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간판 바꾸고 쇄신 나선 ‘전경련’…신뢰 회복이 우선

신종모 기자 2023-08-23 16:00:48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55년만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명칭을 바꾸고 재도약을 선언했다. 한경협은 1961년 삼성그룹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 등 기업인 13명이 설립한 경제단체로 1968년 전경련으로 이름을 변경해 지금까지 사용해 왔다. 새 이름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정관 개정을 승인한 이후부터 공식적으로 사용된다.

전경련이 한경협으로 다시 명칭을 변경키로 한 것은 그동안의 과오를 씻고 새출발 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단체 설립 초창기의 기업가 정신으로 돌아가 실추된 위상을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다.
 
전경련은 우리 경제 도약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과 정치헌금 등의 숱한 어두운 그림자를 남겼다.

지난 2016년엔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를 촉발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의 후원금을 모금한 사실이 드러나 4대 그룹이 전경련에서 탈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전경련은 기업 회비 수입이 70% 이상 줄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의 경제인 초청 행사 등에서 수없이 패싱을 당하는 등 수모를 겪으며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신종모 기자


전경련은 쇄신 강도를 높이기 위해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내세웠다. 류 회장은 과거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때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경련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정경유착이라는 주홍글씨를 떠올릴 정도이니 류 회장의 고민도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류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어두운 과거를 깨끗이 청산하고, 잘못된 고리는 끊어내겠다"고 선언한 것은 적절해 보인다.

전경련은 엄격한 윤리기준을 세우고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동안 일방통행식 의사결정으로 반기업 정서를 부추겼다면 앞으로는 회원사와 국민들의 작은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국가의 미래를 고민하는 진정한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는 누구도 바꿀 수가 없다. 이미 일어난 일, 이미 내뱉어진 말, 이미 행해진 일은 원래 자리로 돌리지 못한다. 하지만 잘못된 과거보다 더 무서운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전경련도 과거를 잊지 않고 교훈삼아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면 보다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아픈 과거를 청산해 신뢰를 회복하고 한국 경제의 글로벌 도약에 앞장서며 국민과 함께하는 동반자가 되겠다는 전경련의 새출발을 응원한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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