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피해기업들, 이복현 찾아 "금감원 분조위 결정 이행돼야" 탄원…은행권 배상 불수용 논란 '재점화'
2023-04-13
[스마트에프엔=권오철 기자] 수조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줄도산 피해를 일으킨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Knock In Knock Out) 사태 후 가해은행 중 유일하게 배상을 완료한 우리은행이 3년여가 흐른 현재까지 "키코 관련 배임 이슈는 없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는 다른 가해은행들이 배임을 내세우며 금융당국의 배상 권고를 불수용한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강신국 우리은행 기업투자금융부문장은 7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열린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위한 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키코 배상 이후) 배임 이슈는 없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12월 키코를 판매한 신한·하나·우리·대구·씨티·산업은행 등 6개 가해은행에 불완전판매에 따른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4곳의 피해기업에 대한 일부 배상을 권고했으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필두로 신한·하나·대구·씨티은행 등 5개 은행은 이를 거절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권고를 받아들여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 2개 기업에 42억원 규모의 배상을 완료했다. 당시 우리은행은 "고객의 신뢰회복에 중점을 둔 결정"이라고 밝혔다.
다수 가해은행들이 배상을 거절한 이유는 '배임' 우려 때문이었다. 2007~2009년 발생한 키코 사태는 민법상 손해액 청구권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났으며, 대법원이 2013년 키코 피해기업들이 제기한 부당이득금 등 반환 소송에서 키코 상품은 공정하다며 은행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에서 은행들은 '배상은 곧 배임'이란 주장을 내세웠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은행은 키고 배상 이후 수년이 흘렀음에도 관련 배임 이슈를 겪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2020년 5월 "키코 배상은 은행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밝힌 유권해석이 경험적으로 확인된 것이기도 하다.
키코는 외화를 주로 취급하는 기업들이 환률 변동에 따른 손해를 회피해기 위해 계약한 상품으로 소개·판매됐으나, 실제로는 막대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투기성 상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리고 키코를 적극적으로 권했으며, 수많은 중소·중견기업들이 키코로 인해 도산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판매된 키코는 관련 각국에서 금융사기로 판단했다. 우리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3년 민사소송 판결에서 키코의 사기성은 인정하지 않았으나 일부 기업에 대한 적합성 원칙 위반 및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는 대법원이 키코의 일부 불완전판매를 인정한 것으로 간주됐으며, 금감원 분조위는 이를 근거로 일부 배상을 권고했다.
키코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소송을 진행하지 않았던 일부 피해기업은 가해은행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코 배상은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기도 했으나 이행되지 않자, 뒤늦게 직접 소송에 나선 것이다.
황택 키코공동대책위원장은 "최근 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펀드에 대한 불완전판매와 배상 이슈가 불거졌는데, 이는 원천적으로 키코 사태를 방치한 결과"라며 "비록 은행권의 분조위 배상 권고 불수용이 전 정권에서 발생했으나,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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