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의 미래먹거리 '수소 충전'...인프라 구축 과제 어떻게 풀까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소 전환 성격이 달라 힘들어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에 님비현상도 숙제
박재훈 기자 2023-04-20 13:47:26
[스마트에프엔=박재훈 기자]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2032년까지 신차 3대 중 2개를 전기차로 만들도록 하는 탄소 규제안을 발표하는 등 자동차 전동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이에 자동차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정유업계도 변화하는 시장에 대응에 나섰다. 내연기관 위주의 수익을 내고 있던 정유업계는 다변화를 모색하면서 미래먹거리로 전기차 충전기 사업과 함께 수소 관련 사업도 장기적 과제로 준비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중에서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가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인프라구축에 따른 제약은 풀어야할 숙제로 보인다.

GS칼텍스 주유소 전경 /사진=GS칼텍스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이 내놓은 새로운 규제안은 2년 전 백악관에서 발표했던, 2030년까지 전기차를 50% 수준으로 올린다는 사전 발표보다 강화된 내용을 담고 있다. 정유업계는 정책변화에 따른 시장 전반적인 변화에 주유소등의 다변화를 모색하는 중이다. 전기차나 수소차같은 친환경차에도 윤활유가 들어가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필요가 따라오는 내연기관차에 비중이 감소하는 것은 정유업계로서는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국책 연구 기관인 에너지연구원은 2040년에는 현재의 4분의 1인 3000개가량의 주유소만 남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주유소가 감소한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63.8% 증가한 16만4482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판매의 9.8%를 차지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주유소의 인프라를 그대로 전기충전소로 전환하면 된다'고 여기지만 실상은 다르다. 업계에서는 주유소와 전기차충전소의 근원적 차이점 때문에 사실상의 공생이 어렵는 설명이다.

제네시스 강남 전기차 충전소 /사진=제네시스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이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주유소에서 5분 정도면 주유가 끝난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에는 내연기관차만큼 회전율이 빠르지 않다. 급속충전의 경우 30분, 완속충전의 경우에는 10시간 넘게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차이가 엄청나다. 만약 충전소로 인프라를 교체한다고 해도 전기차 소유자가 굳이 주유소를 찾을지도 문제다. 전기차의 경우에는 아파트, 대형마트 등에서도 충전이 용이하기 떄문이다.

이런 여러가지의 내연기관과 다른 전기차의 특성 때문에 정유업계는 탈정유의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거기서 대안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수소충전이다. 수소충전의 경우 완충까지 3분에서 4분이면 가능해 회전율이 빠르며 전기차충전소와 달리 기존 주유소와 성격이 같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중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는 수소 부문 투자에 집중하면서 주유소의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수소충전소 상상도 / 사진=현대오일뱅크


현대오일뱅크는 수소 분야와 관련해 2025년까지 블루수소 연산 10만톤에 달하는 생산계획을 세웠다. 또한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 달하는 물량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현대자동차, 현대글로비스, 현대로템과 함께 광진구 중곡LPG 충전소 부지를 활용해 이동형 수소 충전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의 25톤 대형트럭인 엑시언트에 수소압축기, 저장 용기, 냉각기, 충전기 등의 설비를 탑재해 수소 충전소 역할을 수행하는 형식이다. 이는 하루 최대 50대의 수소 차량을 충전할 수 있다.

GS칼텍스도 수소를 통한 다변화와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작년 11월 2조7000억원의 투자를 감행해 전남 여수에 올레핀 생산시설(MFC) 준공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또한 GS칼텍스는 강동구에 수소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동구 상일동에 소재한 이 수소충전소는 서울에 10개남짓한 수소충전소 중 하나이다.

이처럼 수소관련 사업을 통해 수소충전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지만 수소충전소에는 아직 풀어야할 숙제가 남아있다. 전기차충전소와 달리 수소를 보관할 공간과 안전하게 처리할 시설 등으로 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것과 폭발에 대한 우려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발생하는 님비현상등이 문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강동구에 운영중인 수소 충전소 운영에도 지자체의 허가와 폭발우려로 인한 주변의 시선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소차 상용화의 시점을 10년 후로 보고 있다. 전기차가 친환경차에 바람을 불어일으켰듯 장기적으로는 수소차가 주류가 될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최근 정부차원에서도 수소충전소와 관련해 인프라 구축을 해나가고 있다.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수소 생산·저장·운송 관련 인프라 고도화를 적극 지원하고 수소관련 법·제도 개선을 통해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훈 기자 isk03236@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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