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깊어지는 삼바·롯바 간 갈등…"'인력 충원' 해결해야 할 숙제"
2023-02-17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지난해 3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정권이 교체됐지만 민영화된 기업 인사에 정부와 정치권이 간섭하는 고질적인 병폐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바로 얼마 전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구 대표는 이사회 회의를 통해 차기 주주총회에 추천할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앞서,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대표후보심사위)는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총 5차례 진행해 '연임 적격'이라는 결과를 지난해 12월 13일 KT이사회에 보고했으나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 최종 후보 선정을 복수 후보 심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대표후보심사위는 복수 후보를 비교 심사한 결과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 상승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성공적인 '디지코(DIGICO)'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변화를 꾀한 점 등을 높히 평가했다. 또, KT 이사회는 심사 대상자들의 미래 성장 비전에 대해서도 면접 등을 통해 심도 있게 심사한 결과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성장전략 및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한 점 등에서 구현모 대표가 KT의 지속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의 지분을 10.35%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반발에 나섰고, KT는 이미 박종욱 KT 각자대표가 지난해 3월 국민연금 반대로 인해 사퇴한 사례를 겪었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KT 이사회가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3시간 만에 보도자료를 통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국민연금은 특히 경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KT는 최다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7.79%의 현대자동차와 5.48%의 신한은행 등이 주요 주주인 엄연한 민간기업이다. 그럼에도 정권이 교체되면 정부와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수차례 CEO가 퇴진하고 교체되는 수난을 겪어왔다.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의사가 반영되기보다는 권력의 의중대로 최고경영진의 진퇴가 결정되는 '이상한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구 대표 역시 지난날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상품권을 매입한 뒤 되팔아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을 불법 후원한 '쪼개기 혐의'로 아직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 올해 초에는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T 이사회를 포함해 KT 내부에선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기고, 디지코 전환을 통한 지속가능한 실적을 견인한 점 등의 경영능력을 눞이 사 연임쪽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미 재판을 받은 사안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자기사람 심기' '코드 인사'를 위해 재판·검찰 출두 등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 때문에 KT는 설 연휴 전에 나왔어야 할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등이 잠정 연기되는 등 심각한 경영차질을 빚고 있다.
이같은 정권의 민영화된 기업에 대한 인사개입은 비단 KT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포스코와 KT&G 등의 CEO 인사를 둘러싼 잡음도 끊이지않고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정부의 역할을 하고 기업은 기업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민간기업의 인사를 좌지우지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이제는 버려야 할 때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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