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팹 건설에 20조 원…세제 혜택으로만 감당 안 돼”

최 회장, 지난 19일 제주포럼 기자회견서 “미국·일본처럼 적극적인 지원 필요”
“천문학적 비용 기업 혼자만 감당 어려워…정부차원에서 보조금 등 지원해 줘야”
최 회장 “아이들과 잘 지내고 있는데 이게 뉴스거리인가”
신종모 기자 2024-07-21 15:38:26
“첨단 반도체 팹(생산공장) 하나를 건설하는 데 20조 원이 드는데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 감당이 안 된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지난 19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을 계기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이 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 회장은 반도체 설비투자와 관련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한다”며 “미국, 일본처럼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은 거액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내세워 자국 반도체 사업 지원과 생산 시설 유치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국내 반도체산업 지원이 보조금이 아닌 세제 지원 위주다. 

최 회장은 정부의 세제·금융 지원 정책에 대해 “반도체 시장에서는 지속해서 성능 업그레이드를 요구하니 설비투자를 해서 공장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 팹 하나를 지을 때 투입되는 비용이 대략 20조 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대역폭 메모리(HBM) 경우는 쌓아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비용이 더 많이 든다“면서 ”세제 혜택 형태만으로는 잘 감당이 안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또 “팹에 20조 원을 투자하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면서 “반도체산업이 상당히 커서 서플라이체인(공급망) 안에서 일어나는 경제 임팩트가 엄청나게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인공지능(AI) 때문에 메모리 증가가 더 필요한 상태가 됐다”고 강조한 뒤 지금 아무리 돈을 벌어도 번 돈보다 더 투자해야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정부에서도 뭔가를 해 주셔야 한다”면서 “‘알아서 혼자 하라’는 식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부터 엔비디아에 4세대 제품인 HBM3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  사실상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시장을 주도하는 셈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열풍이 지속되면서 HBM 수요 증가에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HBM 수요에 대비해 투자비용이 늘리고 있지만 예산확보가 쉽지 상황이다. 

최 회장은 “HBM이 잘 팔려서 좋고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으나 솔직히 투자가 너무 과격하고 많이 들어간다”며 “앞으로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이 일어나면 배터리와 똑같은 상황이 여기서 안 일어나리라는 법이 없기에 이런 것을 잘 넘어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최 회장은 주요국의 반도체 설비투자 지원을 예를 들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상당히 많은 팹이 건설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과 일본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아들 인근씨. /사진=연합뉴스


한편 최 회장은 이날 제주포럼 기자회견에서 “이혼소송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슬하에 둔 세 자녀와 자주 만나며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커뮤니티에서 아들 인근 씨와 어깨동무한 모습이 포착된 사진이 화제를 모았다. 

이를 두고 최 회장은 “아버지와 아들이 만나는 게 왜 뉴스가 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며 “이런 데까지 온 걸 보면 저도 책임을 상당히 느낀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그는 “많은 분이 무엇을 상상하고 계셨나라는 생각도 든다”라며 “이게 어쩌다 있는 일이 아니라 저는 아들과 매일 테니스도 치고 같이 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애들과 소통하고 만나서 밥 먹는 게 이상한 일은 전혀 아니”라면서 “이상하게 보는 상황이 생겼다는 게 마음이 아프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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