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몬테네그로 총선판 뒤흔들었다..."정치자금 후원" 폭로

권도형, 총리 등에 자필편지...대형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 의혹 불거져
11일 총선 앞두고 '발칵'...몬테네그로 정치권, 검찰에 조사 촉구
황성완 기자 2023-06-09 10:36:06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이 나라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른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하는 등 수년간 각별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몬테네그로 현 총리가 전격 폭로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있을 총선에 대형 변수가 작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8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최대 일간지 '비예스티'에 따르면 드리탄 아바조비치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권 대표에게 최근 편지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가 자필로 쓴 편지에 그가 '지금 유럽'(Europe Now Movement)의 밀로코 스파이치 대표와 2018년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스파이치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후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주장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지난 5월 11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대표는 아바조비치 총리를 비롯해 마르코 코바치 법무부장관, 특별검사실에도 같은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이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는 상황에서 스파이치 대표가 권 대표와 접촉한 것이 사실이라면 몬테네그로에도 좋지 않다"며 "우리가 글로벌 사기꾼의 온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 유럽'은 지난해 6월 창당한 신생 정당이다. 같은 해 10월 지방선거에서 선전한 데 이어 올해 4월 대선에서는 이 정당 소속의 야코브 밀라토비치 전 경제부 장관이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지금 유럽'은 오는 11일 치러지는 총선을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권 대표가 총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어떤 의도로 폭로에 나섰는지는 알 수 없으나,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스파이치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권 대표 문제가 현지에서 총선 판도를 흔드는 대형 스캔들로 번지고 있다. 몬테네그로 현지법에 따르면 외국인은 정당에 기부하거나 선거 운동에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 정당은 모든 기부금을 부패 방지국에 보고해야 한다.

아바조비치 총리는 권 대표와 스파이치 대표의 연관성에 대한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며 특별검사실에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파문이 커지자 스파이치 대표는 테라폼랩스 초창기인 2018년 초에 자신과 당시 자신이 일하던 회사가 테라폼랩스에 투자한 것은 사실이지만 권 대표에게 정치 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2020년 1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몬테네그로 재무장관을 지낸 스파이치 대표는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왔으며 블록체인 산업이 3년 이내에 몬테네그로 경제의 3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스파이치 대표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지금 유럽'의 총선 승리를 막기 위해 조작된 음모론이라며 몇 주 전부터 다른 정당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울러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에서 붙잡힌 건 자신이 당국에 정보를 흘려줬기 때문이라며 연관성을 부인했지만, 필리프 아드지치 내무부 장관은 그런 정보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아드지치 장관은 "스파이치 대표가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권 대표를 만났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심지어 가족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당시는 권 대표가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던 때"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권 대표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되기 전 인접한 세르비아에 머무른 바 있다. 한 독일 매체는 권 대표 측이 베오그라드에서 구매한 고급 아파트가 스파이치 대표 소유였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앞서, 권 대표는 지난해 4월 말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11개월가량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3월 23일 측근 한모씨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행 비행기 탑승을 시도하다 공문서위조 혐의로 검거됐다. 그는 최근 몬테네그로 법원이 보석 결정을 취소함에 따라, 구금 상태에서 오는 16일 재판을 받는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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