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유신·전두환·KT·국보법...두려운 그림자들

김효정 기자 2023-01-19 15:22:42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지난 10일 개최된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 행사에 대통령이 참석한 것은 지난 2016년 이후 7년만이다. 윤 대통령의 참석으로 행사의 격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행사에 참석했던 언론인들은 대부분은 불평의 목소리를 늘어놓았다.

유신

"아니 유신시대도 아니고..."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섞인 불만이었다.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일부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대통령의 도착 시간 30~40분 전에 자리 착석 및 행사장 밖 이동 금지, 그리고 의전 담당자들이 참석자에게 흰색 마스크 제공 및 착용 강권 등에 대해 불편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촬영하는 것 등도 엄격하게 금지됐다. 

물론 이 정도의 행태에 '유신시대'를 언급하는 것은 과하다. 유신시대는 대통령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부여하고 종신 집권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유신헌법을 기틀로 유지됐던 시기를 일컫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만, 2023년 대한민국의 현재는 그 당시에 비해 민주주의와 개인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신년인사회에서의 이러한 의전 행태에 대해 날이 선 비난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IPTV 상용서비스 개막식에 참석했을 때 기자도 그 자리에 있었다. 대통령의 참석으로 행사장 내 이동통신 서비스 차단 정도의 경호는 이뤄졌었지만, 그 외에 불필요한 제재는 없었다. 심지어 이 전 대통령은 인사말이 끝난 후 단상 아래로 내려와 참석자들과 직접 악수를 나누는 소통을 했다. 예정에 없던 대통령의 돌발 행동으로 경호원들이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 

당시 기자는 행사장에 준비된 스낵을 먹기 위해 한쪽 구석에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두드려서 돌아보니 대통령이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정치 성향과 상관 없이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했던 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김건희 여사. /사진=연합뉴스

전두환

얼마 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우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아들인 장용준(예명 노엘)이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래퍼로 활동하는 장용준이 자신의 랩에 '전두환 시대'를 언급한 것이다. 군부 정권의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피해자들과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남긴 인물이다. 

그의 랩 가사에는 '전두환 시대였다면 네가 나 건드리면 가지, 바로 지하실'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른 래퍼가 자신을 비난한 것에 대한 맞대응인데, 윤석열 정권의 실세라고 알려진 장제원 의원의 아들이 언급하기에 매우 부적절한 내용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와 경찰 폭행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철 없는 한 개인이 일으킨 논란으로 볼 수도 있지만, 기득권 핵심 세력의 가족이 평소 가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확대 해석한다면 이를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불쾌감을 느낄만 하다.

KT

KT 대표의 연임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올해 3월 임기가 끝나는 구현모 KT 대표는 지난해 11월 연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구 대표는 KT 내부는 물론, KT의 주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KT를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전환하는 사업 전략을 성공적으로 펼쳐왔고, KT의 기업가치를 3년 만에 45% 가량 올리는 등의 성과를 보여줬다. KT노동조합도 공식적인 지지를 하고 있으며, 주가를 한 껏 올려 주주들도 그의 연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KT의 1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구 대표의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구 대표가 현직자 우선 심사에서 CEO 연임 적격을 받고도 셀프 연임 대신 후보 경선 심사를 자청했고, 최종적으로 KT 이사회가 KT CEO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란 판단을 내렸음에도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통해 연임을 반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개입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KT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그치지 않았고, 이번에도 정치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이 강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정권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은 KT만이 아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퇴진 배경도 정권의 압박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영화 21주년을 맞이한 KT가 여전히 정권의 압박을 받는 것처럼, 오너 없는 기업으로 불리우는 금융지주 역시 비슷한 이유로 CEO 교체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갑자기 용퇴를 선언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3연임을 예상했지만,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농협금융의 경우도 손병환 회장의 자리를 윤석열 대선 캠프 인사였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차지한 사례가 있다. 

국보법

19일 경찰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건설노조를 압수수색했다. 노조의 조합원 채용 강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양대노총 건설노조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하루 전인 18일에는 국가정보원 등 공안당국이 민주노총 본부, 보건의료산업노조 등의 간부급 인사들에 대해 국가보안법(국보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최근 화물연대의 불법파업과 산업계의 피해, 그리고 건설노조가 자행했던 불합리한 행태를 바로 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민주노총에 대해 국가보안법 혐의로 압수수색하는 것에는 의문 부호가 따른다. 때아닌 '간첩' 이슈는 실체 파악은 쉽지 않고, 빨갱이 논란에 불을 지펴 결국에는 정치적 논쟁을 점화하는 촉매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안당국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지난 2017년과 2019년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북한 문화교류국 소속 공작원과 회합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정황이 사실이라면,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접촉하고 활동했는지 밝혀내야 할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통상적으로 국보법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수준을 오버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공안당국 수사 자체의 의도와 배경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해당 수사가 정치적인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노총은 국정원과 경찰의 압수수색을 색깔론 공세로 규정하고 오는 7월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8일 오전 국정원 압수수색이 이루어지고 있는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서울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경찰에 항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현재 한국 사회는 민주주의에 대한 꾸준한 열망과 노력으로 이뤄진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다. 무조건적인 자유 보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민주화에 친화적이다. 공공의 필요에 따라서 개인재산권에는 제한이 가능하고,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는 등 사회민주주의적인 요소도 있다. 이는 1987년 개정된 헌법에 들어있는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0년 8월 검찰총장 시절에 문재인 정권에 대해서 독재와 전체주의로 자유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평을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인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주의라는 단어에는 당연히 자유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자유를 유독 강조해 왔다. 그가 말하는 자유민주주의는 아마도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척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일련의 사례들은 윤 대통령의 정치적 소신과 정면 충돌하는 일들로 비춰질 수도 있을 것이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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