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102) K-LCC의 설립 및 취항사(史) 2세대 항공사_전북항공~중부항공, 이스타항공 ③

2024-03-06 05:30:03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2006년 하반기, 전북항공의 구체적인 취항계획 발표에 지역사회는 환호했지만 여전히 관건은 자본금이었다. 당시 전북항공이 밝힌 자본금 확보계획은 군산공항사랑시민모임을 통해 모집된 시민주주 약정액 5억3000만원, 신한은행 투자협약 10억원, 군산상공회의소 투자검토 5억원 등이 전부였다. 싹싹 긁어모아도 부정기항공사 등록에 필요한 50억원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다시 군산시가 나섰다. 군산시는 전북항공에 10억원의 자본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추경예산에 전북항공 지분참여를 편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군산시의회는 군산시가 항공사업에 참여하겠다고 요청한 10억원의 추경예산 편성안에 대한 심의에 들어갔다. 그런데 추경예산 편성안에 첨부된 전북항공의 사업계획서에는 온통 항공용어 투성이의 전문적인 내용이었고, 취항 후 1~2년 안에 흑자를 낸다는 청사진 또한 진위파악이 쉽지 않았다. 이에 일부 시의원은 외부 항공전문가에게 전북항공 사업계획서에 대한 감수를 요청했다. 그리고 외부 전문가는 검토 끝에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는 답을 줬다.

2007년 4월, 군산시가 전북항공에 출자하려던 10억원은 시의회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사업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상태에서 군산시가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는 것에 대한 지역사회의 비판론마저 제기됐다. 이로써 전북도와 군산시 두 곳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민관합작기업으로 출범하려던 애초의 계획은 전북도에 이어 군산시마저 불발되고 말았다.

군산시의 투자가 이루어지면 이를 보고 힘을 보태기로 했던 민간 투자자들이 잇달아 보류로 돌아서는 바람에 전북항공은 급격히 좌초위기에 빠져들었다. 이때까지 전북항공이 실제 확보한 자본금은 약 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겪던 전북항공은 2007년 하반기에 사업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나섰다. 그새 전북항공은 회사이름을 ‘중부항공’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군산시는 그제서야 민간항공사 투자에 대한 타당성 용역에 들어갔다. 군산시는 “중부항공의 지분투자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1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2007년 8월말까지 2개월간 타당성 용역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부항공은 전북도와 군산시로부터 투자유치가 거절되거나 지연되는 등 차질을 빚자 울산시를 대안으로 끌어들였다. 군산공항과 마찬가지로 울산공항 활성화에 고심하던 울산시의 제안을 기존 중부항공 사업계획에 얹혀 버렸다. 울산시는 2007년 8월13일 중부항공과 울산~김포~군산, 울산~제주~군산 노선을 하루 2회 왕복 운항하는 방안을 협의중이며, 2007년말 취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다. 군산은 허브공항으로, 울산은 준허브공항으로 각각 사용하기로 이중플레이를 강구한 것이다.

하지만 2007년 11월까지도 필요한 설립자본금 50억원 중 10억원가량만 확보한 채 답보상태를 보였다. 중부항공의 이 같은 상황에서 군산공항을 근거지로 하는 또 하나의 항공사가 새롭게 추진되었다. 수도권에서 철강ㆍ플랜트 제조업체 KIC를 2001년 인수한 전북 김제 출신의 이상직 대표가 2007년 10월 이스타항공이라는 법인 등록을 마치고 서울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스타항공은 설립 당시 새만금관광개발이 최대주주(49.4%)로 참여했는데, 이 회사는 KIC 계열이었다. 군산공항을 거점으로 추진한 이스타항공은 아시아나항공에서 퇴사한 일부 조종사와 객실승무원들을 중심으로 전북지역과 백두산 등을 연계한 운항을 추진하겠다는 청사진을 들고 나왔다.

군산시는 지지부진한 중부항공 외에 선택의 폭이 넓어지자 중부항공이든 이스타항공이든 이들 중 한 곳에 1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군산시는 대신 이들 항공사의 초기자본금이 취약하고 전북도의 항공수요가 미미하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두 회사 간의 인수합병을 권했다. 항공업계에서는 "군산시가 이스타항공에게 중부항공 인수를 조건으로 투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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