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화생명금융 '스토킹 피해' 보험설계사, 폭우 뚫고 '산재 신청'  

한화생명지회 17일 오전 '스토킹 피해에 대한 산재보험 신청 기자회견' 진행
권오철 기자 2024-07-17 16:50:51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기자회견 합니까?" 

17일 오전 경의중앙선 도농역 밖을 나서자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날 근로복지공단 남양주지사 앞에서 계획된 기자회견이 취소돼도 이상하지 않을 날씨였다. 

"예정대로 진행합니다." 전화를 통해 들려오는 오세중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장의 목소리에 제법 힘이 실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화생명 자회사(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보험설계사들로 구성된 노조인 사무금융노조 보험설계사지부 한화생명지회가 주최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화생명지회 조합원들은 우의를 두른 채 비를 온몸으로 맞고 있었다. 한 관계자의 손에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소속 지점장에 의한 스토킹 범죄 피해 조합원 산재요양급여 신청서'라고 적힌 노란 봉투가 들려있었다. 

'지점장에 의한 스토킹 범죄라고?'

17일 경기 남양주 소재 근로복지공단 남양주지사 앞에서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보험설계사 스토킹 피해에 대한 산재보험 신청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사진=권오철 기자  

 

자신을 스토킹 피해자라고 소개한 이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강미선 팀장이다. 강 팀장은 지난해 7월 정체불명의 남성 4명에게 미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그 미행에는 강 팀장이 속한 갈매주재점의 당시 지점장 A씨가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4명의 남성과 A씨는 같은 해 12월 의정부지방검찰청에 송치됐다. 검찰은 올해 6월에서야 피의·피해자 조사를 했고, 현재까지 기소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지난해 10월부터 사측에 해당 사실을 알리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사측은 '최종적인 법적 판단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12월 무렵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사실이 드러난 이후, 사측은 지난 1월 A씨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한 A씨는 지난 4월 보험설계사 신분으로 강등됐다. 

노조는 "이 사건은 여성 조합원에 대한 미행, 스토킹일 뿐만 아니라, 노조 조합원에게 불이익을 주는 부당노동행위"라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갈매주재점은 2022년 9월 진행된 조합원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에 맞서 100여 일의 투쟁 결과 2023년 1월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오픈한 지점인데, 지점장 A씨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하고 업무지원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을 토대로 사건을 시간 순서로 나열하면 다음과 같다. 

2022년 9월 부당인사 조치 및 투쟁 
2023년 1월 조합원 중심으로 '갈매주재점' 오픈
2023년 7월 스토킹 사건 발생 
2023년 8월 경찰 조사 착수 
2023년 10월 노조, 사측에 상황 전달·조치 요구 
2023년 12월 검찰 송치 및 언론보도  
2024년 1월 지점장 A씨 대기발령
2024년 4월 지점장 A씨 보험설계사로 강등 
2024년 6월 검찰 피의·피해자 조사  

스토킹 사건 이후, 갈매주재점은 정상적인 영업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점장 아래 2개 팀이 있는 구조인데, 강 팀장은 2023년 말 분기 영업실적이 저조해 팀 폐쇄 유예 조치를, 강 팀장의 조력자 역할을 한 박모 팀장은 2개 분기 연속 영업실적 저조를 이유로 직위 강등 및 팀 폐쇄 조치를 받았다. 

박 팀장은 스토킹 사건 관련 참고인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며, 강 팀장과 함께 회사의 부당행위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다 지난 5월 뇌출혈로 쓰러졌으며, 현재 재활치료 중이다. 박 팀장 역시 동일한 지점에서 발생한 사건의 피해자라는 것이 노조의 입장이다. 

김태은 한화생명지회장은 "갈매주재점 조합원들은 스토킹 사건에 지점장이 연루된 사실을 확인한 후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없었다"며 "사고가 발생한 상황이므로 갈매주재점은 분기 영업실적 평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사측에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스토킹 사건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등으로 '적응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이에 노조는 이날 근로복지공단 남양주지사에 산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노조는 "강 팀장의 피해는 명백하게 관리자인 지점장의 미행, 스토킹 범죄 행위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며 "그렇기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면서 "노조는 이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자에 대한 처벌과 제도 개선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검찰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에 명확하게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지점장 A씨는 본보와 통화에서 "(스토킹 사건은) 아무것도 밝혀진게 없다"면서 "그들(노조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법적으로 대응 중"이라고 했다.   

권오철 기자 konplash@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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