도 모두 포괄한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하늘에는 ‘무려’ 9개의 K-LCC가 존재한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항공,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항공, 에어프레미아 그리고 재이륙을 준비 중인 이스타항공까지. ‘살아남은’ 항공사가 9개라는 얘기다. 코로나19에도 남김없이 살아남았고, 이스타항공은 또다시 주인을 바꿔 살아나기 위해 준비중이다. 현재 9개가 생존해 있는 K-LCC는 언제 시작해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을까. 그 시작은 2023년을 기준으로 봐도 불과 18년 전이다. 20년도 안된 18년이라는 세월에 항공사 설립부터 엄청난 파고를 겪었고, 그때마다 위기를 모두 극복해 냈고, 모든 K-LCC가 흑자를 내고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는 최대의 융성기까지 맛봤고, 이후 중국 사드가 터지고 일본 외교문제에 이어 최근에는 코로나19까지 3연타를 맞아 급격히 쇠퇴기에 빠져드는 처절한 경험도 했다.
9개사가 있는 K-LCC업계는 전 세계에서도 수위를 다툴 만큼 정말 많기는 많다. 전 세계에서 LCC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토의 조건은 이처럼 항공사의 과밀을 낳을 형편이 못된다. 미주나 유럽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조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적합하고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수의 K-LCC를 양산하고야 말았다. 경제적 항공산업적 결과물은 절대 아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않은 지극히 잘못 계산된 정치적 산물임에 틀림없다.
LCC가 태동했던 미국이나, LCC를 옮겨갔던 유럽이나 동남아시아나 사우스웨스트항공, 라이언에어, 에어아시아를 본뜨거나, 크고 작은 차별화를 기치로 설립된 LCC는 수없이 많았다. 그런데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의 LCC들과 대한민국의 K-LCC들은 전개과정이 달랐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의 LCC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가 시장경쟁에서 도태된 LCC들은 곧바로 망하거나 인수합병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이 재편되었다. 이로 인해 대륙을 대표하는 똘똘한 몇몇 LCC만 살아남아 경쟁력을 확보했다. 반면 K-LCC들은 많을 땐 1년에 10여 개의 항공사가 전국에서 들불처럼 피어올라 이른바 ‘K-LCC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다가 곧바로 사그라드는 듯 했지만, 일부 K-LCC의 경우 1대주주와 설립자를 바꾸고, CEO를 바꿔가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K-LCC업계는 여전히 선순환의 시장재편이 되지 못한 바람에 해외 대형 LCC와 맞설 수 있는 수준의 경쟁력 있는 국가대표급 K-LCC가 아직도 요원한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LCC 시장은 여전히 빅뱅 중이다. 항공시장은 고정체가 아니다. 유기체처럼 변화무쌍하다.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이 3개사는 모회사들의 합병 추진계획에 따라 타의적으로 합병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합병이 모회사의 뜻에 따라 그리고 항공당국이나 금융당국의 뜻에 따라 그들 모두가 바라는 바 대로 순조롭게 합병이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더 기다려봐야 안다.
코로나19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K-LCC들은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할 판이다. 불과 몇 년 전에 맛본 전성기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그리고 K-LCC는 현재의 9개사가 다일까? 전 세계에서 LCC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라는 비판적 시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K-LCC는 창업 준비중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5월, 부산을 기반으로 한 신생 K-LCC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부산 강서구에 본사를 둔 시리우스에어라인(SIRIUS AIRLINES)은 항공기를 리스해 이르면 2022년부터 항공화물 운송사업으로 항공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시리우스에어는 국내 최초로 기내인테리어 사업에 진출하고, 기술자격을 인정받은 중국 JIATAI사와 합작사업을 추진하며, 홍콩 항공기 중정비업체인 HAECO와 항공기 정비(MRO)사업도 함께 펼쳐 직접고용 2700여명, 간접고용 1만1000여명의 고용창출과 함께 연매출 2조780여억원이라는 청사진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리우스에어는 미주, 유럽, 대양주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예정이라며 슈퍼 이코노미 시트를 설치해 국내 항공사 중 최대 피치인 36인치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시리우스에어는 "중남부권을 담당하는 종합항공사로 성장할 것"이라며 "항공화물 사업으로 부산의 육해공 Tri-port 완성을 통해 동아시아 물류허브 도시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또 경북도는 2023년 1월16일 법무법인 광장에 ‘경상북도 지역항공사 설립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경북도는 2025년 말 완공 예정인 울릉공항의 1200m의 짧은 활주로에 적합한 항공기와 항공노선을 확보하기 위해 출자 및 출연 형태로 지역항공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경북도는 기존 K-LCC들이 울릉공항에 취항할 소형항공기를 갖추는 것을 기대하기 보다는 울릉공항을 핵심노선으로 두는 자체적인 소형항공사 설립 추진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처럼 K-LCC업계는 현존하는 9개사 말고도 수많은 항공사가 만들어졌고, 준비되어졌고, 역사적인 취항을 했고, 취항을 못하고 도산하거나 중도 포기한 사례가도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지금은 잊혀졌지만 현존하는 K-LCC 9개사의 현재 이름과 다른 항공사들이거나 잊혀지고 있는 이름들은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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