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현장 점검 나선 구광모 회장 “도전·도약 빅스텝 만들자”

美 테네시·실리콘밸리서 현지 사업·미래준비 현황·전략 논의
짐 켈러 만나 AI 반도체 산업 영향 의견 나눠
신종모 기자 2024-06-23 15:35:23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나흘 동안 미국 테네시와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하고 미래준비 현황을 살폈다.

23일 ㈜LG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미국 테네시에서 LG전자 생산법인, LG에너지솔루션·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 등을 방문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LG의 미래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 허브 LG테크놀로지벤처스(LG Technology Ventures)와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찾아 인공지능(AI) 분야 등 미래준비를 위한 스타트업 투자·육성 전략을 논의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이 미국 테네시에 있는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찾아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구 회장은 주요 계열사의 북미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한 테네시에서 시장/고객 트렌드, 통상정책 등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장기적 관점의 미래준비 현장인 실리콘밸리에서는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위한 도전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이번 북미 현장 방문 중 직원들과의 만남에서 “여러분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드리고 자신감과 자부심을 가져 달라”며 “지속성장의 긴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 도전과 도약의 빅스텝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취임이후 이듬해인 2019년을 시작으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 2021년을 제외하고는 해마다 북미 시장을 찾아 현장 경영을 해왔다.

구 회장은 테네시에서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의 북미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테네시주에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닛산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북미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생산 거점으로 점찍은 곳이다. 배터리와 양극재 등의 사업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LG는 테네시를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전진기지로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말 LG전자가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운영을 시작한데 이어 올해 3월부터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제2공장이 가동을 시작했다. LG화학은 이 지역에 미국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오는 2026년부터 니켈·코발트·망간(NCM) 계열의 양극재를 본격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찾은 구 회장은 H&A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 북미지역대표 정규황 부사장 등과 함께 전자 북미 사업 현황을 직접 점검하고 미국 시장의 고객/경쟁/유통 변화, 통상정책 등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시나리오 등을 논의했다.

구 회장은 로봇 자동화, 무인 물류 등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세탁기, 건조기 생산라인도 살펴봤다. 

LG전자의 글로벌 핵심 생산기지인 테네시 공장은 부품부터 세탁기·건조기·워시타워 등 완제품까지 모두 생산하는 ‘완결형 통합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북미 가전업계에서 유일하게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 제2공장을 찾아 북미 전기차 시장 전망과 주요 고객사 동향에 관한 설명을 듣고 배터리, 양극재 등 전장 부품 사업 포트폴리오 운영 계획 및 투자 전략을 점검했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 2022년에도 북미 시장을 찾아 오하이오주에 있는 얼티엄셀즈 제1공장을 방문한 바 있다.

구 회장은 “시장·고객 트렌드, 경쟁 구도, 통상 정책•물류 등 사업 환경의 변동성은 모두가 동일하게 마주한 상황”이라며 “이를 잘 극복하기 위해 차별적 고객가치 제공을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 공급망 구축, 공정 혁신, 현지화 역량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해 다시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이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AI 반도체 설계 업체 '텐스토렌트'의 CEO '짐 켈러'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LG그룹


‘반도체 전설’ 짐 켈러 만나 AI 생태계 살펴 

구 회장은 AI 반도체 설계업체 ‘텐스토렌트(Tenstorrent)’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Figure AI)’ 등을 방문해 반도체 설계부터 로봇 등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AI 밸류체인(Value Chain) 전반을 세심하게 살폈다.

구 회장은 켈러(Jim Keller) 텐스토렌트 CEO와 만나 AI 반도체의 트렌드와 텐스토렌트의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 영향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텐스토렌트는 지난 2016년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했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다. IP 라이센싱(특허 기술 대여)과 고객 맞춤형 칩렛(Chiplet, 하나의 칩에 여러 개의 칩을 집적하는 기술) 설계가 주요 사업 모델이다.

구 회장은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도 방문했다. 피규어 AI 창업자이자 CEO인 브렛 애드콕(Brett Adcock)을 만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현황과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로봇인 ‘피규어 원(Figure 01)’이 구동하는 모습도 살펴봤다.

구 회장은 이번 현장경영에서 LG 계열사뿐 아니라 외부 스타트업을 찾아 AI 생태계 전반을 살핀 것은 AI가 향후 모든 산업에 혁신을 촉발한다. 사업 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구 대표의 평소 생각이 반영된 행보다. 

앞서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북미 방문에서도 캐나다 토론토에서 ‘벡터(Vector) 연구소’와 ‘자나두(Xanadu) 연구소’ 등을 찾아 AI 분야 최신 기술 동향을 살핀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맨 오른쪽)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방문해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투자한 주요 스타트업의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미래준비 위한 스타트업 육성 전략 점검

구 회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미래사업 분야를 살폈다.

앞서 LG는 지난 2018년 실리콘밸리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 2020년에는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설립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등과 협업을 강화하며 미래성장 동력 발굴에 힘써왔다.

글로벌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역할을 맡고 있는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LG 주요 계열사 7곳이 출자해 조성한 1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뿐만 아니라 캐나다, 이스라엘 등 여러 지역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80여 곳의 스타트업과 펀드에 3억6000만달러(약 5000억 원)를 투자해 왔다. 특히 전체 투자 금액 가운데 절반 가량은 LG가 미래성장동력으로 점찍은 ABC(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 투입했다.

구 회장은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서 김동수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과 만나 지금까지의 투자 및 사업개발 현황을 보고받고 구성원들을 격려했다. 아울러 AI 등 LG의 미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스타트업 투자 포트폴리오 전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구 회장은 인월드AI, 에코 헬스, 사우스 8 테크놀로지스 등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AI, 바이오, 클린테크를 비롯해 기존 LG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에서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 제품과 기술 등을 자세히 살폈다.

아울러 구 회장은 실리콘밸리에서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도 방문했다.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목적으로 2020년 설립됐다. 투자 수익 확보를 우선시하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와는 다르게 외부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통해 신사업 모델을 만들고 직접 사업화를 추진하는 아웃사이드-인(Outside-in)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이석우 LG전자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부사장)을 비롯한 구성원들과 만나 아웃사이드-인 방식으로 새로운 변화를 만드는 시도들을 격려하며 신사업 개발 추진 현황 등을 경청하고 헬스케어, 클린테크 분야의 사업화 추진 사례를 살폈다.

구 회장은 “신사업은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으로 인정받아야 하며 결국 변함없는 성공의 키는 차별화된 고객가치에 달려있다”며 “이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더 많은 스타트업과 파트너들이 LG를 찾아오고, 새로운 사업 모델이 지속 발전 나가는 선순환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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