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어깨 많이 무겁다...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겠다"
2022-10-27
[스마트에프엔=김효정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27일 삼성전자의 회장으로 공식 승진하면서 재계의 관심은 이 회장이 이끌어 갈 '뉴삼성'에 집중되고 있다.
이 회장은 부친인 고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정신을 계승한 '뉴삼성' 비전을 밝히면서 세대 교체를 추진했지만,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으면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후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에 따른 복권으로 취업제한 규정에서 벗어나 경영 일선에 다시 뛰어들었다.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11월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공식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르면 이 자리에서 '뉴삼성'에 대한 이 회장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날 발표된 3분기 실적에서는 반도체 부진에 따른 30%가 넘게 영업이익이 하락하는 등 대외 여건이 악화됐다.
삼성전자 이사회가 이 회장을 승진시켜 경영 최일선에서 위기의 삼성전자호를 이끌 선장으로 뽑은 것도 이러한 이유다. 글로벌 대외 여건의 악화와 책임경영 강화,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는 판단이다.
이 회장 또한 최근의 삼성전자의 상황에 대해서 "안타깝게도 지난 몇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고 이건희 회장 2주기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렇게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자"고 독려하면서,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위기 돌파 방안은 향후 발표할 '뉴삼성' 메시지에 구체적으로 담길 것으로 보인다.
'뉴삼성'의 핵심은 실용주의다.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1등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미래 신사업에 대한 과감한 도전으로 초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다.
이 회장은 사장단 간담회에서 "오늘의 삼성을 넘어 진정한 초일류 기업, 국민과 세계인이 사랑하는 기업을 꼭 같이 만들자. 제가 그 앞에 서겠다"라며 뉴삼성의 의지를 확인했다.
뉴삼성의 키워드는 기술, 인재, 조직 3가지다. 이 회장은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인재 양성과 기술 투자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인재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며, 도전과 열정이 넘치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이미 시작된 이재용 회장의 '뉴삼성'...반도체 초격차
이 회장은 지난 8월 복권 후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판인 반도체 분야에 집중했다. 반도체 분야에서부터 초격차 경영에 시동을 걸은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 기공식에 참석해 직원들을 독려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기술 중시와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기흥캠퍼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상징성을 갖는 곳이다. 지난 1983년 세계에서 3번째로 64K D램 개발을 성공시키는 등 삼성전자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공장이다.
27일 3분기 삼성전자 실적 발표는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이날 발표로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던 전세계 반도체 1위 기업 타이틀이 대만 TSMC에게 빼앗기기도 했다. 경쟁사의 거센 추격에 글로벌 위기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위기감이 한껏 고조된 상황이다. 비록 삼성전자가 메모리 분야에서 30여년간 초격차를 보여왔지만 선제적인 R&D로 격차를 더 벌여야 한다.
이 회장의 뉴삼성 메시지에는 반도체 R&D 강화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8년까지 기흥에 연구단지를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향후 기흥 R&D 단지는 삼성의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뉴삼성의 양대 축...미래 신사업 투자
반도체 초격차와 함께 뉴삼성의 양대 축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다. 특히 바이오 사업이 삼성의 미래 신사업의 핵심이다. 이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바이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 회장은 지난 11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4공장 준공식에 직접 방문해 바이오 사업에서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 회장의 바이오 사업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 나선 이후 모든 투자 계획에 바이오가 빠진 적이 없을 정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공장은 10월부터 부분 가동을 시작했으며, 생산능력 24만리터(L)의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의약품 제조 공장이다. 삼성 2조원을 투자해 4공장을 건설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생산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아직 최대는 아니지만 캐파(생산능력)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내년에 4공장이 정상 가동이 되면, 회사의 생산능력을 총 60만리터로 늘릴 수 있다"며 바이오 초격차에 대해 자신감을 비췄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에 이어 5·6공장도 추가 건설하고 생산 기술·역량을 고도화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생산허브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32년까지 바이오사업에 7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4000명 이상을 직접 고용할 예정이다.
ARM과의 포괄적 협력...이 회장의 능력 입증할까
이외에도 이 회장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ARM과 관련해 포괄적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ARM인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이달 초 방한한 손정의 회장과의 만남에서 삼성과 ARM 간의 지분 매각 등 구체적인 내용이 발표되지 않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손정의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ARM은 반도체 설계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적인 기업이다. 삼성의 지분 매각이나 양사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분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카드"라면서도, "규제 당국의 허가나 천문학적인 인수 자금 규모를 볼 때 서두르지 않고 최적의 협력안을 도출 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ARM에 대한 지분 인수 등 대규모 인수합병 건은 이 회장의 결단력과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미래 핵심 먹거리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ARM의 경우 인수자금이 80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2017년 미국 하만(HARMAN)을 9조원대에 인수한 사례의 10배 규모다.
ARM과의 포괄적 협력 방안은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독과점 기업합병에 대한 전세계 규제 당국의 제재와 자본력 확보, 그리고 최적의 협력 방안을 도출해 내는 것도 이 회장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로 평가될 수도 있다.
김효정 기자 hjkim@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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