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깡' '테무깡'...폐기물 주의보

홍선혜 기자 2024-06-20 10:03:19
'알리깡' '테무깡'. 테무나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언박싱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최근 유튜버들 그리고 MZ세대들 중심으로 하나의 놀이처럼 번지고 있다. 문제는 이렇게 다량으로 구매한 후 쓸만한 물건을 제외하면 모두 폐기물이 된다는 것이다. 

알리익스프레스 광고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깡이란 구매한 제품이 꽝인지 쓸만한 물건인지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랜덤으로 들어있어 대량으로 구매해 열어보는 포켓모스터 카드깡과 비슷한 맥락이다.

테무깡, 알리깡은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C커머스의 가장 큰 무기는 초저가인 만큼 가격이 저렴해 여러개를 구매해도 부담이 없는 것이다. '발암물질' 논란으로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매출은 최근 40% 넘게 급감했지만 여전히 저렴한 가격에 매리트를 느낀 이들은 주저 없이 구매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저렴한 만큼 퀄리티가 보장되진 않는다. 예를 들어 테무에서 물품 10개를 구매하면 제대로 사용하거나 입을 수 있는 제품은 3개 정도다. 처음에 알리나 테무에서 물건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사진과 다르거나 품질이 좋지 않아 불만을 표출했지만 알리깡 테무깡 등의 용어가 생기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물건이 나와도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모양새다. 

직장인A씨(27)는 “가격이 저렴하니까 이상하게 와도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는 것 같다”며 “심지어 늦게 와서 그런지 가끔 주문하고 까먹기도 한다”고 전했다. 

테무깡 유행은 하나의 립스틱 효과로도 볼 수 있다. 립스틱효과란 경기 불황기에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저가 제품이 잘 판매되는 현상을 말한다. 태무깡 역시 저렴한 제품을 여러개 사고 소비 욕구를 해소하면서 자기 보상적 소비를 통해 만족감을 얻는 것이다.

문제는 한번 쓰고 말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제품은 전부 페기물로 전락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한번 쓰고 버리면 된다’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해외직구에 대한 소비자 불만 상담이 늘고 있는 가운데, 알리익스프레스는 소비자 불만이 세배로 급증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직장인B씨(31)는 "싸니까 여러개 충동구매 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사진과 다르게 오면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다"라며 “얼마 전에 구매한 티셔츠와 섀도우도 품질이 별로고 사진이랑 다르게 와서 버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물건은 구매한지 90일 이내면 반품 및 환불이 100% 가능하며 무료로 제공하기도 한다. 문제는 반품한 물건을 다시 중국으로 보내는 게 아니라 국내에서 폐기한다는 것이다. 저렴한 물건을 다시 중국으로 반송하는 비용보다 한국에서 처리하는 것이 비용이 덜 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만 하더라도 알리 이용자수는 1500만 명에 달하는데 이를 환산하면 국내에 폐기되는 제품만 해도 엄청난 숫자가 나온다. C커머스 업체들은 해외 직접구매 방식이라 제품 값이 150달러를 넘기지 않는다면 관세·부가세가 면제돼 KC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다. 

더불어 자국에 유리한 국제연합(UN) 산하기구 만국우편연합(UPU)의 우편체계를 따라 매우 저렴한 금액으로 해외 배송이 가능하다. 국제우편요금 체계상 개발도상국은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데 중국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몇 천 원짜리 물건도 무료배송이 가능했던 것이다.

한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의 가장 큰 장점은 초저가다 그러나 품질은 보장할 수 없다. 요즘 테무깡 등 저가 물품을 다량으로 구매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는 경우가 있고 발암물질 이슈도 끊임 없이 나온다. 이 같은 맥락으로 봤을 때 C커머스는 언젠가 분명한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테무깡 알리깡 등의 소비를 구매자들은 하나의 놀이처럼 인식한다"며 "그러나 저렴한 제품을 다량 구매하고 폐기하는 행위는 환경오염을 유발해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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