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코베이는' 해외 온라인여행사...이대로 괜찮은가

홍선혜 기자 2024-10-23 10:57:54
기다렸던 여행이 불안감으로 다가오는 것만큼 끔찍한 공포는 없을 것이다. 수수료, 환불 거부 등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 온라인 여행사)의 문제점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점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글로벌 OTA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항공사와 호텔과 계약을 맺고 최저가를 중개하는 예약 사이트로 아고다와 트립닷컴 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돈을 아끼기 위해 공식 홈페이지 보다는 여행사 등 중계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글로벌 OTA가 매번 저렴한 것은 아니다. 직접 인천에서 오사카를 기준으로 트립닷컴과 티웨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 날짜를 검색해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트립닷컴(18만 869원) 항공권이 티웨이(15만 4400원) 보다 2만 6469원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실제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약 한 달간 8개 노선의 왕복 항공권을 10개 업체에서 각각 10차례씩 모두 800차례 조사한 결과, 글로벌 OTA 가격이 항공사보다 높은 경우가 71.4%(571차례)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은 고투게이트와 마이트립, 아고다, 이드림스, 익스피디아, 키위닷컴, 트립닷컴 등 해외 업체 7곳과 와이페이모어와 인터파크, 하나투어 등 국내 업체 3곳이다. 

인천에서 오사카를 기준으로 (오른쪽)트립닷컴과 티웨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같은 날짜를 검색해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트립닷컴 항공권이 티웨이 보다 원 더 비싸게 판매되고 있었다. / 사진=각 사 홈페이지 캡쳐본 

글로벌 OTA, 수수료 높아서 취소시 소비자 손해 커

특히 글로벌 OTA를 끼고 구매할시 수수료 또한 높아 항공권을 취소한다면 손해 보는 금액이 항공사 공식 사이트 보다 비싸다. 

항공사 부과 취소 수수료에 온라인여행사 자체 취소 수수료를 더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은 익스피디아와 키위닷컴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온라인여행사가 더 비싼 구조라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조금만 검색해 봐도 글로벌 OTA 이용자 중 항공권이나 숙박권 문제로 피해를 입고 분노하는 이들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접수받은 글로벌 OTA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6260건이다. 엔데믹 후 여행객들이 증가하면서 불만접수도 함께 늘어났다. 

품목별로 보면 항공권·항공서비스가 1158건(26.0%)으로 가장 많았고, 의류·신발 866건(19.4%), 숙박 742건(16.6%)순이었다. 구체적인 이유는 취소·환불·교환 지연 및 거부가 1607건(36.0%)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중한 제휴업체를 끼고 운영하는 글로벌 OTA의 경우 정상적인 환불을 받기 어려울 뿐 더러 상담원과의 소통에도 불편함을 겪는 경우가 빈번하다. 

활불규정 미비, 취소 수수료 내용 확인 어려워... 

몇몇 업체의 경우 환불규정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거나 교묘한 문구로 이용자로 하여금 혼란을 주고 취소 수수료에 대한 설명도 영문으로 적어 불편함을 야기하기도 한다. 심지어 아고다의 경우 최저가라고 해놓고 소비자가 결제하기 까지 타이머를 걸어둔다. 

예를 들면 10분 뒤 가격이 오른다는 식으로 화면을 띄워 소비자의 심리를 압박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며칠 뒤 이보다 더 가격이 떨어져 있기도 하다. 

트립닷컴 역시 고객이 타 사이트 보다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제시하면 해당 제품은 예약 취소가 불가한 상품이라 환불해 줄 수 없다고 하거나 호텔 측에서 협상을 거절했다는 안내로 책임을 회피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그러나 피해사례가 늘어나더라도 이들은 모두 해외 법인 회사이기 때문에 국내법을 적용 받지 않는다. 따라서 법적으로 규제하거나 제제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 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국제거래지원팀 김혜진 팀장은 "제대로 된 정보만 고지해도 1차적인 해결이 가능한데 이러한 것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소비자를 상대로 수수료 문제나 환불 정책을 명확하게 고지하는 것이 우선적이며 구매자는 수수료가 명확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이어 "또한 OTA에서 일종의 다크패턴 처럼 최초금액과 최종금액이 다른 경우, 계획 했던 금액이 아니라면 최대한 구매를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소비자 불만 많지만...뚜렷한 해결책은 없어

소비자들은 글로벌 OTA의 문제점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다.

직장인 A씨는 “얼마 전 아고다에서 숙소를 예약했는데 더 저렴한 사이트가 있어 취소하려니 당일이나 전날 취소도 아닌데 수수료를 내라고 했다”며 “주변에 한 다리만 건너도 글로벌 OTA에 대한 피해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마치 발암 물질 논란에도 국내 규제를 받지 않고 활개를 펼치는 C커머스와 비슷한 맥락 같다”며 “예매 후 취소하는 과정에서 몇 번 피해를 본 적이 있어 그 뒤로 해외 OTA는 기피하는 편이다”라고 전했다.

글로벌 OTA는 국내 고객을 위해 전화상담을 지원하거나 연중무휴 채팅상담 등 그 동안 불만이 많았던 응대방식을 좀 더 유연하게 바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아직까지 고객 서비스 불만은 높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글로벌 OTA의 문제점에 대해 마땅히 규제 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며 “피해를 최소하게 줄이기 위해서는 최종 결제까지 약관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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