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 파업 방식 변경…'노조 리스크' 현실화

전삼노, 조합원 임금 손실 커지자 현업 복귀 요청
파업 수위 높이는 전삼노, 이재용 자택 농성 이어 국회까지
전영현 부회장, 노조 달래기 안감힘…성과급 지급률 혜택 강조
신종모 기자 2024-08-02 10:44:17
장기 파업을 선언한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현업에 복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사측과 사흘간 경기 기흥 한 사무실에서 임금 인상과 성과급 제도 개선 등을 놓고 걸쳐 협상을 벌였으나 협의점을 찾지 못해 파업을 방식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조합원들이 ‘무임금 무노동’ 원칙에 따라 파업에 참여하면서 임금 손실이 커지자 현업에 복귀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전날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통해 현시점부터 오는 5일까지 현업에 복귀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조합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합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사측을 지속 압박할 투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전삼노는 “이제는 장기 플랜으로 전환할 때”라며 “앞으로 전개될 투쟁의 성공을 위해 지속 가능한 게릴라 파업과 준법 투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복귀해도 되고 출근하더라도 게릴라 파업을 진행하게 되면 그때 일하다가도 나오면 된다”면서 “게릴라식 파업, 디지털 기록매체 복원 대응 지침, 녹취·채증 투쟁 등의 내용을 담은 상황별 대응 매뉴얼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삼노는 사측과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서 오는 5일까지 대표교섭 노조 지위가 보장된다. 6일부터 1개 노조라도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면 개별 교섭이 진행되거나 다시 교섭 창구 단일화를 진행해야 한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전삼노(4노조)를 비롯해 총 5개 노조가 있다. 전삼노는 제1노조인 사무직노동조합과의 통합을 예고했다.

손우목 전삼노 위원장은 “1노조와 흡수통합을 통해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전삼노가 1노조가 된다”며 “규모로 봐도 전삼노가 이제 1노조가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4 삼성호암상 시상식 참석을 위해 행사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응답하라’ 이재용 회장…파업 수위 높이는 전삼노 

전삼노는 사측과 협의가 결렬된 이후 지난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이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이재용 회장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이 회장은 ‘2024 파리 올림픽’ 참관 등을 위해 유럽 출장 중이다. 이 회장은 내부 소식통을 통해 자택 농성 사실을 인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일부 안에 대해 견해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협상 막판에 여가포인트 지급 등 복지 안건에서 절충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전삼노가 교섭 막판에 삼성전자 임직원 자사 제품 구매 사이트인 삼성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를 추가로 요구했다. 이에 사측은 전삼노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해 교섭이 결렬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위원장은 “총 파업 진행이 24일이 지났음에도 이 회장은 아무런 입장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며 “이 회장이 총파업 해결을 위해 직접 나서 입장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전삼노는 이 회장의 ‘무노조 경영 폐지’에 대해서 언급하며 “사실상 노조원을 탄압하고 있다면서 “사측이 노동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투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1969년 창립 이후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 회장인 지난 2020년 무노조 경영 방침을 폐지한다고 밝히면서 노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8월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되고 활동이 본격화됐다. 

전삼노는 파업 수위를 점차 높일 계획이다. 전삼노는 오는 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사측에 대응하기 위해 정치권의 힘을 빌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삼노 이날 사측과 임금 인상, 성과급 제도 개선 등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전영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DS 수장 직접 나서 노조 달래기

전삼노이 지난달 8일부터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중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소속이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파업 참여 인원이 적기는 하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반도체 생산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전날 오후 삼성전자 사내게시판을 통해 취임 후 처음으로 입장을 전달했다. 

전 부회장은 파업 장기화 가능성에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노조 달래기에 나선 것이다. 

전 부회장은 전삼노의 파업 강행이 내부 소통 부재를 꼽았다. 

전 부회장은 “부서 간 소통의 벽, 문제를 숨기거나 회피하고 희망치만 반영된 비현실적인 계획을 보고하는 문화 확산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리더 간, 부서 간 소통을 강화해 소통의 벽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우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며 “반도체 고유의 소통과 토론 문화, 축적된 연구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빠르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영계획 목표 영업이익 11조 5000억 원을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성과급(OPI) 지급률이 0∼3%지만 현재 반도체 시황이 회복되고 이익률이 개선되고 있다”면서 “모든 임직원이 함께 노력한다면 OPI 지급률은 애초 예상보다 상당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도 “노사 문제는 이제 삼성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노조 파업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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