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일 삼성전자 53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아 ‘뉴삼성’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처음 맞는 창립기념일이지만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여파로 행사를 대폭 축소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지낼 가능성이 크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에서 열리는 창립기념식에는 이 회장은 참석하지 않고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과 경계현 DS부문장(사장)이 참석한다. 재계에 최대 관심사인 이 회장의 메시지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19년에 창립 50주년을 맞아 딱 한 번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라는 짧고 굵은 의미의 영상 메시지다. 이를 제외하고는 이 회장은 창립 기념 행사에 참석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한 적이 없다.
삼성전자는 이날 본 행사에 앞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애도하며 묵념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애초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을 맞아 사내 동호회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가 마련했으나 사회적 이슈를 고려해 전면 취소했다. 대신 대표이사 창립기념사 발표, 기념 영상 상영, 임직원 포상 등만 간소하게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은 이날 혁신과 고객 중시, 지속 가능 경영 등의 내용을 담은 창립기념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두 대표는 지난 31일 오후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며 “아울러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모든 분께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여러분들도 국가 애도기간 동안 희생자 추모에 함께해달라”고 덧붙였다.
10년 만에 회장 승진…‘이재용 뉴삼성’ 시대 도래
이 회장은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이후 10년 만에 회장직에 올랐다. 이 회장은 그전부터 삼성그룹의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 하지만 이번에 ‘회장’이라는 감투를 쓰면서 ‘이재용 뉴삼성’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것이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소회와 각오를 밝혔다. 이 회장은 “회장님께서 저희 곁을 떠나신 지 어느새 2년이 됐다”며 “많은 분이 회장님을 기리며 추모해 주셔서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면서 “선대의 업적과 유산을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게 제 소명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나마 경쟁의 대열에서 뒤처지지 않은 것은 여기 계신 경영진 여러분과 세계 각지에서 혼신을 다해 애쓰신 임직원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은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봤을 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며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며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면서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또 인재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조직문화와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인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나아가면서도 상황 변화에 유연하고 우리의 가치와 질서를 존중하면서도 다양성을 인정하는 개방적인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며 “또 우리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고 전했다.
끝으로 그는 “꿈과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기업,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는 기업,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 이것이 여러분과 저의 하나 된 비전, 미래의 삼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라고 힘줘 말했다.
‘뉴삼성’ 비전…“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이 회장은 지난 6월 18일 총 2주간의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이 그동안 ‘초격차 기술’을 중시하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정상으로 끌어 올렸으나 차세대 반도체의 세계의 벽은 여전히 높다라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반도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반도체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상 필수 자산으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동시에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와의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에 크게 밀리면서 2위 자리에 머물러 있다.
현재 이 회장은 8·15광복절 복권 이후 핵심 계열사 방문과 해외출장 등으로 보폭을 넓히며 스킨십 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연구개발(R&)단지 기공식 참석을 시작으로 26일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30일 서울 송파구 소재 삼성SDS 잠실캠퍼스, 지난달 11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소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 지난달 28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협력회사 디케이(DK) 등을 차례로 방문해 직원들과 격의 없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한 이 회장은 총 2주간 멕시코, 파나마, 영국 등을 돌며 현지 삼성전자 가전공장 등을 방문하며 글로벌 현장 경영 행보를 이어갔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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