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노조는 왜 김범수에 항의서한을 보냈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대표 고문계약 철회 요구도
카카오 측 "열린 자세로 성실히 대화하겠다"
황성완 기자 2023-08-18 11:29:25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엑스엘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 노동조합원들이 지난달 말에 집회를 시작한 이후 또다시 거리로 나왔다. 카카오 노조는 판교 일대 거리 행진에 나서며 2차 단체행동을 단행했다.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경영진에 대한 감사 요구서를 이사회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조(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크루 유니언은 지난 17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인근 광장에서 시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자회사 엑스엘게임즈 사옥 등을 순회하는 거리 행진을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검은색 옷에 '책임·소통·사과'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우양산을 펼쳐 들고 약 2km를 행진했다. 사옥 앞에서는 경영진의 사과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노조는 지난 7월 26일 판교역 인근 광장에서 첫 장외 집회를 열고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수신자로 하는 항의서한을 카카오 CA협의체(카카오와 계열사의 전략 방향을 조율·지원하는 협의체)에 전달했다.

지난 7월 24일 오후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서승욱 지회장이 사측에 전할 항의서한을 들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다시 거리로 나선 이유에 대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경영진들이 실적 악화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백상엽 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대표가 사퇴 후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 중인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카카오 이사회는 최근 기업 실적 악화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임한 백 전 대표를 지난 5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비상근 고문으로 위촉했다.

노조는 대규모 구조조정 문제가 불거진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 경영진에 대해 감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이번주 중으로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전(前) 경영진(백 고문)에 대한 감사를 사측에 요구해 고문 계약 철회 등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번 주 중으로 이사회 측에 감사 요구서를 공문 형태로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1차 시위 이후에도 카카오 계열사 엑스엘게임즈 역시 지난 1일부터 지난주까지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노조 측이 내부적으로 파악한 희망퇴직 신청 인원은 약 20명이다. 노조는 사측이 원하는 희망퇴직 인원 규모를 알 수 없는 가운데 사측이 최근 사내 공지사항에 권고사직을 실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전했다.

진창현 엑스엘게임즈 노조분회장은 "대표이사가 몇년 만에 분기 흑자 전환을 발표한 이후 회사가 가장 먼저 한 행동이 구조조정"이라며 "여전히 고용불안을 느끼며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카카오 사측은 이날 집회와 관련해 "열린 자세로 성실히 협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는 이날 집회에 약 3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7월 말 진행했던 1차 집회와 비슷한 규모로, 경찰은 이날 거리 행진 시작점이었던 판교역 인근 광장에 2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