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파업 기간 중 해외유흥 떠난 노조 간부들 논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조, 지난해 18박19일 총파업
이후 비노조원 업무 과중, 불만 터져나와 '노노 갈등' 비화
권오철 기자 2024-10-04 16:49:42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동조합의 일부 간부를 포함한 조합원들이 지난해 18박19일간의 총파업 기간 중 베트남 유흥업소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노조 측은 당시 총파업이 집단 휴가를 쓰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노조의 빈자리를 채우느라 업무 과부하에 걸린 비노조 직원(비노조원)들 사이에선 총파업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과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을 다녀온 조합원의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근거로 "해외XX투어를 다녀온 것이 아니냐"는 취지의 비판이 나왔고, 노조 측은 "가짜뉴스",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서며 비판을 제기한 직원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는 등 '노노 갈등'을 빚고 있다. 

4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삼성화재애니카손사 노조 간부 A·B씨와 조합원 C·D씨 등 4명은 지난해 9월22일부터 진행된 18박19일간의 노조 총파업 둘째 날인 9월23일부터 3박4일간의 베트남 호치민 여행을 떠났다.

총파업은 530여명의 조합원들이 집단 휴가를 쓰는 방식이었다. <관련기사: 2023년 9월20일자 '[단독] 삼성화재애니카손사 노조, '18박 19일' 총파업...추석연휴 보상업무 '빨간불''>

하지만 노동계 일각에선 총파업 쟁의행위 기간 중에 이뤄진 노조 간부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노조 관계자는 "통상 노조 간부는 임단협 기간에 휴가도 못 쓴다"면서 "더욱이 총파업 기간 중 특별한 사유 없이 해외에 나가는 것은 노조 간부로서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판은 내부에서도 터져나왔다. 삼성화재애니카손사는 삼성화재 고객의 자동차사고에 대한 대물보상 처리를 담당하는데, 18박19일의 총파업 동안 관련 실무는 일부 비노조원들에게 떠넘겨졌고, 총파업 막바지에는 수천 건에 달하는 자동차사고 담당자 배정이 지연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결국 총파업이 끝나갈 무렵인 2023년 10월6일, 비노조원 E씨는 노조 조합원과 비노조 직원들이 함께 있는 온라인 팀 단체대화방에서 노조를 향한 비판의 글을 쏟아냈다. 

2023년 10월6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비노조 직원 E씨가 온라인 팀 단체대화방에 올린 글 일부 캡처. 

그는 해당 글에서 "쟁의 기간에 노조원으로서 진심으로 뭘 했는지 궁금하다"면서 노조 간부 등이 참여한 베트남 여행을 겨냥해 "간부 포함 → 해외XX투어"라고 썼다.  

E씨는 베트남을 다녀온 조합원 중 D씨와 친분이 있었다. D씨는 수수료 절감 차원에서 E씨 소유의 신용카드를 빌려갔는데, 베트남에서의 카드 사용 내역이 고스란히 E씨 휴대전화로 전달됐다. 

2023년 9월24일 오후 8시59분(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소재 'F'에서 결제된 510만동(VND). 

한화로 약 28만원에 해당하는 액수다. E씨는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F'가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유흥업소라고 파악했다. 그는 'F' 소속 직원과 온라인 상으로 접촉해 서비스별 가격까지 확인했고, '해외XX투어'라고 판단한 것이다. 

노조원 D씨가 베트남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 

이에 노조 측은 "가짜뉴스",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E씨를 통신매체이용음란,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 모욕죄 등의 혐으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불송치를 결정했다. 경찰은 "(E씨 글은) 소속 직원으로서 쟁의 기간 내 노조원의 쟁의 활동에 대해 의문을 갖는 의견 표현에 불과하다"면서 "다소 과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만으로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검찰도 같은 이유로 불기소 결정을 내렸고, 노조 측이 항고했으나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노조는 지난 8월29일 법원에 검찰의 결정이 타당한지를 묻는 재정신청을 한 상태다.  

삼성화재애니카손사 노조 관계자는 ""해외XX투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F에서는) 술만 먹고 나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총파업은 집단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조합원 대부분은 가족, 친구와 휴가를 갔다. 그게 문제가 되진 않는다"라며 "(E씨가 글을 올린) 단체대화방에는 여직원도 있었다. 명백한 징계 사유"라고 강조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gmail.com

▶ 24시간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