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반도체 첨단패키징 기술 강국 도약…2031년까지 2744억원 투입
2024-09-11
역대 산업통상부 장관들이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역대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특별대담 개최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미국, 중국 및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해 기술 혁신 및 선점을 위해 앞다투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대응이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김 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갈수록 뒤처질 수밖에 없다”며 “인공지능(AI) 등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케 하는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면서 “우리도 미국 등 주요국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 D램 기술이 5년 한계가 올 것이라며 중국처럼 국가적 총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석좌교수는 “현재의 2D 스케링(Scaling)에 기반한 D램 성능 향상 추세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직구조 낸드플래시와 유사한 적층형 3D D램 구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및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한국이 후발국가 대비 보유한 D램 분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서 “특히 중국의 거센 추격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황 석좌교수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분야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장래에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며 “국가적 지원에 힘입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분야 진출은 향후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발전에 큰 도전이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 및 산업계의 노력이 경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을 결정한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윤상직 전 산업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등 4가지 필수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며 “오는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2023년 기준 약 144GW)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만 최소 10GW 전력이 필요하고 오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에 달할 것”이라면서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대담에서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타 국가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다양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육성은 물론 일본 수출규제 대응을 통해 마련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 흔들리지 않는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도 “PC 시대와 모바일 시대를 거쳐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제품 수요와 기술 변화,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경영 판단 및 기민한 대응과 함께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은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등)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초청 자격으로 대담에 나선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시대의 기술 혁신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전 장관은 “산학연 협력을 통해 AI의 엄청난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저전력 반도체 기술 개발이 신속하고 실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나라가 가진 특장점을 적극 활용해야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학과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지원이 시급하며 AI 관련 기업 지원 펀드 조성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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