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25)K-LCC에 대한 각종 소문, 그 오해와 진실 ④LCC는 해외에서 정비를 해 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LCC는 해외에서 정비를 해 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김효정 기자 2023-01-18 07:49:02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K-LCC의 상당수가 해외에서 정비를 하기 때문에 신속한 대응에 문제가 있고 이로 말미암아 기존항공사 대비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는 오해가 꽤 오랜 기간 상존했다. 이처럼 ‘해외 중정비’는 K-LCC의 안전문제를 지적하는 단골소재였다. ‘중정비’라는 어감 때문일까? 게다가 자체가 아닌 데다 국내도 아니고 해외에서 받는다니 더 솔깃해졌다. ‘A항공사는 해외에서 중정비를 받는다’는 지적은 마치 심각한 문제가 있는 항공기를 자체적으로 정비를 하지 못해 해외시설에 의존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정비’는 심각한 결함이 있는 항공기를 수리하는 것이 아니다. 오해의 시작은 ‘중정비’로 불리는 C체크라는 점검단계에서 비롯됐다. C체크와 D체크를 통상 ‘중정비’라 부르는데, 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적된 기술력과 인프라가 필요하다. 또 중정비는 일상적인 점검이 아닌 정해진 주기에 맞춰 진행하는 것으로 돌발적인 정비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응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통상 6000~7000시간 정도 일정시간 비행을 한 항공기를 검사하는 것이다. 즉, 정해진 시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하는 자동차 정기검사 성격과 유사하다.

따라서 C체크는 ‘중(重)정비’라는 용어보다는 ‘정기점검’이 더 적절해 보인다. 정기점검이 마치 중요한 정비를 자체적으로 하지 못해 해외에서 해오는 것으로 오해를 사게 만든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주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인 셈이다. 문제가 있는 항공기를 정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시간 비행을 하는 동안 눈에 보이는 곳은 물론 각종 부품의 내부까지 초정밀 장비를 활용해 점검하는 단계다. 이는 법으로 정한 안전점검이다. 때문에 보잉이나 에어버스 등의 제작사 인증과 해당정부의 허가를 득한 정비처에서만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기 제작사와 해당국가의 항공당국, 미국 연방항공청, 그리고 점검의뢰를 하는 항공사를 관리∙감독하는 국가까지 승인을 해야 한다. 즉, 우리나라 항공사들이 해외 중정비를 받으려면 해당시설은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정리를 하자면, 고장 난 비행기를 직접 수리하지 못해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해야 하는 정기점검을 해외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이 이 같은 중정비 능력을 갖춰 해외 항공사의 중정비를 수주하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도 2013년 인천공항에 제2격납고를 완공하기 이전에는 매년 해외에서 중정비를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항공사 중 일부는 왜 해외에서 중정비를 받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규모와 효율성의 문제다. 중정비를 위한 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정수준 이상의 수요 확보가 필수적이다. K-LCC는 물론이고 엔진과 기체 정비를 위해 국적항공사들이 부분적으로 해외 중정비에 의존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K-LCC의 경우 제주항공은 자사의 정비본부를 통해 정기점검(중정비)을 제외한 운항정비 모두를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정기점검의 경우에만 중국 등 우리나라에서 가까운 해외 중정비업체에 의뢰한다. 진에어의 경우 모회사인 대한항공 계열사인 한국공항, 에어부산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에 외주를 맡기고 있다. 결국 외주의 대상만 다를 뿐 ‘외주’라는 형식을 통해 항공기 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수행하고 있는 C체크는 중국 상하이 푸동공항에 있는 보잉상하이에서 많이 했다. C체크 대상 항공기를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출발시켰기 때문에 아무래도 거리상 중국 상하이가 비용적인 측면에서 유리했다. 보잉상하이는 미국 보잉사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설립된 글로벌 항공기 유지∙정비업체이다. 보잉상하이는 우리나라 항공안전 감독기관의 승인은 물론 미국 연방항공청의 인가를 받았으며, B737-800을 포함 767과 777, 747 등의 상용항공기 정비사업장 인가를 받은 전문회사이다. 보잉상하이의 고객사는 제주항공과 중국 동방항공, 에어차이나는 물론 미국 델타, DHL 등 전 세계 주요 항공사의 일상정비 및 중정비를 시행했다.

우리나라는 대한항공의 존재감 때문인지 항공의 모든 기준이 대한항공이다. 대한항공이 자체적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기 때문에 나머지 회사도 모두 그래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우리가 늘 이용하는 시내버스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그 회사가 운행하는 모든 버스의 정비역량을 갖췄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시설의 한계, 그리고 비용의 문제가 생긴다면 당연히 외부에서 정비를 수행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다. 외부업체가 차량제작사이거나 제작사가 인증한 업체라면 안전문제는 신뢰할 수 있다.

하지만 유독 항공기에 대해서는 제조사보다 항공사 정비를 더 신뢰하고 있다. 버스 제조업체 소속 정비보다는 시내버스 회사의 정비가 더 신뢰를 받는 셈이다. 항공사 정비사들은 면장을 소유한 전문가들이고 국토교통부 규정에 따라 엄격한 관리하에 정비를 진행한다. K-LCC가 해외에서 정비를 받는다고 해서 정비관리를 소홀히 하고, 자체정비를 실시하는 FSC의 정비관리 수준이 높다는 생각은 오산이다.

정리하면, 고장 난 비행기를 직접 수리하지 못해 해외로 내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마다 진행해야 하는 정기점검을 해외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것이다. K-LCC가 해외에서 C체크를 받는 곳은 우리나라 항공안전 감독기관의 승인은 물론 미국 연방항공청의 인가를 받은 곳이며 전 세계 주요 항공사의 일상정비와 정기점검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보잉과 에어버스와 같은 항공기 제작사의 지사도 포함되어 있으며 소속된 정비사 또한 검증된 전문가들이다.

모든 항공사는 항공기 운항과 관련한 사실상 모든 것을 감독하고 관리하는 관계당국의 승인을 얻은 매뉴얼에 따라서 시행한다. 그리고 기존항공사와 K-LCC의 적용하는 기준과 법 적용은 동일하다. 정비가 필요한 항공기는 손님을 태울 수도 없지만 승무원도 타지 않는다.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 항공안전은 인명피해가 생길 수 있고 항공사의 존폐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안전사고는 어쩌면 항공사가 제일 꺼린다. 정비비용을 조금 아껴 이득을 보기에는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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