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에 밀린 농심…답은 미국에 있다

홍선혜 기자 2024-11-25 11:35:53
국내 라면업계 1등 공신 농심이 3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로 삼양식품에 밀려났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으로 대박을 친 삼양식품과는 달리 내실에 집중했던 농심은 국내 소비 침체로 큰 타격을 받았다.

농심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8504억원, 영업이익 37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0.6%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32.5% 줄었다.

같은 기간 삼양식품은 날아올랐다. 특히 해외부문 성장세를 바탕으로 1~3분기 누적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 연간 실적을 넘어섰다. 매출은 4389억원, 영업이익은 873억원으로 각각 전년 비 4389억원, 873억원 증가했다.

국내 라면업계 1위를 달렸던 농심이 삼양에 밀린 이유는 내수침체와 중국시장에서 부진했던 탓이다.

삼양식품의 경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달한다. 현재 수출 국가는 중국 40%, 동남아 30%, 미주 15% 등 총 90여개다. 삼양식품은 해외판매법인을 중심으로 한 현지 맞춤형 전략과 미국 및 유럽 내 불닭브랜드 인기 확산이 매출로 이어지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신라면 툼바. / 사진=농심 

이와 반대로 농심은 국내사업에 조금 더 힘줬지만 경기 둔화로 인해 시장규모가 축소됐고 비중을 많이 차지했던 중국사업도 현지 소비 침체가 이어졌다. 특히 중국 온라인 채널 판매가 부진해 매출이 하락했다. 더불어 내수시장 침체에 대응한 판촉비 증가와 해상운임을 포함한 수출 비용 등 경영비용의 상승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

농심은 4분기에 신제품 및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두겠다는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조사한 한국 라면의 올해 미국 수출액은 10월 말 기준1억8000만달러(약 251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65.0% 증가했다. 

최근 미국에서 급성장중인 삼양식품은 미국 유명 래퍼 카디비 효과를 보고 있다. 카디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 시식 영상을 올리자 조회 수 3000만을 훌쩍 넘겼고 미국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졌다. 앞서 삼양식품은 미주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21년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판매법인 '삼양아메리카‘를 설립했다. 

뉴욕 타임스퀘어에 띄워진 스플래시 불닭 광고. / 사진=삼양라운드스퀘어 


삼양식품은 해외 유튜버나 샐럽의 덕을 많이 본 기업이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이 나비효과를 가져다줬다. 처음 불닭볶음면은 ‘영국 남자’로 알려진 유튜브 스타 조쉬가 불닭볶음면 먹기에 도전하는 영상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세계적으로 ‘Fire Noodle Challenge'가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국의 월마트, 코스트코 등에 입점해 지난해 보다 154% 성장한 1억2200만달러(1703억4860만원)의 매출을 달성했으며 최근에는 불닭떡볶이 2종(오리지널, 까르보)을 미국 월마트에 신규 입점했다.

농심도 미국시장을 공략할 히트상품을 출시했다. 바로 투움바 파스타 레시피에서 착안한 신제품 '신라면 툼바'다. 신라면 툼바는 국내 출시 전 해외 법인에서 실시한 현지 시식 평가에서 '풍부하고 진한 소스와 매운맛의 조화가 완벽하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농심은 신라면 툼바 봉지면 출시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글로벌 마케팅에 나설 전망이다. 

불닭볶음면 제품들.       /사진=삼양식품


지난 7일부터 신라면 툼바는 미국 현지 생산과 거래처 입점을 시작했으며, 올해 말까지 대만, 말레이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시아 및 중동지역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내년 3월에는 영국, 독일 등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입지를 넓힐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에서 큰 반응을 얻은 신라면 툼바를 4분기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할 예정이며, 10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미국법인의 용기면 라인 증설 효과를 통해 매출 및 이익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식품부에 따르면 라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0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0% 증가했다. 전체 k푸드 수출품목 중 라면이 차지하는 비중도 12.5%로 가장 높았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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