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설사 환자 진료 거부해도 응급실 의사 처벌 않는다

홍선혜 기자 2024-09-16 15:30:12
앞으로 감기나 설사 같은 경증·비응급 상황의 환자 진료를 거부해도 의료진이 책임을 묻지 않아도 된다. 그동안 애매했던 의료진 면책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한 것이다.

16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응급의료법상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지침 안내' 공문 전국 17개 시도와 대한병원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에 보냈다.

응급의료법 제6조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 환자를 발견했을 때 곧바로 의료행위를 하도록 하는데, 복지부는 이 지침을 통해 정당한 진료 거부 사례를 명시했다.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4∼5급에 해당하는 경증·비응급 환자를 응급실에서 수용하지 않더라도 의료진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 

복지부에 따르면 앞서 언급한 환자들은  4급에는 착란(정신장애)이나 요로 감염이, 5급에는 감기나 장염, 설사 등이 대표적 증상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응급실 의료진은 중증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게됐다.

다만만 환자 스스로 정확한 몸 상태나 그 중증도를 알기 어려워 일단 응급실을 찾는 경우 이런 지침 역시 구체성이 다소 떨어져 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복지부는 응급실에서 폭력이 발생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정당한 진료 거부·기피로 규정했다.

서울 시내 한 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의료 관계자가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당 사항에는 응급의료 종사자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 위계, 위력 혹은 의료용 시설·기물의 손괴 등이 있다. 더불어 환자나 보호자가 모욕죄나 명예훼손죄, 폭행죄, 업무방해죄에 해당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의료인이 정상적인 의료행위를 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도 정당한 진료 거부로 보기로 했다.

복지부는 또 응급의료기관의 인력이나 시설, 장비가 부족해 적절한 응급의료 행위를 할 수 없는 경우, 통신·전력 마비나 화재 등 재난 때문에 환자를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에도 의료진이 정당하게 진료를 거부할 수 있게 했다.

의료진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의료인의 치료 방침에 따르지 않겠다고 하거나 의료인으로서의 양심과 전문 지식에 반하는 치료 방법을 요구받는 경우에도 진료를 거부할 수 있다.

복지부는 다만 이번 공문에서 응급의료법과 의료법에 따라 정당한 진료 거부 사유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지침을 마련했다면서도 "법령의 제·개정, 판례와 유권해석의 변경 등에 따라 (범위가) 바뀔 수 있다"고 전달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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