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총선 참패 책임' 비대위원장 사퇴…"국민 선택 받기에 부족"
2024-04-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김건희 여사 문자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대표 후보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5건 원문이 TV조선을 통해 8일 언론에 공개됐다.
김 여사의 문자 원문이 공개되면서 한 후보와 경쟁 당권주자인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등 대표 후보들의 갈등이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또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의 공방도 격화 조짐을 보인다.
공개된 문자 원문을 보면, 한 후보 측이 주장한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라는 내용도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김건의 여사의 문자 내용에 '사과' '잘못'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친윤 인사들은 명확히 사과 의향을 밝힌 김 여사의 문자 메시지 내용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서고 있다.
김건희 첫 번째 문자...'김건의 특검법, 사과 드릴게요"
김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1월 15일 첫 문자를 보면,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 "너무나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기분이 언짢으셔서 그런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 부탁드린다."
문자가 발송된 1월 15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더불어민주당) '김건희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지 열흘이 되는 시점이다. 김 여사의 문자로 미루어 볼 때, 김건희 특검법 때문에 윤 대통령과 한 후보가 갈등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어 김 여사는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다. 한 번만 브이(윤 대통령)와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라고 제안한다.
김건희 두 번째 문자..."모든 게 제 탓"
같은 날인 15일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두 번째 문자를 보낸다.
"모든 게 제 탓."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다. 죄송하다."
김 여사의 두 개 문자에 답변을 하지 않은 한 후보는, 3일 후인 1월 18일 김 여사의 명품백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걱정하실만 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힌다. 김 여사에게 책임이 있다는 간접적 표현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앞서 17일에는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프랑스 혁명 당시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대기도 했다.
김건희 세 번째 문자..."비대위에서 사과하는게 맞다고 결정하면 따르겠다"
김 여사는 1월 19일 답변 없는 한 후보에게 세 번째 문자를 보낸다.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하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하고 싶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다."
이에 대해 정계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사과 허락까지 받을 입장도, 그럴 필요도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김건희 네 번째 문자..."(한 후보가)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단호히 결심하겠다"
한 후보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입장 때문에 당시 대통령실로 부터 사퇴 요구를 받았다. 사퇴 요구 이틀 후인 1월 23일 김 여사는 네 번째 문자를 보낸다.
"며칠 제가 댓글팀을 활용해 위원장님과 주변에 대한 비방을 시킨다는 얘기를 들었다. 너무도 놀랍고 참담했다."
"함께 지금껏 생사를 가르는 여정을 겪어온 동지였는데 아주 조금 결이 안 맞는다고 하여 상대를 공격할 수 있다는 의심을 드린 것조차 부끄럽다."
"김경율 회계사의 극단적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다."
"제가 너무도 잘못한 사건이다. 저로 인해 여태껏 고통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의 노고를 해치지 않기만 바랄 뿐,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다."
김 건희 다섯 번째 문자..."대통령 역정에 마음 상했을 것, 두 사람 식사하면서 오해 풀어라"
김 여사는 1월 25일 한 후보에게 마지막 문자를 보낸다.
"대통령께서 지난 일에 큰 소리로 역정을 내셔서 마음 상하셨을 거라 생각한다."
"큰마음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다. 조만간 두 분이서 식사라도 하며 오해를 푸셨으면 한다. 정말 죄송하다."
이러한 김 여사의 5차례 문자에 한 후보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윤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한 후보와 김 여사간 수백여 통의 문자를 주고 받은 것을 본다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정계에서는 현재 한 후보 측과의 '관계 변화'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후보는 김 여사의 문자에 답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공적 채널을 통해 당정 간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에서 사적 소통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친윤 측은 한 후보가 김 여사의 사과 의향을 무시했을 뿐 아니라 문자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 후보 측은 '사실상 사과하지 않겠다'는 문자라며 대통령실이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무개입'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는 주장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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