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만족 못한다?'...개정된 전기차 보조금, 중저가 모델 지원금 축소 우려
2024-02-07
프랑스어 표현 중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말이 있다. 시간대로 황혼을 뜻하는 이 말은 밤과 낮의 경계에서 멀리 보이는 형상이 내게 위협을 가하는 늑대인지, 내가 기르는 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시간을 뜻한다. 다시 말해 득이될지 해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최근 발표된 전기차 보조금 개정안이 소비자들에게 개와 늑대의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 환경부는 지난 6일 올해부터 적용되는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에서 가격적인 측면의 수령 범위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바로 배터리환경성계수의 등장이었다.
배터리환경성계수는 배터리에 사용된 유가금속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원되는 조항이다. 가령 배터리 1㎏당, 유가금속 재활용 가치가 높다면 보조금을 온전히 수령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환경부는 장기적으로 전기차 배터리가 폐배터리가 됐을 때 재활용 가치가 떨어지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 사용을 지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가치가 비교적 높은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 대비 LFP배터리는 재활용시 건질수 있는 배터리가 리튬외에는 없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환경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NCM배터리 사용을 권고하는 것이다.
현재 다수의 완성차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둔화가 짙어지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FP배터리를 탑재한 중저가 전기차를 출시하고 있다. 기존의 프리미엄 차량에 비견될 정도로 높은 가격을 낮추면서 구매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환경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100% 수령할 수 있는 가격을 낮추는 등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성과 일치한다.
환경부의 이번 개편안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중국 기업의 그림자를 지우겠다는 저의도 비춰진다. 단기적으로 저렵하게 차량을 사용할 수 있는 LFP배터리 사용을 줄이고 NCM배터리 사용을 권장하는 것은 다르게 보면 국내 배터리 업체들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저가 전기차에 탑재된 LFP배터리가 중국 기업들의 제품이 될 수 밖에 없는 배경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국내 기업들의 LFP배터리 양산이 시간이 걸리는 상태에서 완성차업체들에게는 선택권이 없기 때문이다. 제조와 공정과정의 혁신을 통해 NCM배터리의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법제화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LFP배터리를 지양하라는 취지지만, 실상 중국산 LFP배터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어렵다.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개편안은 국내 기업의 양산시점을 고려해 소급적용하는 방안이 옳았을 지도 모른다.
완성차 업체들도 이번 개편안에 난감한 상황이지만, 이는 소비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장기적인 환경과 국내기업 살리기도 중요하지만 보조금의 최종 목적지인 소비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차량 구매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다. 중저가 차량을 비싸게 구매하게 되는 이번 개편안은 완성차업체와 소비자 모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환경부는 앞서 발표한 조항들에 수렴된 의견을 종합해 조만간 최종 개편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완성차업체들과 배터리업체들의 사정을 원만한 조율을 통해 납득할 수 있는 조항으로 수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조금 개편안을 가장 기다리고 있는 소비자들도 저 멀리 보이는 실루엣의 개편안이 내가 기르는 개였기를 강하게 원하고 있다. 전기차의 보급률, 재활용을 통한 환경개선 모두 세금을 내고 있는 소비자라는 것을 환경부는 잊어서는 안된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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