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서거 3주기…‘신경영’ 경영철학 다시 조명

1987년 삼성 연매출 10조원…이 선대회장 취임 후 400조원대로 급성장
남다른 애견사랑…세계 유일 안내견학교 설립
이 선대회장 배턴 이어 받은 이재용 회장…초격차 기술로 재도약 나서
신종모 기자 2023-10-24 09:59:52
오는 25일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3주기를 맞아 이 선대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 등을 다각도로 재조명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은 지난 2014년 5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6년 5개월여간 투병하다 지난 2020년 10월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78세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고 이건희 회장의 사진과 어록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42년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의 셋째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이병철 창업회장이 사망한 1987년에 그룹 회장이 됐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6월 '신경영'을 내세우며 삼성그룹을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1987년 당시 삼성그룹의 연매출은 10조원였으나 이 선대회장이 취임 이후 30년 만에 연매출 400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이 선대회장은 이 창업회장과 함께 한국의 반도체 산업을 일으킨 양대 주역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 일본에서는 중소 제조업체 취급당하던 삼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그는 경영 과정에서 숱한 어록을 남기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7년 호암아트홀에서 신임 회장 취임사에서 “90년대까지 삼성을 세계적인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후 그는 지난 1993년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극단적으로 얘기해. 농담이 아니야. 마누라, 자식 빼놓고 다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이건희 선대회장과 리트리버. /사진=연합뉴스


이 선대회장의 남다른 애견사랑 

삼성화재 애견사업이 30년 주년을 맞은 가운데 이 선대회장의 ‘애견사랑’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개를 무척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가 이미지 개선, 현대인의 정서 순화, 생명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확산, 애견 문화 저변 확대를 통한 관련 산업 창출 등을 위해 애견 사업을 시작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신경영 선언을 기념해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학교를 설립해 ‘초일류 삼성’을 향한 변화의 첫걸음을 사회공헌으로 시작했다. 

이 선대회장은 “진정한 복지사회가 되려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배려하고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구성원들의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내견 사업은 안내견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이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다가올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사업이었다. 

이에 삼성은 이 선대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 1993년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안내견 양성기관인 ‘삼성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이후 삼성은 인명구조견(1995년), 청각 도우미견(2002년), 흰개미 탐지견(2003년) 등 개를 통한 사회공헌(CSR) 활동을 확대해 갔다. 현재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이 선대회장은 한국 애견문화 확산에 앞장섰다. 

지난 1993년부터는 영국 왕실이 후원하는 권위 있는 세계적인 애견대회인 크러프츠 도그쇼를 후원했다. 2013년 대회에는 진돗개 ‘체스니(Chesney)’가 최초로 출전해 입상을 하는 쾌거를 거뒀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 3주기 추모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발언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개최

올해는 이 선대회장이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고 본격적인 경영 혁신에 나선 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경영학회는 지난 18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이 선대회장 3주기 추모·삼성 신경영 3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고인의 리더십과 사회공헌, 삼성의 신경영을 재조명하기 위해서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기념사에서 “이 선대회장은 기업이 가진 인재와 기술을 중심으로 국가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김상근 연세대 교수는 “이 선대회장의 ‘건희(KH) 유산’으로 이뤄진 대규모 사회환원의 의미를 되새겼다”며 “고인이 경영 외적인 분야에서도 전례 없이 큰 유산을 국가에 남겼다”고 전했다.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지난 2021년 미술품 2만3000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또 감염병 및 소아암·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총 1조원을 기부하는 등 고인이 남긴 KH 유산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2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의 삼성전자 법인(SEV)을 방문해 통신장비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이 선대회장 정신 되새기며 재도약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 선대회장의 정신을 되새기며 초격차 기술을 기반으로 재도약에 나설 계획이다. 

이재용 회장은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난 1년간 국내 협력사, 계열사, 해외 법인 등을 돌며 직접 임직원을 챙기는 등 현장 경영에 나섰다. 대통령의 특별사절(특사) 자격으로 국내외 ‘2030 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활동도 펼치기도 했다.  

이 회장은 협력사에 대한 남다른 애정도 과시했다. 그는 주요 협력사를 방문해 향후 사업보국을 잇는 ‘미래동행’ 철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이 회장은 생산 현장을 둘러보면서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협력회사와의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협력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금, 기술, 인재, 혁신 중점 분야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04년 국내 기업 최초로 협력회사 전담 조직을 신설해 협력회사 대상 경영 환경 개선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활동을 지속 확대해 왔다. 

이외에도 이 회장은 지난 1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동원해 각종 투자와 협의를 끌어내는 데 일조하고 동시에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에 집중했다.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불황을 맞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수요 부진 등 어려운 경영 여건 여파로 주력 사업인 반도체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97% 급감하며 어닝쇼크를 겪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95.47% 감소했으며 특히 반도체(DS)부문 수요 감소 영향을 크게 받으며 4조 5800억원의 영업손실입 발생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 이후 14년 만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앞서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실적 감소를 인지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전략을 세우기도 했다. 

아울러러 이 회장은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화성 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건설현장을 둘러보고 반도체 전략을 점검했다. 

기흥 캠퍼스에 건설되는 삼성의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도하는 핵심 연구 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기흥 차세대 반도체 R&D 단지는 오는 30년까지 약 20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회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메모리·파운드리·팹리스시스템반도체 등 반도체 전분야에 대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대내외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다시 한번 반도체 사업이 도약할 수 있는 혁신의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큰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술 리더십과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앞으로 삼성은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전략산업에 전력을 다할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 5년간 450조원(국내 360조)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산업 미래 먹거리에 집중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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