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떠는 기업들…"극심함 경영난 가중"
2023-06-26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논의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다음으로 미뤄졌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최저임금법상 심의·의결을 마쳐야 하는 날이었으나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결국 법정 기한을 넘겨서 심의를 지속하게 됐다.
최저임금위는 시한을 넘기더라도 남은 행정절차를 고려하면 다음 달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안을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넘겨야 한다. 장관은 오는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해야 한다.
지난 1988년에 시행된 최저임금제는 올해까지 총 37차례의 심의 가운데 법정 기한을 지킨 것은 9번에 불과하다. 지난해에는 2014년에 이어 8년 만에 기한을 지킨 바 있다.
앞서 노동계를 대변하는 근로자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으로 시간당 1만 2210원을 요구했다. 이를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월 노동시간 209시간 적용)은 255만 1890원이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보다 26.9% 많다.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위원들은 올해와 같은 시급 9620원을 제시했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한 최초 요구안을 놓고 그 격차를 좁히는 방식이다. 노사는 다음 전원회의에서 수정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최저임금 논의 놓고 노동계 vs 경영계 날 선 대립
근로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내수 소비 활성화,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을 통한 최저임금 인상 현실화, 악화하는 임금 불평등 해소, 산입 범위 확대로 인한 최저임금 노동자 실질임금 감소 등의 인상의 근거를 들며 내년도 최저임금의 최초 요구안인 시간당 1만 2210원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4년간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한 최저임금 인상은 실질임금 삭감으로 이어졌다”며 “월급 빼고 다 올라 이제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이어 “노사 간 쟁점이 많다”면서 “기한을 넘겨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최저임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외 투쟁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하절기에는 노동계 투쟁인 ‘하투(夏鬪)’가 벌어지는데 올해는 윤석열 정부의 강도 높은 ‘노동 개혁’ 추진으로 어느 때보다 강한 투쟁이 예고되고 있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인상,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필두로 총파업 기조·목표로 내걸고 투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현장의 근로자들은 고율의 최저임금 인상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만 2210원은 정말 근로자를 위한 것이냐며 임금보다 일자리 자체를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또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인건비 문제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을 살펴봐야 한다”면서 “최저임금이 동결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인 저소득계층이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를 대변하는 단체들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경기침체로 경영상황을 크게 악화되고 동시에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며 힘을 보탰다.
대한상의는 외국 투자기업들이 한국에서의 경영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노동현안으로 ‘최저임금·임금 상승 등 인건비 증가라고 지적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최근 미중갈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과정에서 중국의 대안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외투기업들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규제완화, 지원정책 등과 함께 노동개혁을 통해 노동시장 경쟁력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자영업자 다수가 현재의 최저임금도 경영에 부담이 되는 수준인데 추가 인상되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또 숙박․음식점업은 최근 식재료비 상승으로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이며 관련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인건비 인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최근 경기침체, 고물가 등으로 가계소비가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이 심각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며 “만약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된다면 상당수 자영업자들이 이미 버티기 어려울 것이며 폐업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경총은 기업 지급 능력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최저임금 인상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총 관계자는 “기업 지급 능력 측면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해진 이상 내년 최저임금은 현재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을 기준으로 결정돼야 한다”며 “최저임금 결정의 고려 요소인 생계비는 고소득층 생계비까지 포함된 전체 평균 생계비가 아닌 최저임금의 정책 대상이 되는 근로자 생계비를 고려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댓글
(0) 로그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