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로 가는 쏘카…공모가 2만8천원으로 상장 강행

9일 오전 이사회 열고 안건 상정…시가총액 9920억원으로 투자 유치 때보다 몸값 낮춰
황성완 기자 2022-08-09 15:44:24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재욱 쏘카 대표가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마트에프엔=황성완 기자] 저조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상장 추진 여부를 두고 고심했던 차량 공유 스타트업 쏘카가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단행키로 했다. 공모가 2만8000원으로 희망 수준 대비 최대 38% 가량 낮췄다. 시장에서는 장외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라 해석하고 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이날 오전 11시 이사회를 열고 주당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확정짓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는 희망 공모가(3만4000~4만5000원) 상단 대비 38% 낮은 수준이다. 공모 물량 역시 종전 대비 약 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MM프라이빗에쿼티와 알토스벤처스 등 초기 단계부터 투자한 기관들도 쏘카의 상장 행보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쏘카는 이날 오후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공모 결과 및 상세 내역을 밝힐 예정이다.

앞서 쏘카는 지난 4~5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80대1을 하회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다수의 기관들이 2만5000~3만원 사이의 가격을 써내, 쏘카의 희망 공모가 범위(3만4000~4만5000원)와 차이가 있었다. 당시 기관투자자 사이에선 쏘카가 주당 가격을 3만원 미만으로 책정해야 상장이 가능하리란 평가가 나왔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공모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가격을 하단 미만으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쏘카는 상장 공모가를 크게 낮춰 증시에 입성하게 됐다. 지난 2020년 SG프라이빗에쿼티와 송현인베스트먼트를 주주로 맞이하며 약 1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공모가를 2만8000원으로 낮추면서 쏘카의 상장 직후 시가총액은 1조원(공모 후 발행주식수 기준)을 밑돌게 됐다. 공모 물량을 20% 정도 줄일 경우 쏘카의 시가총액은 약 9665억원으로 추산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유니콘 반열에 합류한 스타트업이 조 단위 몸값을 포기하고 상장하게 되는 것이다.

쏘카가 상장을 강행하는 이유는 운영 자금 필요 목적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로모빌리티 확대, 주차플랫폼과 카셰어링 서비스 고도화 등을 추진 중이어서 실탄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쏘카 측은 연결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만큼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시기라 판단하고 있다. 금리 상승 국면에 돌입했기 때문에 향후 기술주 테마의 스타트업이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긴 더욱 어렵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외형 상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데 막연한 성장 스토리만 강조하는 기업들은 공모에서 외면받고 있다"며 "쏘카 역시 현재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마이너스고, 기존 렌터카 사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탓에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쏘카의 기업공개(IPO) 완주 여부가 하반기 공모 시장에 등장할 플랫폼 대어의 상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업종과 재무 상황은 모두 다르나, 세 기업 모두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해 빠른 성장을 이뤘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아울러, 컬리의 경우 쏘카와 마찬가지로 IPO 전까지 지분 투자를 유치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왔기 때문에, 수요예측 결과가 부진하다 하더라도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 가격을 고려해 공모가를 크게 낮추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현재까지는 컬리와 케이뱅크 모두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받으며 IPO 시장 상황을 살피는 중이나, 쏘카가 상장에 실패할 경우 공모 진행 시기를 조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유료라인쏘카는 9일 오후 증권신고서를 정정 공시하며 상세한 공모 결과를 밝힐 예정이다. 일반 공모 청약은 오는 10~11일 진행된다. 공모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투자자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유안타증권 중 최소 한 곳의 계좌를 갖고 있어야 한다.



황성완 기자 skwsb@smartf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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