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현대차 '중고차 시장' 진출 공식화 ...레몬마켓 없앤다

신뢰도 있는 완성차업체들의 진입으로 중고차 거래 불투명성 해소
골목상권 침해 외치는 영세딜러들...대기업과 경쟁 구도 우려
박재훈 기자 2023-04-05 10:36:35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올해부터 국내 완성차 업계의 인증 중고차 시장 진출이 허용되면서,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와 기아,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까지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파편화되어 투명성이 떨어지는 시장이었던 중고차 시장에 기업체가 들어와 소비가 안정화 될 수 있다는 것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영세 딜러들에게는 골목상권에 막심한 피해가 올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에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하고서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정재훈 현대차 사장은 주총에서 "생산·판매 최적화와 물류 리드타임 단축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원하는 시기에 제공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 프로그램을 강화해 신차 구매 부담을 완화하여 인증 중고차 사업으로 신뢰도 높은 중고차를 제공함으로 자존가치 제고로 고객의 실부담액을 경감하겠다"고 말했었다.

현대차 장재훈 사장 / 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KG 모빌리티 (구 쌍용자동차) 또한 지난 22일 주주총회에서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완성차 업체들이 너도나도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바로 거래량이다. 2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자동차등록현황보고 통계에서 작년 신차가 아닌 중고차를 구매해서 등록한 대수가 380만대로 집계됐다. 신차르 구매해 등록하는 차량는 170만대로 중고차 구매 후 등록은 신차 등록의 2배 이상의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이 새로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게 될 경우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가 생기기 때문에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도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은 반가운 소식이다. 중고차 시장은 일부 불확실한 판매구조(허위매물·미끼매물 등)로 인해 이른바 '레몬마켓'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레몬마켓이란 판매자가 상품에 결함이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이를 숨기고 거래하려하는 시장을 뜻한다. 이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신용도가 높은 기업체 형식으로 현대차나 기아가 중고차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반기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도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나옴에도 고객의 소비권을 위한다는 명목이 있어 소비자와 완성차 업체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서울의 한 중고차 주차장에 1400여대의 차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 사진=연합뉴스 

현대차, 용인 오토허브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

현대차 등의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권고에 따라 오는 5월부터 정식 사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현재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정관 변경뿐 아닌 실무적인 작업도 순차적으로 진행중에 있다. 우선 현대차는 지난 1월 경기 용인시에 자동차 매매업 등록을 마무리 했으며, 업계에 따르면 용인시 오토허브 중고차 매매단지에 입주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7월부터 입주가 예정되었으며 계약기간은 10년일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전북 정읍에 매매단지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자사 중고차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 200여개의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한 후 공급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경남 양산에 인증 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를 조성할 예정이며, 기아는 수도권에 부지를 모색중이다. 

선별대상인 차량은 5년이내, 10만km 이내의 차량이다.

또한 현대차는 기존 중고차 업계와의 상생을 위해서 2025년까지 시장 점유율을 4.1%로 제한할 방침이다. 기아는 2.9%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렇게 완성차 업체들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있어 기존의 중고차 시장 종사자들의 반응은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 

한 중고차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사측도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기회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나 다른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옴으로써 소비자의 관심은 커지고 이에 따라 인식개선과 매물 수요 증가라는 결과로 결국 시장의 파이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들의 높은 신뢰도가 시장에 긍정적인 바람을 가져와 크기를 키워 이른바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고차 시장은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는 몇몇의 창구를 제외하면 개인사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파편화된 시장 탓에 거래의 투명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이런 시장에 완성차 업체들이 기업화된 시스템으로 뛰어들게 될 경우 중고차 시장의 문제인 불투명한 거래로 인한 소비자 불신이 감소되고 시장이 새로 재편될 가능성이 생긴다. 소비자의 불신 개선은 결국 소비의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형식이 아닌 개인적으로 판매를 하고 있는 기존의 영세 딜러에게는 좋지 못한 소식으로 들린다. 실제로 현대차가 매매단지로 계약한 용인의 오토허브에는 약70곳의 영세 매매업체들이 입주해있어 현대차와 경쟁할 상황에 놓여있다. 대기업인 현대차가 입주하면서 고객 이탈로 인한 피해가 생기게 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중고차 사업의 진척상황에 대해 "하반기에 시작을 목표로 현재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검토 중에 있고 자세한 사항은 추후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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