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선 넘었지" SPC, 사망사고 발생한 기계 가동...회사 측 "사실 아니다"
2022-10-19
[스마트에프엔=홍선혜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SPC그룹 본사 건물에서 지난 15일 SPC 계열사 SPL 평택 빵 재료 공장에서 20대 여성 직원이 혼합기에 끼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SPC 20대 노동자 사망사고 발생
지난 15일 SPC 계열 제빵공장 평택 SPL 사업장에서 20대 여성이 1m가 넘는 배합기에 식자재를 넣어 샌스위치 소스를 만드는 작업을 하던 중 배합기 내부에 상반신이 끼어들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배합기에 몸이 낀 A씨를 동료 직원이 발견해 조속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끝내 숨졌다. 현장에는 A씨 외 다른 직원 1명이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A씨만 자리하고 다른 직원은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허 회장은 지난 16일 저녁 빈소에 직접 방문해 "사업장에서 발생한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저희 회사 생산 현장에서 고귀한 생명이 희생된 것에 대해 매우 참담하고 안타깝게 생각하며,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또한 "회사는 관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유가족 분들의 눈물을 닦아 드리고,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망사건 발생 후 기계 가동 계속되자 불매운동 확산
그러나 사망한 사건 발생 후 다음날 기계 가동이 계속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SPC의 비상식적인 후속 대응에 격분하는 글이 쏟아져 나오면서 SPC불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PC의 계열사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샤니, 삼립식품 목록이 공유되고 있다. 18일 기준 1만 6000건이 넘게 리트윗된 이미지에는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로고가 나열됐다.
특히 SPC의 미숙한 대응이 불매운동을 확산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PC는 사고 다음날에도 영국 런던에 매장을 오픈했다는 보도자료를 냈고 허영인 회장의 사과문 역시 사고발생 이틀 후에나 나왔다.
이에 대해 SPC그룹은 작업이 계속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SPC 측는 “사고 당시 목격한 직원들은 전부 업무 중단시키고 인근 생산라인 역시 현재 모두 중단한 상태”라며 “150명의 직원들에게 유급 휴가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영인 SPC회장의 사과문에 따르면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으며 실제 사고 다음날에도 작업 있었다고 인정했다.
허영인 회장 "관계당국 조사 성실히 임할 것"
허 회장은 이번사건과 관련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할 것" 이라며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진단’을 즉시 실시해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 직원으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안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평택 SPL 제빵공장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섰다. 노동부는 SPC 계열사 대표를 입건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장을 포함해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해 내부 작업 절차와 안전 매뉴얼 등의 자료를 확보 중이다. 특히 앞서 지난 4월에도 SPL 공장에서 끼임 부상사고가 2차례나 발생한 것으로 파악돼 재발방지 대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아래는 허영인회장의 사과문 전문이다.
먼저, 지난 15일 저희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다시 한번 고인과 유가족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 드립니다. 회사는 관계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가족 분들이 슬픔을 딛고 일어서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예우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SPL 뿐만 아니라, 저와 저희 회사 구성원들 모두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특히,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입니다.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습니다.힘든 시간을 보냈을 직원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시스템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안전경영을 대폭 강화하도록 하겠습니다.먼저,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그룹 전 사업장에 대한 ‘산업안전보건 진단’을 즉시 실시하여, 종합적인 안전관리 개선책을 수립해 실행하겠습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춘 사외 인사와 현장 직원으로 구성된 ‘안전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안전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이와 더불어, 언제나 직원을 먼저 생각하고,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다시 한번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뼈를 깎는 노력으로 안전관리 강화는 물론, 인간적인 존중과 배려의 문화를 정착시켜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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