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코KT' 이끄는 구현모 대표 연임 선언...전망은?
2022-11-09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지난 28일 진행된 복수 후보 심사 결과를 통해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 됐다. 앞서 KT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심사를 총 5차례 진행해 ‘연임 적격’이라는 결과를 지난 13일 KT이사회에 보고했으나,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최종 후보 선정을 복수 후보 심사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다만 KT의 지분을 10.35%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연임 반대 의견을 밝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추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은 거의 확실하다. KT 이사회는 복수 후보를 비교 심사한 결과 △사상 처음으로 서비스 매출 16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점 △취임 당시 대비 11월 말 기준 주가가 90% 상승하는 등 기업가치를 높인 점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성공적인 '디지코(DIGICO)' 전환으로 통신사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그룹 사업 구조 및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을 통해 KT그룹 전체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한 점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이행 및 컴플라이언스 체계 강화 등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는 외부 기관들의 평가 △사업 성과와 주주 가치 성장성이 탁월하다는 국내·외 투자자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구현모 대표를 높이 평가했다.
또한 KT 이사회는 심사 대상자들의 미래 성장 비전에 대해서도 면접 등을 통해 심도 있게 심사한 결과 △디지코 전환 가속화를 위한 성장전략 및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한 점 △통신(Telco)·B2B 사업구조 혁신, 아웃소싱 개선 등 명확한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한 점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조직 운영체계 혁신 및 우수인재 확보 방안을 마련하고 KT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육성에도 확고한 의지가 있다는 점에서 구현모 대표가 KT의 지속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구 대표의 연임이 거의 확정됐지만 국민연금이 반발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KT 이사회가 28일 구 대표를 단독 후보로 추천하겠다고 발표한 지 약 3시간 만에 KT 지분을 10.35%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박종욱 KT 각자대표가 지난 3월 국민연금 반대로 인해 사퇴한 사례가 있어 KT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박종욱 KT 각자대표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투표를 앞두고 사퇴했다. 지난 3월의 일이다. 국민연금공단의 반대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구현모 대표도 박종욱 전 대표의 발목을 잡았던 ‘쪼개기 후원’ 혐의를 떨쳐내지 못한 상태다. 박 전대표와 마찬가지로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뒤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서원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며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수 있음을 예고했다. 이는 KT 이사회가 구체적인 추가 심사 절차를 공개하지 않은 점을 국민연금이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연금은 경선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지키지 못했다는 걸 이유로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KT는 구 대표가 최종 후보로 결정된 직후 "심사위원회가 사외 인사 14명과 구 대표를 포함한 사내 후보자 13명에 대한 7차례의 경쟁 심사 과정을 거쳐 구 대표를 최종 적임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에게 빌미를 준 KT이사회의 잘못도 있다. KT이사회는 복수후보 심사기준과 절차를 공개하지 않고 심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위원회를 통과한 3명의 최종 후보에 대해 면접 심사를 한 사실도 공식 자료에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구현모 대표는 29일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제1회 양자기술 최고위 전략대화’에 참석한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국민연금의 연임 반대 의견에 대해) 좀 더 무슨 내용인지 파악하고 고민도 하겠다"며 "경쟁을 하겠다는 것이 제 기본적인 생각이고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앞서 KT이사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단을 받고도 여러 후보와의 경쟁을 자처한 바 있다. 연임 적격 판단을 받은 현직 대표가 이사회에 경선을 요청한 이례적 상황이다.
다만 국민연금의 구현모 대표 연임 반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KT의 최대주주라면 KT 주주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현재의 행태는 과도한 발목잡기로 보이기 때문이다. 구현모 대표가 증명한 실적과 성과, 그리고 그가 보여준 리더십, KT이사회의 선택, 주식시장에 보이는 구 대표의 연임 지지 등을 무시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반대 입장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KT의 대표와 주요 임원 자리는 과거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냈던 관습이 있었다. 이제는 그러한 악습이 사라졌다고 믿지만, 혹시 국민연금의 반대가 이를 의식한 것이라면 KT의 미래는 후퇴할 수 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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