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연속 자이언트스텝 단행…韓, 반도체·철강 직격탄?
2022-11-04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지난 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기준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져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에 따른 환율 상승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원자재 수급 애로를 해소하는 등 무역수지 관리 중심의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렸다. 올해 들어 3번째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 기준금리는 3.125%(3.0~3.25%)로 인상됐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미국 현지 경기침체가 우려된다. 미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산업계 전반에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산업계는 최근 급등한 원자재가격, 환율 등에 따른 고비용 경제구조 속에서 이자 비용 부담까지 떠안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실제로 현재 기준금리(2.50%) 수준에서도 시중 대출금리가 5∼6%를 넘어선 가운데 기준금리가 3.00%를 넘어서면 시중금리는 7∼8% 이상이 될 것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수출기업의 수요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완성차업계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 자동차 할부 금리도 따라 오르면서 현지 소비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과 맞물려 한국 차 수요는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도체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올해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업황은 다운사이클에 진입해 최근 가격 하락 폭이 커진 가운데 이번 금리 인상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옴디아의 경쟁 전망 트래커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반도체 시장은 3분기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고 현재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분기 매출 1612억달러(한화 약 225조원)에서 1518억달러(한화 약 212조원)로 1.9% 감소했다.
옴디아의 수석 연구 애널리스트인 클리프 림바흐는 “최근 반도체 매출이 감소한 결과 2분기는 옴디아가 시장을 추적한 지난 20년 동안 세 번째로 최악의 실적을 낸 2분기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그는 “재택근무 및 가정에서의 교육 활동으로 전례 없이 수요가 증가해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서반도체 시장의 주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올해 남은 기간과 내년 상반기는 시장이 정상화되는 조정 기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재 반도체 매출 하락에 기여한 요인은 인텔의 2분기 실적과 1분기 마이크로프로세서(MPU) 사업부의 13% 매출 감소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이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이번 하락으로 전체 시장이 쇠퇴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대규모 투자 단행…금융비용 고스란히
K-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현재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 중이다. 테일러에도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 중이다.
이외에도 미국 텍사스주에 반도체 공장 11곳을 신설하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신청서를 통해 텍사스주 오스틴에 2곳, 테일러에 9곳의 반도체 생산공장을 새로 추가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신청서에 테일러 신공장 9곳에 1676억달러(약 220조 4000억원), 오스틴 신공장 2곳에 245억달러(약 32조 2000억원)를 각각 투자 계획을 밝혔다.
SK그룹도 지난 7월 26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향후 대미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 회장은 이날 220억달러(약 29조원)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를 포함해 300억달러에 가까운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준금리 인상…다수 기업 이자 부담 커져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7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10곳 중 6곳이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자 부담에 따른 자금 사정 악화’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 ‘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 순이었다.
기업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지출되는 생산·운영비용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로 집계됐다.
고금리 피해가 현실화함에도 불구하고 기업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0.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10곳 중 1곳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마련 중인 대책은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고정금리로의 전환’, ‘대출금 상환유예’ 등이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사업재편, 신규사업 투자 등에 적극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채무부담이 큰 만큼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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