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속 신한은행③] 재일동포의 모국사랑, '新韓은행' 빚어내다

광복 이후 일본 남게 된 '자이니치'…지속적 모국 헌신
국토개발·경제지원·스포츠문화 속 재일동포 활약 눈길
한별 기자 2024-11-13 07:00:02
본보 취재진은 11월12일 서울시 중구 소재 '한국금융사박물관'과 '재일한국인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금융사 속 신한은행'을 3부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자이니치'라고도 불리는 재일동포는 광복 당시 일본에 남아있던 200만명 가량의 동포 중 지금까지 일본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의미한다. '재일한국인기념관'은 이들 재일동포의 삶과 활약상을 기록·영상물·증강현실(AR)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재일동포가 한국 금융사에 기여한 활약상이 눈에 띈다. 

◆ 재일동포의 폭넓은 모국투자 
1961년 한국과 일본의 1인당 국민소득은 각각 82달러와 760달러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1년 후인 1962년 재일동포 경제인 400명은 재일한국인상공회연합회(재일한상)를 창립한다. 한국 정부로부터 유일하게 재일동포 경제단체로 인정받은 재일한상은 1965년 국교가 수립된 후 모국투자 촉진에 앞장섰다. 2016년 5월 재일한상은 '일반사단법인 재일한국상공회의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현재도 1만개 회원사가 소속돼 있다.

이들의 모국투자 대표적인 사례는 '구로공단'이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의 전신인 구로공단은 1967년 준공해 재일동포 투자기업 18개가 입주했다. 이들 기업은 전기, 전자, 화학, 비료, 섬유, 금속 등 당시 첨단산업으로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업종으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재일동포의 사업은 경북 구미공단, 경남 마산수출자유구역, 경기 안산반월공단 등에서 폭넓게 진행됐다.

12일 서울시 중구 소재 '재일한국인기념관'의 전시 모습. 신한은행 설립 등 재일동포가 한국 경제사에 미친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사진=한별 기자 

 

◆ 순수 민간자본만으로 '신한은행' 설립 
1977년 출자금 30억원의 단자금융회사 '주식회사 제일투자금융'이 설립됐다. 125명의 창립자는 모두 재일동포로 구성됐다. 제일투자금융은 부동산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실적을 올림과 동시에 고객서비스센터를 도입했다. 이후 회사의 고객 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서비스센터를 개방해 재무, 세무, 금융 상담을 실시했다. 이 경험은 이후 신한은행에 '고객중심'이 최우선 가치라는 기본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재일동포는 이와는 별도로 고국의 민간은행 설립에도 발벗고 나섰다. 1982년 7월7일 이희건 신한은행 초대 회장을 포함한 재일한국인 341명은 순수 민간자본만으로 신한은행을 창립했다. 이 회장은 '고객제일주의' 경영철학과 전문경영인 제도, 주인의식 경영, 상업주의 기초 경영시스템, 능력 본위의 공정한 인사정책 등을 기반으로 신한은행 성장의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일동포의 은행 설립까지는 총 10년이 소요됐다. 1970년대 초반부터 은행설립을 청원했으나 번번이 불인가 판정을 받았다. 5번의 청원 끝에 은행 인가를 받아냈고, 개점 첫날 영업지점 3개에는 1만7520명이 방문했으며, 예금 수신고는 378억4800만원을 기록했다. 하루 만에 창립자본금(250억원)의 1.5배의 자금을 유치한 것이다. 

◆ IMF 당시 모국송금…대한민국 공관 설립 주도 
재일동포의 노력은 단순히 은행이나 회사 설립, 투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1997년 IMF 위기 당시에는 4만8000명의 재일동포가 참여한 '1가정 10만엔 이상 모국송금' 캠페인을 통해 781억엔의 거금을 모아 우리 정부에 쾌척했다. 뿐만 아니라 오사카 재일동포 서갑호 씨의 도쿄 부지와 저택 기증을 시작으로 10개의 대한민국 주일본 공관 중 9개가 재일동포들의 기증으로 세워졌다.  이들 재일동포가 기증한 한국 공관의 가치는 현 시세로 2조원을 상회한다. 특히 재일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오사카 총영사관은 3년간의 모금을 통해 건립됐다. 재일동포 기업인과 재일한국민단은 1971년부터 공관 건설을 주도해 설계부터 부지 매입, 건설공사까지 전 과정을 관장했다. 

재일동포들은 경제 분야뿐 아니라 올림픽 선수 후원, 재일동포 올림픽 출전, '70오사카 엑스포' 내 한국관 설립, '동해오픈'(현 신한동해오픈') 창설 등 문화와 스포츠 분야에서도 크게 기여했다. 재일동포들의 이같은 지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한국 정부도 적극 움직이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9월 재외동포 보호를 위해 '대한민국 외교부와 일본국 외무성 간 제3국 내 한국 및 일본 재외국민보호 협력에 관한 각서'를 체결했다. 

한별 기자 star72@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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