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브랜드 역사 첫 번째 소개는 자동차의 대중화 '포드(FORD)'다.
놀랍게도 포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시내를 달렸던 '수입차'다. 지금처럼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가 있거나 자동차의 대중화가 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포드의 '모델 T'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수도 있겠다.
흔히 개화기무렵 배경의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자동차의 대부분이 포드의 자동차들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에서도 여러가지 포드 자동차들을 등장인물들이 타고 다니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렇게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포드의 탄생과 지금의 포드를 만들 수 있었던 모델은 어떤 모델이었을까?
포드의 시작과 부흥기...대중화에 앞장 선 모델 T
포드는 1903년 6월 미국의 미시건 주 디어본에서 자동차 왕이라고 불리는 헨리 포드가 설립했다. 값비싸고 일부 사람들만 탈 수 있었던 자동차를 대중화한 인물로 유명하다. 현재 자동차뿐만 아니라 제작 공정에서 기본이 되는 공정과정인 컨베이어 벨트를 고안해낸 인물이기도 하다.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로 제작공정을 효율화 해 자동차 1대 조립에 시간을 750분에서 93분으로 단축했다.
업무에서 효율성을 가장 중시했던 헨리포드는 이를 통해 자동차 가격을 점차 인하해가면서 자동차 대중화에 앞장섰다. 그 중 포드의 가장 베스트 셀링 모델은 역시 모델 T를 꼽을 수 있겠다. 모델 T는 1908년부터 1927년에 걸쳐 1650만대를 판매해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자동차 중 하나다. 모델 T의 이름에서 T는 알파벳의 순서대로 내놓은 포드의 전략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포드는 자동차에 모델A를 시작으로 차량마다 알파벳을 붙여 왔는데 모델 T는 20번째 개선작이다.
모델T의 성공에 힘입어 포드는 1922년 경쟁 자동차 회사 링컨을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규모를 키워가던 중 다른 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과 크라이슬러에 밀려 점유율이 하락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헨리포드가 중시하던 생산성과 효율성이 포드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포드의 화려한 부활...지금도 누군가의 드림카 머스탱 발표
침체기를 보내고 있던 포드에게 구원투수가 등장한다. 바로 지금까지도 포드의 대표적인 모델로 꼽히는 머스탱이 그 주인공이다. 1964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포드의 머스탱은 포드를 넘어 '미국차'하면 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다.
머스탱은 그 상징성 때문에 아직까지도 미디어에서 자주 등장하며 현재까지 이르러 많은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모델이다.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미국에서 젊은 층에서 머슬카 문화가 성행하면서 머스탱의 인기는 하늘로 치솟았다. 머스탱은 자연스레 모델 T에 이어 포드의 베스트 셀링카에 등극했다.
포드는 머스탱의 성공으로 성공적인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1967년 미국을 넘어 유럽에 자회사인 포드 유럽을 설립하고 GT40을 개발한다. GT40은 이후 1967년 르망24시에서 우승해 아성을 떨쳤다. 페라리와의 대결 일화가 유명한데 2019년 포드와 페라리의 대결을 그린 영화 '포드 V 페라리'가 개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황금의 전성기 1990년대의 포드...신차 라인업 확대와 화려한 자회사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포드는 익숙한 이름들의 모델들로 라인업을 확장해 나갔다. 익스플로러, 몬데오, 레인저 등 다양한 모델들이 출시됐다. 같은 시기 포드는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을 인수해가면서 자동차 브랜드계의 공룡으로 성장했다. 당시 포드가 소유하고 있던 자동차 브랜드들은 재규어(1989년 인수), 랜드로버(2000년 인수), 애스턴마틴(1989년 인수), 볼보(1999년 인수), 마쓰다(1996년 인수) 등으로 포드는 브랜드 통합 관리를 위해 1999년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을(PAG)를 설립한다.
하지만 포드의 이런 몸집 불리기는 브랜드간의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했고,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인해 브랜드들을 매각하기에 이른다. 재규어와 랜드로버는 2008년에 인도 타타그룹에 매각됐고, 볼보는 2010년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매각한다.
선택과 집중...전기차 격전시대에 뛰어드는 포드
2018년에 들어서 포드는 선택과 집중을 하기 시작한다. 머스탱과 GT40을 제외하고는 세단과 쿠페라인업을 더 이상 생산하지 않고 SUV와 트럭 차종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테슬라의 등장, 그리고 전동화로의 과도기를 겪고 있는 현재에 이르러서 포드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포드는 미국 내 전기차 점유율에서 8.4%를 차지하면서 테슬라와 GM에 뒤를 이어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포드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핵심인 배터리 경쟁력 확보에도 진심이다. 지난 2월 포드는 중국의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35억달러의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기저에 깔린 중국 견제라는 취지와 맞지 않게 중국 배터리기업과의 협업을 선택해 주목을 받았다. 포드는 CATL은 기술과 노하우만 제공받는 식으로 우회책을 택했지만 미국 정부의 비판을 사기도 했다.
포드는 CATL외에도 국내 배터리 기업과도 활발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월 포드는 튀르키예의 최대 기업인 코치와 국내 배터리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도 합작법인을 추진해 나가기로 발표했다. 3사의 배터리 공장은 튀르키예 앙카라 인근 바슈켄트 지역에 양산을 목표로 약 2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포드는 국내 배터리 기업 SK온과도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켄터키 주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부터 블루오벌SK의 3개 공장은 총 12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예정이다. 지난 23일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에서 92억달러(한화 약 11조8000억원)규모의 정책지원자금을 확보하면서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인 상태다.
한편, 최근 포드는 전기차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위해 또 한번의 선택과 집중을 결정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포드는 북미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정규직과 계약직 등 1000명을 해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최근 포드는 여러 차례에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는 미국 지부 직원 3000명을 해고했고, 올해 초에는 유럽에서 비슷한 규모로 인력을 감축한 바 있다.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건너가는 자동차 업계의 지각변동 속에서 포드가 어떤 브랜드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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