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발굴 나선 금호석화...박준경 '3세 경영' 리더십 기대
2023-05-15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사장은 금호석유화학의 새로운 얼굴로서 경영 일선에 나선 금호가 3세다.
불안정한 대외환경 속에서 수익성 제고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금호석유화학의 미래를 책임지는 만큼 박 사장은 올해 확실한 리더십을 보여줘야하는 모멘텀을 맞았다.
박 사장은 1978년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환경생태공학과를 졸업했다. 2007년 금호타이어 차장으로 입사한 뒤 금호타이어 회계팀 부장까지 맡아오다가 2010년 금호석유화학으로 적을 옮기며 승계 과정을 밟았다.
금호석유화학에 들어와서는 해외영업 팀장을 맡았으며 이후 상무와 전무를 거쳐 2021년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듬해인 2022년 7월 금호석유화학은 박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한다고 공시하면서 이사진 합류를 알렸다.
같은 해 12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기획조정본부를 포함해 그룹 전반의 총괄을 맡고 3세 경영 시대를 알렸다. 지난해 5월에는 박 명예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바통을 이어받아 금호석유화학을 최전방에서 이끌게 됐다. 박 명예회장은 지난해 11월 경영 일선에 전격 복귀해 박준경 사장 체제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박 사장은 코로나19사태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상품인 NB라텍스 생산 확대를 주도하는 등 경영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업황이 힘든 석유화학 시장에서 수익성을 제고하고 신사업을 발굴해야하는 숙제를 맡은 만큼 리허설이 아닌 본무대에서 능력을 입증해야 될 상황에 직면했다.
최우선 과제…불안정한 업황 속 수익성 제고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할 문제는 수익성 제고다. 지난해 금호석화는 매출 6조3223억원, 영업이익 359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20.73%, 68.72% 감소한 실적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2년 연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어 수익성 갈증이 극에 치닫고 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전반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금호석화 말고도 석화기업 중 가장 덩치가 큰 LG화학을 비롯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도 지난해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금호석화도 합성고무 사업덕에 어느정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지만, 합성수지와 페놀유도체 부분 등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합성수지 주원료인 스티렌 모노머의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고부가합성수지(ABS)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다수의 업계관계자들이 말하듯 올해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중국시장의 부침을 겪자 국내 석화기업들에게도 덩달아 침체에 빠진 것이다. 또한 중국은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증설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지난해만 5174만t으로 2018년 대비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점차 공급과잉과 수요감소라는 두 개의 악재가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다수의 기업들이 이를 타개하기 위해 스페셜티제품 경쟁력 강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금호석화도 향후 5년에 걸쳐 주력상품인 NB라텍스, 에폭시 수지, 합성고무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3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바이오·친환경 소재 등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2조7000억원 등 총 6조원을 투자할 것을 밝혔다.
무리한 투자는 아니지만, 수익성에 대한 결과물을 내놔야하는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박 사장은 투자성과를 보여야한다.
포트폴리오 다각화 통한 창구 어디에?
다만, 금호석화가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말들이 오가고 있다. 타 석화기업들이 친환경 소재 개발에 대한 방향성을 밝히고 이것이 뚜렷해지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화는 아직 상황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사업,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은 이차전지 소재 등으로 방향성을 잡았지만, 금호석유화학은 기존 상품인 합성고무로 방향성을 잡은 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
금호석화는 스페셜티 제품으로 내놓고 있는 합성고무(SSBR)의 생산라인 증설과 NB라텍스 라인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합성고무 사업이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업이 아닌 부침을 겪고 있는 사업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설되고 있는 공장도 NB라텍스, 에폭시 수지, EP(D)M 등 기존 주력 부문인 합성고무, 합성수지 등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타이어제조가 호황을 맞는 가운데 금호석화가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합성고무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은 올해 업황 중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다.
타 석화기업처럼 새로운 사업시도는 친환경차 소재에서 보여지고 있다. 탄소나노튜브(CNT)가 바로 그것인데, 금호석화는 친환경 모빌리티 시장성장에 발맞춰 CNT제품 다변화, 품질 향상에 집중하며 CNT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존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익성이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분야의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석화기업들이 배터리쪽으로 눈을 돌린 것과 같은 배경으로 선제적 대응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CNT는 현재 국내에서 LG화학이 가장 많은 생산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2900t의 CNT를 생산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 가동을 목표로 4공장 착공에 들어갔다. 전기차 과도기로 들어가는 만큼 생태계 변화에 맞춘 소재 사업은 성장가능성이 크다. CNT는 전기차배터리외에도 반도체 공정 트레이, 자동차 정전도장 외장재 등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큰 소재다.
특히 배터리용 CNT는 2030년 3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높은 성장세와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사장 체제에서 변화하는 업황에 맞는 옷을 입기 위해서는 이같은 미래 사업에 필요한 새로운 신사업이 지속적으로 발굴돼야한다. 현재 금호석화의 CNT 생산규모는 큰편이 아닐 뿐더러 매출비중도 작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사업 성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많은 역량을 집중하면서 새로운 주력상품으로 성장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회사도 회사지만…경영권 방어에도 피할 수 없는 실적 개선
회사 입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실적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회사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현재 금호석화를 이끌고 있는 것은 박 사장이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에 대한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금호석화의 개인 최대주주는 박 명예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상무다. 박씨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잡고 금호석화의 전체지분 18%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을 소각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또 다시 '조카의 난'에 불을 붙였다.
이달 개최되는 금호석화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씨와 차 파트너스는 ▲자사주 소각에 관한 정관 변경의 건 ▲자사주 소각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등을 안건으로 제안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박씨 측은 기업 거버넌스 개선을 통한 주주 권리제고가 목표라고 주장하지만 실상은 금오석화의 경영권을 노린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반적인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경영권 방어에도 나서야한다는 점에서 박 사장의 고민은 깊다.
현재 금호석화는 업황부진으로 인해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 박 씨는 이런 상황속에서 행동주의 펀드와 손잡고 주주총회를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박 씨는 2021년과 2022년에도 경영권을 얻기 위해 주주제안 형식으로 배당금 확대 및 이사회 진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자사주 소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만큼 이전의 경영권 획득 시도때와는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경영권을 쥐고 있는 박 사장측은 박찬구 명예회장(7.14%), 박준경 사장 (7.65%), 박준경 사장의 동생인 박주형 부사장 (1%) 등이 총 15.7%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박철완씨 측은 우호세력을 합해 총 10.87%(개인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차이는 4.9%에 불과하다.
만일, 주주제안에서 금호석화의 자사주를 전량 소각한다는 박씨의 의견이 수용될 경우 박준경 사장과 박찬구 회장의 방어선이 뚫리게 되기 떄문에 다가올 주주총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조카의 난' 때와 달리 상황이 위태로운 만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성과와 리더십을 보여줘야하는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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