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살림도 넉넉지 않은데"...'키즈 명품' 성행하는 이유

홍선혜 기자 2024-03-11 09:24:14
최근 소득분위 상관없이 자녀에게 명품을 투자하는 부모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저출생 여파로 자녀 하나만 낳아 키우는 경우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모양새다. 그러나 자녀를 위해 명품을 소비하는 것에 비해 내 아이가 뒤처질까봐 비싸더라도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사례도 종종 있어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백화점 3사의 수입·명품 아동복 매출이 전년대비 두 자릿수 급등했다.

롯데백화점의 펜디, 지방시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는 10% 상승했으며 프리미엄 유모차, 욕조로 잘 알려진 '부가부'와 '스토케' 등의 유아용품 신장률은 25% 증가했다. 현대백화점에선 '펜디', '디올' 등 명품 유아복 브랜드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7% 신장했고 신세계백화점에서는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이 15%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베이비 디올 국내 최초 입점. / 사진=연합뉴스 


명품 유아복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아이 한명만 낳는 부모가 늘어나면서 자녀에게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VIB(Very Important Baby) 소비'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2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하락한 0.6명으로 추산된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과감히 지갑을 열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주목받던 MZ세대가 젊은 부모가 되면서 프리미엄 키즈 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에 대한 투자를 자녀에 대한 투자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이다. 

프리미엄 키즈 시장이 확산되면서 굳이 새 상품이 아니더라도 괜찮다는 인식도 함께 늘어났다. 각종 중고거래 마켓 혹은 빈티지샵에서 명품아동복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경기불황속에서도 프리미엄 키즈 시장은 점차 늘어나고 있어 고물가, 고금리 등 경기침체를 빗나가고 있다. 그러나 명품 아동복에 대한 시각은 극명하게 나뉘었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쏟고 싶다는 의견과 내 아이를 위한 명품소비가 부모들의 경쟁으로 번져 건강한 소비가 아니라는 의견이다. 

28세 주부 A씨는 “내가 사고 싶은 것을 줄여서라도 내 아이라면 비싼 옷 좋은 음식만 주고 싶은 것이 모든 부모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반해 34세 주부 B씨는 “아이들은 금방 커버리는데 명품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다른 아이의 옷을 보고 엄마들끼리 은근한 기 싸움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것 때문인지 내 아이도 뒤쳐질까봐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부모들도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녀에게 명품을 사주는 의미가 부모들이 과시욕으로 퇴색되면서 아이들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교수는 “소득분위 상관없이 명품 아동복을 소비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데 이는 가급적이면 비싼 자동차를 사려고 하듯 아이에게 명품을 입혀 과시하고 싶음 소비성향으로 보인다”며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동에게 있어 명품옷은 발달저해를 야기할 우려성이 보인다. 부모들이 아이에게 명품을 입히고 마음대로 더럽히거나 뛰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자녀에게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싶고 입히고 싶은 부모의 마음을 단순 경쟁심리로 보기는 어려울 거 같다. 과한 소비와 무리한 지출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소비는 개인의 자유”라고 덧붙였다.

홍선혜 기자 sunred@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