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 2.4% 전망…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우려

전망치 2.5%보다 0.1%p 낮아…코로나19 이전 회기
하반기 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여부 결정
신종모 기자 2022-08-22 09:54:38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물가급등에 따른 소비심리 약화와 주요국의 예상치를 웃도는 경기둔화 폭 확대 등의 영향으로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까지 떨어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2일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2년 2/4분기’ 보고서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인 2.4%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애초 전망치인 2.5%보다 0.1%p 낮은 수치다.

한경연은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가 점차 약화하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인상과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우리기업들의 투자마저 위축되고 있는 상황 역시 성장률 하향전망의 주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 국내경제전망. /자료=한경연(단위 : 전년 동기 대비(%), 억달러(국제수지부문))
2022년 국내경제전망. /자료=한경연(단위 : 전년 동기 대비(%), 억달러(국제수지부문))
세부적으로 내수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3.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 3.6%보다 0.4%p 낮은 수치다.

그동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물가급등 및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약화되며 재(再)위축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특히 자영업 부진 장기화로 소득기반이 약화한 상황에서 빠른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원리금 상환부담마저 커지면서 민간부문의 소비여력이 크게 줄어들었다. 여기에 최근 급격한 물가인상으로 인해 실질소비 여력이 위축된 것도 소비 회복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설비·건설투자도 글로벌 경기둔화로 지난해 대비 감소, 하반기 반등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글로벌 공급망 차질 장기화에 따른 주요국의 경기둔화 폭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확대되며 2.8% 역(逆)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해 설비투자 성장률 8.3%에 비해 11.1%p 낮은 수치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설비투자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7.7%를 기록했으며 하반기 설비투자 증가율은 1.5%에 그쳐 반등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억제 의지로 부진을 지속해 온 건설투자는 최근 공공재개발 등 정부주도의 건물건설 증가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기면서 연간 기준으로 1.7%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자재가격 역시 안정화 지연과 폭우 등 이상기후 영향으로 고공행진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화가 지연되는 가운데 최근 지속된 폭우로 농축수산물의 가격도 급등하면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20년 이내 최고치인 5.3%로 전망됐다.

추석을 기점으로 수요압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물가상승을 전망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그동안 코로나19로 지연됐던 공공요금 인상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여 하반기에는 물가상승 폭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왔던 실질수출도 지난해 높았던 실적에 대한 역(逆)기저효과와 중국의 성장둔화 심화에 따른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지난해 수출성장률 9.9%보다 5.8%p 낮은 4.1%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승석 부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및 주요국 통화정책 기조변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둔화 폭 확대로 교역조건 악화가 장기화될 경우에는 수출증가세가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경상수지는 수출 증가폭을 뛰어넘는 수입의 급증과 서비스수지 적자가 확대되면서 지난해 883억달러에서 올해 480억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전망이다.

한국의 분기 GDP 성장률과 추세성장률(잠재성장률). /자료=한경연
한국의 분기 GDP 성장률과 추세성장률(잠재성장률). /자료=한경연
올해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커져

하반기 잠재성장률이 2% 중반 이하 성장이 나타날 때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이 우려된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한경연은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갭(실제GDP·잠재GDP)을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여부를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해 하반기 성장률에 따라 한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세계무역이 급성장한 2000년 이후 통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5.4%로 물가측면의 스태그플레이션 판단 기준치(물가상승률 장기평균 2.34%+표준편차 1.25%)인 3.59%를 상회했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특히 7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면서 물가상승폭이 커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측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이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9%를 기록해 2%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까지는 GDP갭이 (+)를 기록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경연은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하락한다면 GDP갭이 (-)로 전환돼 물가와 성장률 모두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게 될 것”이라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지만 체감상으로 이에 준하는 상황에 돌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만약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한다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한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면서 “프랑스, 그리스 등의 사례와 같이 수요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대증요법에 기댄다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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