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새국면…경영권·지배구조 영향받나

교보생명과 사모펀드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컨소시엄(이하 어피니티) 간 풋옵션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풋옵션 주식의 공정시장가치(FMV) 재산정을 위해 신창재 교보생명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에게 감정평가기관 선임 명령을 골자로 하는 2차 결론을 내면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ICC 중재판정부는 17일(현지시각) 신창재 의장이 30일 이내에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어피니티의 풋옵션 주식 FMV를 재산정하도록 판정했다.

앞서 어피니티는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01%를 1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며 풋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교보생명이 2015년 말까지 상장(IPO)을 완료하지 않을 경우 어피니티는 보유 지분을 신 회장에게 매도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

어피니티가 2018년 10월 해당 권리를 행사하며 분쟁이 시작됐다. 어피니티 측이 선임한 안진회계법인은 주당 40만9000원의 FMV를 산정했으나 신 회장은 가격이 과도하다며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중재로 이어졌고 2021년 9월 1차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니티가 제시한 가격으로 주식을 매수할 의무가 없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이번 2차 중재판정부는 FMV 재산정을 위한 감정평가기관 선임을 신 회장에게 명령했다. 또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매일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신 회장 측은 1차 판정과 배치된다며 중재판정 취소 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풋옵션 주식의 최종 가격은 제3의 평가기관 산정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과거 안진회계법인이 제시한 주당 41만원보다 낮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2023년 교보생명의 자사주 매입 가격이었던 주당 19만8000원이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분쟁이 교보생명의 경영권 및 지배구조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교보생명 측은 경영권 및 지배구조 관련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정 기자 hj.lee@smartf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