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승승장구 SK하이닉스...삼성전자 “기다려 달라”
2024-09-27
인공지능(AI) 성장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삼성전자는 HBM3E 공급을 본격화하지 못해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6조7679억원, 매출은 18조1262억원으로 추산된다.
애초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7조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범용 D램이 필요한 모바일과 가전 등 IT(정보기술) 부문에서 수요가 부진하면서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전망치를 밑돌아도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삼성전자가 지난 8일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5조3000억원~6조3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시장의 정체 국면에도 HBM의 가격 상승세가 SK하이닉스 실적을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오는 4분기 HBM을 포함한 D램 평균 가격은 전분기 대비 8~13% 상승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범용 D램의 가격도 0~5%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HBM 가격 상승세는 20%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HBM 시장이 다소 둔화되더라도 HBM 이익률은 D램이나 낸드보다 2배가량 높아 실적 성장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4세대 HBM인 HBM3를 사실상 독점하는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5세대 HBM인 HBM3E 8단 제품을 엔비디아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 실적과 80%에 가까운 HBM3E 수율은 긍정적”이라며 “SK하이닉스의 HBM 주문은 오는 2026∼2027년까지 예약돼 있어 올해 16조∼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나 홀로 ‘반도체 한파’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최근 HBM 공급 지연과 더불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적자 등의 영향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내 HBM3E 8단 제품 양산을 목표로 HBM3E 12단 제품 퀄테스트를 진행했으나 여전히 통화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다수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지속해서 기술과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하지만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전영현 DS 부문장(부회장)은 지난 8일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쳐 송구하다”며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경영진에게 있으며 위기 극복을 위해 경영진이 앞장서 꼭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HBM3E의 사업화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 여파로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대로 시장 전망치인 10조원대를 밑돌았다.
인공지능(AI)·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견조했으나 삼성의 HBM가 경쟁업체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다.
애초 DS 부문 영업이익을 5조원대 안팎으로 예상됐으나 증권가는 잠정 실적 발표 이후 4조∼4조4000억원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3E 제품의 퀄 통과와 납품에 따라 삼성전자 실적에서 큰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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