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중고차 시장 진출 가시화...메기효과 기대치↑
2023-07-06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이 늦춰지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해 KG모빌리티 등 다수의 완성차업체가 중고차 사업에 진출할 의사를 밝혔지만, 담당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업계와 완성차 업체 사이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중고차 리테일을 통해 시장에 진입할 의사를 밝힌 롯데렌탈은 빠른 시장 진입을 위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해 우회책으로 시장진입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3일 중소기업벤처부는 KG모빌리티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있어 사업조정 작업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이에 따라 심의위원회를 편성해 심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KG모빌리티는 현재 중고차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가 신청해 진행되는 이번 사업조정은 현대차와 기아도 마찬가지로 진행한 과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사업조정으로 2025년까지 중고차 전체 판매규모 중 각각 4.1%, 2,9%의 규모만 판매할 수 있도록 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점유율이 낮은 KG모빌리티에 대해서도 굳이 사업조정을 낸 것에 대해, 중고차 업계가 르노코리아, 한국지엠 등 완성차 업체들의 진입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KG모빌리티측은 중기부의 실태조사에 대해 "아직 급할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KG모빌리티는 당장 연내에 중고차 시장 진입은 힘들어졌지만 충분한 시간을 두고서 사업을 더욱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현대차를 허가해준 것과 같이 공정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며 아직은 사업에 대한 디테일한 스케치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 진입 의사를 밝힌 롯데렌탈은 유통(리테일)을 통한 '우회 진입'을 선택했다. 당초 중고차를 직접판매하는 방식으로는 시장진입에 시간이 소요된다는 판단에서다.
최진환 롯데렌탈 사장은 지난 30일 2023 CEO IR데이에서 발표한 중장기 성장 전략 발표에서 "중고차 B2C 매매는 작년까지 준비해온 신사업이나 잠시 진출을 유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롯데렌탈이 다른 완성차업체처럼 중고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기존 중고차업계의 반발이 심해 조율에 시간이 필요하기 떄문이다. 이에 최진환 사장은 "제도적 합의는 됐으나, 아직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렌탈은 세컨 텀(Second Term)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에 우회진입할 계획이다. 롯데렌탈이 준비하고 있는 세컨 텀 제품은 기존 롯데렌탈이 판매하던 장기렌탈 상품 중 3~4년 사용된 차량을 자사에서 '리 유스 (Re-use)'하는 방식을 말한다. 롯데렌탈은 이를 통해 중고차 매각이익이 아닌 본업인 렌탈 및 리스 사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롯데렌탈 측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세컨 텀 상품 출시는 고민 중이나 7~8월 중으로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며 차량별 사용 가격에 대해서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 진입에 시간이 걸리는 것에 중기부가 조율하고 있는 세부사항 외에도 여러 해결점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신차 판매와 성격이 다른 중고차 시장의 인프라 형성 구축과 기존 중고차업계가 보유하고 있는 전산망 문제다. 이중 가장 크게 해결해야하는 문제는 바로 전산망 '시스템'문제다.
중고차 조합이 갖고 있는 '전산망' 권한...완성차 업체의 시장 진입 막는다
일반적으로 개인이 중고차를 구매할때 매매단지를 직접가서 차량을 살펴보고 계약을 진행하면 서류처리후 차량을 인도할 수 있다. 위 과정이 가능한 이유는 전국 각지에 있는 지역별 중고차 조합이 차량을 판매할때 서류처리를 전산시스템으로 처리해 판매과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역 중고차 조합이 보유하고 있는 전산망 권한이 문제가 된다고 보고 있다. 기존 중고차업계가 전산망 시스템으로 진입하기 어려운 조건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차원에서 중고차 매매에 시간을 단축화하기 위해 권한을 위임한 것을 기존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현대차나 기아 및 KG모빌리티가 전산망을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고객은 차량을 구매하고 타기 위해 직접 관공서로 가 서류처리를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일부에서는 이를 놓고 '칼자루를 쥐고 텃세를 부린다'고 보고 있다. 사업의 원활함을 위해 위임한 것을 현재로서는 협상의 일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림대 자동차학부 김필수 교수는 "사업의 원활함을 위해 위임한 권한을 조합이 권리라고 판단하면 안 될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가 중고차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충분한 시간을 들여 조정했는데, 이를 계속해서 사업조정이라는 방식으로 지연해서는 안된다"며 "매번 다른 브랜드가 진입할 때마다 사업조정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차원에서라도 다시 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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