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기대와 우려'
2022-12-27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직원 이직과 영업비밀 침해 등을 둘러싼 롯데바이오로직스(롯데바이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갈등이 장기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바이오가 신규 공장 부지를 송도로 결정함에 따라 삼성바이오와 한솥밥을 먹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사 간 기싸움이 송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롯데바이오가 인력 확보를 고려해 국내 사업장으로 송도를 선택했지만 바로 옆에 공장이 있는 삼성바이오와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바이오는 작년 말 BMS로부터 3000억원에 부지 매입을 마무리 하고 최근 첫 국내 메가 플랜트로 '송도'를 확정했다. 롯데바이오는 올 연말 공사를 시작해 2030년까지 3개의 메가 플랜트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최소 1조3000억원이 투입되는 이곳에는 1개 플랜트 당 12만리터, 총 36만리터 항체 의약품을 생산할수 있는 규모를 갖추게 된다. 임상 물질 생산을 위한 소규모 배양기 및 완제 의약품 시설도 추가한다.
또, 국내 메가 플랜트 단지에 바이오 벤처 회사들을 위한 시설을 제공하고, 기술 개발 협력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바이오 벤처 이니셔티브(Bio-Venture Initiative)’를 조성할 예정이다.
양사 영업소송전 '장기화' 우려...'이원직' 대표 부임 후 '기술 유출' 문제 제기
롯데바이오 공장 부지가 송도로 결정됨에 따라 업계에서는 양사의 갈등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롯데바이오의 신규 공장 부지가 삼성바이오 공장과 약 250m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를 상대로 올해까지 세 차례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달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해 6월에도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 대상 영업비밀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해 일부 인용된 바 있다. 올 3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회사) 및 롯데바이오로 전직한 직원 3명을 대상으로 영업비밀침해 금지 및 전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도 지난 9일 롯데바이오에 네 번째 발송했다.
양사의 인력 갈등은 작년 6월 롯데바이오가 출범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삼성바이오 출신의 이원직 대표가 초대 CEO로 부임하면서 삼성 직원들이 잇따라 롯데바이오로 이직했기 떄문이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가 설립된 이후 완제의약품(DP) 사업부장을 맡아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을 주도했고, 지난 2021년 8월 롯데 지주사인 롯데지주 신성장2팀장(상무)직을 겸임한 후 롯데바이오 대표직에 올랐다. 이 대표 부임 후 삼성바이오 직원 3명이 롯데로 이직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직한 3명을 상대로 영업 비밀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 등으로 지속적인 소송을 했으며, 지난해 7월 인천지법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받았다.
삼성바이오 내부운영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이원직 대표가) 신사업 추진단 시절 삼성바이오의 핵심 인력을 데리고 간 것은 삼성 내부에선 익히 알려진 일"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의 성공 공식을 빨리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이 일을 계기로 롯데바이오로 자리를 옮겼고, 수십명의 삼성바이오 직원이 이 대표와 함께 이직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가 지속적으로 소송전을 전개하는 원인으로는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기술 유출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는 롯데바이오가 지속적으로 인력 유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 10여년간 구축해온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돼 지속해서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롯데바이오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회사 공고를 통해 모집한 후 채용은 원리·원칙에 따라 이뤄졌고, 그 중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지원한 것 뿐"이라며 "이를 어떻게 인력 유인 행위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양사간 갈등 이유는 '인력난'
이같은 갈등에도 양사간 인력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 업계의 '인력난'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1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산업의 인력부족률(현원에 부족인원을 합한 전체 인원 중 부족인원의 비율)은 3.4%로 인력 부족 산업 2위를 차지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방안'을 봐도 바이오헬스 분야는 2027년까지 약 10.87만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코로나19 확산세 진정으로 산업기술인력의 채용 경직상황이 2021년 들어 개선됨에 따라 산업기술인력 증가세가 회복되고 있다"며 "하지만 바이오·헬스 등 주력산업의 인력수요도 지속적으로 늘어나 당장은 인력난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도 "현재는 적극적인 육성책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인력난은 계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우수인력 영입 경쟁과 쟁탈전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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