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의 '기대와 우려' 

삼성바이오 본격 성장 이끈 이원직 롯데바이오 대표, 내년 사업 승부수
'이원직 사단' 불리는 롯바 핵심멤버 모두 '삼바' 출신, 영업기밀 의혹 여전
최형호 기자 2022-12-27 10:21:51
[스마트에프엔=최형호 기자]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승부수를 띄웠다. 연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 미국 시큐러스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며, 내년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이 중심에는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가 있다.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설립된 이후 DP(완제의약품)사업부장을 맡아 회사의 본격적인 성장을 주도한 인물로 통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롯데 지주사인 롯데지주 신성장2팀 팀장(상무)을 거쳐 올해 6월 롯데바이오로직스 출범에 맞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롯데그룹이 이원직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는 방증인 셈이다. 

반면 일각에선 이 대표가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기밀 논란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CDMO(위탁개발생산) 방식에 있어서 삼성바이오와 차별성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의 영업기술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영업기밀 의혹에서 자유로울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삼성바이오 아류기업'이란 오명에서도 벗어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 /사진=롯데바이오로직스

◆ 6월 출범 롯데바이오…거침없는 행보

롯데그룹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이원직 대표와 임직원 7명에게 스톡옵션 10만8062주를 부여했다. 발행가액은 6만5000원으로, 주당 액면가 대비 12배의 할증률을 적용했다. 이 중 이 대표에게 부여된 스톡옵션은 6만9230주로 약 45억원 규모다. 

롯데그룹에서 기대가 큰 만큼 롯데바이오 역시 출범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미국 시큐러스 공장 인수를 위해 롯데지주, 일본 롯데홀딩스에 2106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출자했다.

롯데바이오 측은 이 중 약 1억6000만달러(약 2056억원)을 미국 시큐러스 공장 인수 자금에 쓰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롯데바이오는 '2030년 글로벌 톱10' 바이오 CDMO(위탁개발생산)로 도약하기 위해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연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률 30%, 기업가치 2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내년부터 롯데바이오의 사업비전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선 약 1조원 투자 규모의 국내 대규모 생산공장 부지가 내년 확정된다. 회사는 이 곳에서 임상에서 대량 상업 생산에 이르는 스케일별 밸류체인을 확보, CDMO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바이오는 여전히 인천 송도, 충북 오송 등 여러 후보지를 놓고 장단점을 살피는 중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선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지속한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바이오는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투자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초청을 받았다. 시큐러스 공장 인수가 마무리된 후 첫 공식행사로 이 대표가 아시아·태평양 트랙 세션 발표자로 나서 회사의 비전을 설명할 계획이다. 

시큐러스 공장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증설도 지속 검토한다. 시큐러스 공장은 36만㎡ 정도 규모로 이중 20~30%만 사용 중으로 알려졌다.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일찌감치 7000만달러(900억원)를 투입해 증설을 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인력도 70명 정도 충원할 계획이다.

이원직 대표는 해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5~7년 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게 목표"라며 "이를 통해 국내 투자금을 마련해 10억 달러(1조4300억원) 규모의 시러큐스 공장보다 5~6배 큰 공장을 건설,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바이오 본사가 있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사진=롯데그룹

◆기술유출·영업기밀 의혹…여전히 해결 과제

롯데바이오의 걸출한 사업 비전 뒤엔 해결해야할 과제가 있다. 삼성바이오와의 '기술유출 및 영업기밀 의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업계 일각에선 '이원직 사단'이라 불리는 롯데바이오 핵심멤버들이 모두 삼성바이오 출신이라고 한다. 롯데바이오가 지난 6월 열린 '바이오 USA'에 참가할 당시 롯데바이오 멤버 모두 삼성바이오 출신이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0월 인천지검 형사3부(손정현 부장검사)는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내 롯데바이오 본사를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직원 3명의 PC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이날 검찰의 강제수사가 앞선 양 사의 영업기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인천지법은 지난 7월 삼성바이오가 자사에서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3명을 상대로 낸 영업기밀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일부 인용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롯데바이오가 영입한 직원 3명이 삼성바이오에서 취득한 업무상 비밀을 롯데바이오에서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원직 대표는 가처분신청 대상에서 제외됐다. 

삼성바이오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롯데바이오 대표직에 오르면서,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의 영업 노하우를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 핵심 인물 3명 외에도, 전직 삼성바이오직원들이 롯데바이오 내부에 충분히 포진됐다는 것.
 
삼성바이오 내부운영에 정통한 관계자 A씨는 "(이원직 대표가) 신사업 추진단 시절 삼성바이오의 핵심 인력을 데리고 간 것은 삼성 내부에선 익히 알려진 일"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롯데바이오가 삼성바이오의 성공 공식을 빨리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또한 그는 "이 대표는 삼성바이오 시절 부적절한 법인카드 사용 등으로 징계를 받았는데, 이 일을 계기로 롯데바이오로 자리를 옮겼고 수십명의 삼성바이오 직원이 이 대표와 함께 이직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수십명의 삼성바이오 직원이 롯데바이오로 이직한 만큼, 롯데바이오가 위탁생산개발 등 기술력을 삼성바이오의 방식 그대로 답습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바이오가 이원직 대표를 가처분 대상에서 제외한 데는, 회사 대 회사의 다툼에서 대표이사는 건드리지 않는다는 불문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했다. 

반면 롯데바이오 측은 이 같이 일에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 또한 수십 명이 아닌 현저히 적은 숫자라고 일축했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애초 (삼성바이오로 부터) 영업 기밀을 가져오지 않았다"며 "전체 회사 인원이 50명인데, 계열사 이동, 롯데그룹에서 온 직원, 타 제약사에서 온 직원 등이 대다수다. 삼성바이오 직원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최형호 기자 rhyma@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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