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진의 재미있는 K-LCC 이야기] (47)제주항공 취항사 6

제주에어가 본격적으로 취항 준비에 들어간 2005년 4월 당시 제주도 외에도 전국 곳곳에서는 크고 작은 지역항공사 추진이 잇따랐다. 때문에 국내 항공업계는 제주에어의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 취득 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제주도와 제주에어는 겉으로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 조건이었던 항공기 5대 이상, 자본금 200억원 이상 등의 허가요건을 모두 갖춘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보였지만 정작 건교부에서는 부정기항공 면허와 달리 정기항공 면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었기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어는 2005년 5월24일 도입기종으로 캐나다 봄바디어(Bombardier)사의 Dash8-Q400(터보프롭, 74인승)으로 최종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봄바디어사는 보잉, 에어버스에 이은 세계 3위 항공기 제작회사였다. 제주에어는 전문가들로 기종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전 세계에서 운항되고 있는 5개사 6개 기종을 대상으로 국내노선에 가장 적합한 항공기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캐나다 항공기가 사상 처음 한국시장 진입에 성공한 셈인데, 제주에어는 Q400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바람이 많은 제주지역의 기상특성 등을 고려해 안전성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였으며, 운항 원가구조가 저비용 체제에 적합하여 저렴한 항공요금으로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 쾌적성이 검증되고 항공기 성능과 제원이 국내 운항예정 노선에 대한 적합성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어는 봄바디어사와 도입가격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구입가격은 항공기 제작사가 공식 제시한 대당 2300만 달러를 훨씬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Q400 항공기는 터보프롭 항공기 중 안전성과 쾌적성이 가장 뛰어나고, 경제성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기종이었다. Q400의 주요 제원 및 성능은 좌석수 74~78인승, 좌석간 거리 31인치, 최대항속거리 1855∼2522㎞, 순항속도 666㎞였다. 주력노선인 김포~제주 간 운항시간을 블록타임(Block time) 기준으로 비교하면, Q400이 55~63분, 터보제트(기존항공사) 52~61분, ATR72-500(한성항공)이 76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록타임은 항공기가 자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여 목적지에서 엔진이 멈추고(Shut Down) 좌석벨트 사인이 꺼질 때까지의 총소요시간(엔진가동시간)을 의미한다.

제주에어는 국내 항공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을 끈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2005년 8월25일 취득했다. 이날 건설교통부로부터 정기 항공운송사업을 위한 면허와 김포~제주, 김포~부산, 부산~제주, 김포~양양 등 4개 노선의 개설 면허까지 동시 취득했다. 이는 대한항공(69. 3. 1), 아시아나항공(88. 2. 24)에 이은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 출범을 의미했다. 이 같은 항공운송사업 면허체계는 2009년 6월9일 항공법이 개정되면서 정기항공사라는 개념이 없어졌지만, 대한민국 항공업계에서 2005년 8월25일 제주에어의 국내 3번째 정기항공사 면허 취득은 항공역사로서는 매우 유의미한 일이었다. 이후 국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양분해왔던 항공시장이 급격하게 다변화되면서 시장구도가 공급자 위주에서 소비자 위주로 재편되는 계기가 되었다.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취득한 제주에어는 이후 한성항공 등 전국 각지에서 추진되고 있던 부정기항공사와는 근본이 다르다는 점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제주에어가 2005년 8월 밝힌 정기 항공운송사업과 부정기 항공운송사업의 차이점은 아래와 같았다.

제주에어는 안전성 확보를 위해 타 지역항공사처럼 중고 항공기를 리스로 들여오는 것이 아닌 신규 제작한 새 비행기를 구매로 도입한다는 점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당시 제주에어가 밝힌 Dash8-Q400 항공기는 캐나다 봄바디어사에서 2000년 처음 출시한 항공기로 일본의 양대 항공사인 일본항공(JAL, Japan Airlines), 전일본공수(ANA, All Nippon Airways)를 비롯 영국의 플라이비(Flybe) 등 전 세계 15개 항공사에서 112대가 운항중이었으며, 항공기 인도시점 이래 운항 중 사고가 전혀 없던 기종이었다. 또한 Q400의 Q가 ‘The Quiet ones’를 의미할 정도로 터보프롭 항공기 중 안전성이 가장 뛰어나며, 소음 및 진동이 적은 항공기로 제트기의 속도와 안락함 그리고 터보프롭의 경제성을 함께 지닌 신기술의 항공기였다.

제주에어는 정기 항공운송사업 면허와 함께 노선 개설 면허를 동시 취득했는데 이 가운데 제주기점이 아닌 김포~부산, 김포~양양 노선에 대한 제주도의 거센 비판이 있었다. 김포~부산 노선은 당시 국내선 전체노선 가운데 이용객수 기준으로 김포~제주 노선에 이은 2번째 수익노선이었던지라 신생항공사의 설립 초기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그나마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김포~양양 노선에 대한 제주도의 불만이 특히 컸다. 양양 노선은 제주도와 직접 경쟁하고 있는 동해안 관광노선이었던 것이다. 다른 데도 아니고 제주지역항공사가 제주도와 경쟁관계에 있는 강원도 동해안으로 승객을 실어 나른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강했다. 게다가 기존항공사가 수익을 내지 못해 수년째 끊어진 노선을 제주에어가 운항한다는 것에 대해 비판 여론이 강했다.

해명을 요구받은 제주에어가 설명한 김포~양양 노선의 취항이유는 이랬다.

“기존항공사의 누적된 적자로 운항이 중단된 노선이지만 운항 중단 당시 편당 탑승인원이 약 80명 정도였다. 제주에어 항공기의 편당 좌석수 74석을 기준으로는 수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어 취항하게 되었다. 양양은 주변에 주문진, 강릉, 속초 등의 관광지가 있어서 충분한 수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양양은 남북교류의 장인 금강산관광을 할 수 있는 게이트로서 향후 남북간 항공을 이용한 관광이 본격 시작되면 양양 노선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되어 장기적인 안목에서 결심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주에어의 이 같은 양양 노선 취항 이유는 거짓이었다. 제주에어에서 자체 미화시킨 억지논리였다. 당시 건교부는 면허권자의 위치에서 면허를 신청하는 예비항공사에게 면허조건으로 지방공항 활성화 의무를 요구했다. 그 의무는 단항된 지방공항 취항을 끼워서 허가해준 것이다. 면허를 신청하는 예비항공사 입장에서는 건교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거역하기 힘들었고, 그에 따라 제주에어에게는 김포~양양 노선 취항을 끼워 판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주에어는 취항 이후 김포~양양 노선 운항을 시작했고, 한동안 텅 빈 비행기로 운항을 지속하다가 결국 경영난을 이유로 단항하고 말았다. 이 노선은 심할 때는 조종사 2명, 객실승무원 2명에 승객 3~4명이 타고 운항할 때도 많았다. 게다가 양양 노선을 살려보기 위해 마케팅을 펼치면 제주도로부터 노골적인 비난을 듣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면허취득 직후였던 2005년 8월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제주항공' 상호를 선점했던 김모 제주항공 대표가 제주에어에게 조건 없이 이 상호를 넘겨주겠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에따라 ㈜제주에어는 상호를 '㈜제주항공'으로 변경하기 위한 작업을 빠르게 진행했다. 2005년 말까지 상호를 변경하고, 상표와 로고 등록을 마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제주에어는 그동안 사용하지 못했던 '제주항공' 상호를 선물로 받아 '첫 출범부터 좋은 징조'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06년 취항 때는 항공기에 '제주항공'(JEJU air) 이름을 달고 운항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글 / 양성진 ‘세상을 바꾼 K-LCC’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