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구조개편 제동 건 금감원, 2차 정정 요구할까
2024-07-29
최근 사업구조 개편안을 두고 불거진 주주가치 훼손 논란과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두산 계열 3개사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주주와 적극 소통에 나서기로 했다.
두산 3사 대표는 지난 4일 서한 통해 “이번 사안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 사의 사업 환경과 시장 트렌드, 경쟁사 동향, 미래 전망 등을 놓고 이번 사업 재편을 통해 달성하려는 성장 전략을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력 발전 분야의 세계적 호황으로 전례 없는 사업기회를 눈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 등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지면 생기게 되는 1조 원 수준의 투자여력을 원전사업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서한에서 “체코 원전에 이어 폴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 영국 등의 신규 원전 수주도 기대된다”며 “향후 5년간 체코를 포함해 총 10기 내외의 수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에 대해서도 최근 인공지능(AI)을 위한 전력 수요의 유력한 대안으로 대두되면서 회사가 수립한 5년간 62기 수주 목표를 대폭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현재 계획된 수주는 회사의 원자력 주기기 제작 용량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어서 향후 5년간 연 4기 이상의 대형원전 제작 시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하는 목표를 수립했다”면서 “신기술 확보 및 적시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해 현금 확보와 더불어 추가 차입여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분할을 포함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을 마치면 차입금 7000억 원 감소,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현금 5000억 원 확보 등의 재무적 성과를 거두게 된다.
박 대표는 “추가로 생기는 차입여력과 확보되는 5000억 원의 현금 등 1조 원 수준의 신규 투자여력이 발생한다”며 “이는 생산설비 증설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산밥캣 분할 시 배당수익이 줄어드는 우려에 대해서는 “배당수익은 두산밥캣의 영업실적에 따라 매년 변동할 수밖에 없고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로 하는 투자재원에도 한참 부족한 수준”이라면서 “반면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확보하는 1조 원을 미래성장동력에 투자할 경우 배당수익보다 훨씬 높은 투자수익률로 더 많은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분할비율과 관련해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조심스러우나 주가는 기업가치와 주식수에 의해 결정되는데 분할 시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수는 25% 감소하는 반면 기업가치는 10%만 감소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따라서 재상장 시점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의 주당 가치는 두 비율의 차이만큼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두산밥캣은 주력 사업영역인 건설, 조경, 농업, 물류 등 분야의 소형장비 사업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화/자동화 트렌드’가 이번 사업재편 추진의 배경임을 밝혔다.
스캇박 두산밥캣 대표는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에 필수 요소가 될 무인화/자동화를 위해 두산밥캣을 비롯한 선도 업체들은 미래 기술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특히 로보틱스회사들과의 협력 또는 인수,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장비 분야 글로벌 1위 업체인 캐터필러의 지난 2020년 마블로봇 인수, 농업장비 글로벌 1위 업체인 디어앤컴퍼니의 지난 2021년 베어 플래그 로보틱스 인수를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러면서 “두산밥캣도 로보틱스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과의 기술적 협력을 추진해 오던 중 두산로보틱스와의 통합이 효과적 방안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스캇박 대표는 “산업용 자율주행 장비 시장은 오는 2031년 8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데 이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기존 제품들의 로봇화가 필수적이고 비전인식, 디지털트윈, 딥러닝, 정밀제어 등 많은 요소 기술들의 확보가 요구된다”면서 “두산로보틱스는 이런 로봇화 관련 강력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 공통 영역인 인공지능 및 무인화/자동화 요소 기술 확보를 위해 선도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인수합병, 제휴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 기술확보를 가속화하고 추가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전문용 서비스 로봇시장을 선점하고자 한다”면서 “양사의 투자 프로세스를 일원화해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투자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두산밥캣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이 두산로보틱스 주식으로 교환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두산로보틱스’ 이름의 주식으로 교환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이 주식은 주식교환 이전의 두산로보틱스가 아니라 당사와 두산로보틱스가 실질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통합법인’의 주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양사는 주식교환 완료 이후 신속히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사 주식교환 비율에 대해 그는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를 나타내는 객관적 지표는 주식시장의 시가이며 이 시가는 다수의 시장 참여자가 회사가치에 대한 독립적 판단을 근거로 상당 기간 수급에 따라 형성되는 가액이다”면서 “따라서 법에서도 상장법인 간 포괄적주식교환(합병 포함) 시 시가 대 시가로만 교환비율을 산정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사의 교환 가액인 두산로보틱스 80,114원, 두산밥캣 50,612원은 두 회사의 지난해 평균주가(두산로보틱스 80,564원, 두산밥캣 51,041원)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기존에 보유하던 자사주 이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취득하게 되는 자사주를 전부 소각할 예정”이라며 “두산밥캣이 현재까지 실시해 온 배당정책을 통합법인이 승계해 배당규모를 유지하고 통합법인의 사업적 성과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산로보틱스 류정훈 대표는 “두산밥캣과의 통합으로 시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업 성장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봇의 최대 시장인 북미, 유럽 시장에서 압도적 네트워크와 비즈니스 인프라를 갖춘 두산밥캣과 통합하면 이 최대 시장에서 고객에 대한 접점이 현재 대비 약 30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 대표는 “로봇 판매의 최대 수요기회가 예상되는 제조 물류 시장에서는 두산밥캣의 지게차와 즉시 공동 판매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더 나아가 시장 규모 약 10조 이상인 자율주행 로봇과 자율주행 무인 지게차에 공동으로 진출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서비스 시장에 특화된 협동로봇의 강자 두산로보틱스와 건설, 물류, 농업 분야에서 글로벌 최고 업력을 갖춘 두산밥캣이 결합하면 선점 업체가 없는 전문서비스 시장에서 단번에 압도적 리더로 도약해 글로벌 탑3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다”면서 “양사 간 시너지 창출을 통해 두산로보틱스는 상장 시점에 제시한 3년 뒤 매출 목표 대비 50%의 추가 성장이 가능해지면서 5년 내 매출 1조 원 이상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양사 주식교환 비율과 관련해 “두산로보틱스의 현재 매출과 이익 규모 만을 근거로 기업가치에 대한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서의 회사 가치는 과거/현재 실적 외 미래 잠재성, 기술력 등 다양한 근거에 기반하는 것”이라면서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3년간 매년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성장률을 상회하며 연 평균 20%씩 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개사 대표들은 주주서한에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의사에 따라 최종 결정되는 것”이라며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성장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믿고 있으며 미래 성장 모습을 감안해서 현명한 의사결정을 해달라”고 입을 모았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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