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차량 인도 돌진…9명 사망·4명 부상

고령 운전자 자격 논란 다시 불거져
김성원 기자 2024-07-02 08:53:15
1일 서울 시청역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 경찰과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밤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보행자들을 덮쳐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가해 차량의 운전자 나이가 68세로 알려지면서 고령자 운전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연합뉴스와 경찰,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27분께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을 빠져나온 제네시스 차량이 일방통행인 4차선 도로(세종대로 18길)를 역주행하며 빠른 속도로 도로에 있던 BMW와 소나타 차량을 추돌한 후 횡단보도가 있는 인도 쪽으로 돌진해 교통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덮쳤다.

이 차량은 이후 100m가량 이동하다 건너편에 있는 시청역 12번 출구 앞에서 멈춰섰다. 역주행한 거리는 모두 200m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은 "사람이 10명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오후 9시 33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날 사고로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 중 6명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3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들의 성별과 연령대는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이들은 영등포병원 장례식장과 국립중앙의료원,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각각 옮겨졌다. 사망자 중에는 서울시청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 남성 A(68)씨를 현장에서 검거했으며 통증을 호소해 일단 병원으로 이송했다. 차량에 함께 타고 있던 운전자의 아내 60대 여성도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고 음주운전 혐의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투약 여부나 졸음운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해 운전자 진술과 CCTV, 블랙박스 등을 토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가 급발진을 비롯한 차량 결함이 아니라 운전자의 일방통행 도로 착각으로 인한 역주행 등의 과실로 드러난다면 고령 운전자의 운전 자격 유지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는 3만9614건으로 3년 연속 증가한 동시에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로 1년 전(17.6%)보다 늘었다.

정부는 현재 만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갱신 주기를 3년으로 하고, 면허를 갱신하려면 인지능력 검사와 교통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도 교통안전교육 권장 대상이다.

또 각 지자체는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고령자들에게 10만∼30만원 상당의 현금성 인센티브를 지원하며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면허 반납률을 매년 2% 안팎에 그치고 있다.

김성원 기자 ksw@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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