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0원' 누구를 위한 전략인가?

소상공인에 부담...결국 음식 값 올라 소비자들 부담↑
홍선혜 기자 2024-04-26 10:43:12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플랫폼 업체들이 '배달비 0원' 무료배달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소비자와 소상공인 모두에 반가운 소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츠를 기점으로 배달업계가 너도나도 무료배달을 시행하면서 시장 점유율 확보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 내면을 들여다 보니 배달 플랫폼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지는 않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들의 배달비 0원 전략은 '배달비가 무료일 뿐, 말장난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최소 주문금액은 높아지고 소상공인과의 상생방안도 축소하는 모양새다. 결국 배달플랫폼의 무리한 출혈경쟁이 누구를 위한 전략인지 모르겠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쿠팡을 기준으로 배민 요기요 무료배달 서비스 실시

쿠팡이츠는 지난 달 26일 와우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주문 횟수, 주문 금액, 장거리 배달에 제한이 없는 무제한 혜택을 제공하지만 배달지를 여러 곳 들려서 오는 ‘묶음 배달’ 서비스에만 적용된다. 쿠팡이츠는 무료배달 서비스 개시 후 단숨에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2위로 올라섰다.

서울 시내에서 이동하는 배달 라이더. /사진=연합뉴스 

뒤이어 배민이 '알뜰배달'(묶음배달) 주문시 배달비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배민의 경우 쿠팡처럼 유료 맴버십 회원 대상으로 무료배달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기요 역시 배민에 이어 최소 1만 5000원 이상 주문 시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집배달까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고 ‘요기패스X’의 최소 주문금액(1만7000원) 기준도 없애버렸다. 월 2900원의 맴버십 비용을 지불한다면 요기패스X 대상 지점에서 제한 없이 무료 배달 혜택을 받아볼 수 있다. 

무료배달이라지만...최소 주문금액 상승 

문제는 배달비 무료 서비스를 도입 후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이렇다할 만한 효과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배달은 무료라고 하더라도 최소 주문금액을 올려 음식 값을 더 많이 지불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장기화 된다면 오히려 외식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 A씨(27)는 “배달비 무료라고 해도 한집배달도 아니고 최소금액이 말도 안돼게 올려놓은 곳도 있다. 종종 주문하는 식당에서는 최근 최소 주문금액을 1만 2000원에서 2만원까지 올렸다. 배달비 무료는 어떻게 보면 하나의 눈속임 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배달 업계 관계자들은 “음식 값을 올리는 것은 점주들의 자유이기 때문에 규제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무료배달 서비스에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가중

점주들 역시 수수료 때문에 음식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배달비를 무료로 제공한다면 거기에 대한 비용은 소상공인에게 수수료로 돌아간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배달앱의 자율규제 방안을 점검한 결과 상생 방안 일부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츠와 배민은 그 동안 이어왔던 중개수수료 무료정책을 올해부터 신규입점 사업자·전통상인을 대상으로 중단키로 했다. 배민은 포장주문 서비스 중개수수료 무료 정책을 일부 축소하기로 했다. 

배민은 올 1월 ‘배민1플러스’라는 정률제 요금제를 내놨다. 점주들은 이 요금제를 이용할 때 중개수수료(6.8%)와 업주 부담 배달비 3000원 내외, 결제 수수료 1.5~3% 등을 지불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합하면 배달의 민족은 주문요금에서 최대 30%까지 가져가게 된다.

정률제는 일정 비율을 놓고 조정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매출이 클 수 록 수수료도 늘어나게 된다. 

예를 들어 배민1플러스를 통해 치킨 한 마리(2만원)를 판매할 때 점주가 오롯이 가져가는 금액은 3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배달앱을 이용하면서 떼가는 수수료만 해도 5891원이고 여기에 재료값 운영비 등을 포함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는 것이 소상공인들의 주장이다. 

수도권 기준 BHC치킨의 점주가 2만 5000원의 치킨을 판매해 월 매출 5000만원을 올리려면 2000건의 배달을 해야 한다. 이때 기존 '울트라콜' 요금제를 이용하면 점주는 깃발 3개(광고비) 이용료 26만 4000원과 배달비 400만원(건당 2000원 기준) 등 426만 4000원의 비용이 지불해야한다. 

이에 반해 새 요금제인 배민1플러스는 점주가 앱 이용 수수료 340만원과 배달비 640만원(건당 3200원 기준) 등 980만원의 비용 부담을 안고 가야 한다. 즉 울트라콜에 비해 553만 6000원이 더 얹어지는 것이다. 

배달업체들은 무료배달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부담감을 덜어주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률제라는 수수료 부담이 따라온다. 특히 묶음배달 등 플랫폼 자체 배달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는 지점들은 무료배달을 이용할 수 없는데, 쿠팡이츠의 경우 유료 맴버십인 와우 회원에 가입을 해야만 무료배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료배달 서비스가 결국 자영업자에게도 소비자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수료 인상으로 점주들이 음식값을 올리게 된다면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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