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3사, 재택근무 중단 및 전면 출근 방식 체제로 변환
이영 중기부 장관 "주52시간 근무 제도 수정 필요해"
게임협회, 유연근무제 긍정적 vs 노조, 분노 표출
게임업계 "중견기업 이상은 이미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큰 변화 없을 것"
황성완 기자2022-05-31 09:44:40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하고 엔데믹(풍토병)을 선언함에 따라 기업들도 재택근무에서 현장근무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 다만 IT 기업 등 상대적으로 비대면 근무가 자연스러운 회사들의 경우 사무실 출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직원들이 불만이 있다. 이들 기업은 재택과 사무실 출근은 병행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언급한 유연근무제 도입이 기업과 직장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촉발했던 '판교 등대'(게임 및 IT 기업 개발자들이 밤새 일하던 노동 문화를 일컫는 말)가 부활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거세다. 이에 대한 게임업계의 의견을 들어보니 주52시간 근무제 변경에 관해 게임협회는 긍정적인 반면, 게임 노조 측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다만 게임사들은 중립적인 의견을 보였다.
2일부터 전면 근무체제 돌입하는 게임업계…"거리 두기 전면 해제에 따른 일상 회복"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 주요 게임 3사는 오는 6월부터 재택근무를 중단하고 전면 출근방식 체제로 돌아간다. 게임 개발의 경우 협업과 회의가 수시로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재택근무로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기에 한계가 분명했다. 최근 게임사들이 신작을 출시하지 못한 결정적 이유 중 하나가 개발자들의 재택근무기도 했다. 주요 게임사의 전면 출근 시작은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게임 제작을 정상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모든 게임사가 전면 출근제를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컴투스·컴투스홀딩스의 경우 전사 재택 근무를 유지하고 있으며, 상황에 맞게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컴투스 역시 핵심 개발자나 프로젝트팀은 상황에 맞는 근무체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내달 2일부터 전원 출근제로의 변경을 사내에 공지했다. 넷마블은 6월 7일부터 정상 근무체제로 전환하며 임산부나 유증상자 등을 재택근무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운영키로 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거리 두기 전면 해제가 이뤄짐에 따라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고자 한다"며 "6월 2일부터는 전체 출근으로 근무 정책을 전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52시간제' 변경에 게임협회·노조·반응도 엇갈려…업계 반응은 중립 유지
게임업계가 정상 근무체제로 전환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주52시간 해제 공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일 '110대 국정과제'에 '스타트업·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를 포함시켰다. 게임 업계를 포함한 IT업계에서는 '업의 특성상' 그동안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업계의 신작 출시 지연이다. 개발자들의 경우, 특정 게임 신작 프로젝트에 참가하면 일정 기간에는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주52시간제 근무가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소프트웨어 개발사 역시 이와 비슷한 문제가 비일비재 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임원은 "주니어 개발자들은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어도 자신의 근무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식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마무리가 안된다. MZ세대의 문화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시니어 개발자들이 밤새 일을 해 납기를 맞추는 경우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고 하소연 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6일 경기 판교에 위치한 창조경제 혁신센터 창업존에서 진행된 중소·벤처기업간담회에서 IT업계 주 52시간제 변경에 대해 언급했다. 이 장관은 "주 52시간은 노동 착취의 열악한 환경을 가진 기업을 제재하기 위한 선의의 제도"라며 "다만 모든 기업과 사람에게 적용하는 것은 문제이며 말이 안된다"고 제도 수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주52시간 적용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국회 법 개정이 어려우면 현장에서의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이 제도가 도입되기 전인 지난 2018년 3월까지는 게임·IT업계에선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야근이 많았다. 서비스 출시 전 업무량 급증 시기, 밤새 야근하다 보니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아 판교는 꺼지지 않는 등대로 표현됐다. 하지만 주 52시간제 도입과 노조의 등장,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면서 이런 관행은 점차 사라졌다.
그러자 기업들이 이러한 기준 적용에 어려움을 호소하면서 이를 완화하자는 주장을 제기하고 나섰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 주52시간제 근무가 5~49인 규모사업장으로 확대되자 IT·스타트업계에선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윤 대통령도 대선 기간 중에 "게임 하나를 개발하려면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근로 시간 유연화 정책에 힘이 실렸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고소득 사무직은 근로시간 제한 규제가 풀린다. 아울러 회사가 연장 근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기업이 고성과자에 대해선 다른 방식(보너스, 성과급, 스톡옵션)으로 보상하게 된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치열한 상황인 IT업계에선 주 52시간제 획일적 적용이 족쇄라는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다.
게임 업계, 유연근무제 도입에 의견 엇갈려
이 정책에 관해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긍정적이다. 협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게임을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업계 자체로는 긍정적으로 본다"며 "정부가 업종별로 시간 제한을 나누면 문제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유연근무제 도입에 따른 야근 등 과도한 업무에 대한 우려로 게임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비판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배수찬 넥슨노조 지회장은 "지금도 각종 병원이 호황인 곳이 판교"라며 "힙하고 창의적인 직무여도 퇴근 못하고 잠 제대로 못 자면 골병 드는 것은 똑같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등급 고기와 상한 고기를 번갈아가며 먹는다고 배탈이 안 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 유연화는 어떤 고기는 좀 더 썩어도 된다는 조건으로, 다른 고기를 더 맛있게 해주겠다는 것으로 들릴 뿐이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
한편, 게임업계의 반응은 중립적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연근무제에 대해 각 회사와 회사 내 부서마다 입장이 다를 것이다. 중견기업 이상은 이미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덧붙여서 그는 "다만 이런 근무제가 도입된다면 불만을 갖는 인재들이 떠날 것으로 예상돼 기업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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