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권도형, 한국 아닌 미국으로 송환…중형 선고 예상

'피해규모 50조 이상' 美서 100년 이상 징역형도 가능…3월 25일 법원 출석 가능성도
박재훈 기자 2024-02-22 10:30:07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관게자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으로 인도되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현지 매체는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지 매체는 법원이 권씨에 대한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됐다고 덧붙였다.

법원은 “권도형이 금융 운영 분야에서 저지른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한 미국으로 인도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씨의 송환 결정은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검거된지 11개월만이며 도피기간으로는 무려 22개월 만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한 재판을 받기 위해 16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 있는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디로 송환될지 직접 결정할 것을 주문했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절차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송환국 결정의 주체가 돼야 한다. 하지만 권씨가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약식 절차에 동의한 이상 법원에서 결정권을 넘긴 것이다.

권씨의 현지 법률 대리인 고한 로디치 변호사도 법률적 근거를 들면서 송환국을 결정하는 주체가 법무부 장관이 아닌 법원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로디치 변호사는 권씨가 법적으로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법률에 근거해 송환국을 결정할 경우 권씨는 한국으로 송환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앞서 안드레이 밀로비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권씨 송환국과 관련해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며 미국 송환쪽에 무게를 뒀다.

법원은 권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고 근거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 월스트리트(WSJ)보도에 따르며 법원 대변인은 권씨가 3일 이내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로디치 변호사는 인도 경정이 불법이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이 권씨 측의 항소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등법원에 권씨의 송환국을 결정하라고 명령한 곳이 항소법원이기 때문이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몬테네그로 사법부가 법률적 절차를 끝내면 권씨는 미국으로 인도된다. 권씨의 미국 인도 시기는 미정이나, 늦어도 3월22일 전에 미국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몬테네그로 당국이 권씨를 붙잡아 놓을 수 있는 기간이 3월 22일이 최대이기 때문이다.

한편, 권씨의 범죄인 인도 구금은 지난 15일로 종료됐으나 형기는 37일 남아있는 상태다. 권씨는 위조 여권 사건으로 징역 4개월을 받고 2개월 23일만 복역했다.

만약 권씨가 미국에 인도된다면 중형 선고가 예상된다.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인한 전 세계 투자자의 피해 규모는 50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사범 최고 형량은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이기 때문에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검찰은 가상자산에 증권성이 있다는 판단을 적용해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SEC는 2022년 2월 권씨와 테라폼랩스가 "수백만달러의 암호화 자산 증권 사기를 조직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고, 뉴욕 연방 검찰은 한 달 뒤 사기·시세 조종 등 8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SEC 소송 재판은 오는 3월 25일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때문에 권씨가 미국으로 인도되면 출석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고객 자금 수십억 달러를 빼돌린 혐의 등으로 미국 연방법원에서 기소돼 지난달 유죄평결을 받은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올해 3월 선고공판에서 사실상 종신형인 100년형 이상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권씨도 미국으로 인도돼 법원에 출석할 경우 100년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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